페르소나를 벗고 빨아 쓸 수 있다면... <각질> 문수진 감독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TAR

페르소나를 벗고 빨아 쓸 수 있다면... <각질> 문수진 감독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각질>의 감독 문수진. 그가 이 6분짜리 영화를 자신의 낱낱한 기록이라 말하는 이유.

전혜진 BY 전혜진 2022.07.30
 
〈각질〉의 감독 문수진.

〈각질〉의 감독 문수진.

아르바이트하러 가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인 〈각질〉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얼떨떨했겠다
당시에는 무덤덤했다. 집에서 막 일터로 가던 중이라 버스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웃음). 퇴근 후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할 땐 꽤 설레고 두근거렸다.
 
젊은 여성 주인공이 집에 와 탈처럼 생긴 ‘사회적 가면’을 벗어 빨래한다는, 흥미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인적 경험이 토대가 됐는지
내게 졸업 작품이란 사회로 나간다는 의미에서 상징하는 바가 컸다. 이왕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담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집중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나’와 ‘내가 인식하는 나’의 간극에 고민이 깊었다. 사회적 ‘나’는 가짜이고, 진짜 ‘나’는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인식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세상에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과연 내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었고, 그 의문을 결말에 투영했다.
 
페르소나에게 잠식돼 가는 과정을 그린 〈각질〉의 스틸컷.

페르소나에게 잠식돼 가는 과정을 그린 〈각질〉의 스틸컷.

‘사회적 가면’을 죽은 세포이지만 몸에 계속 붙어 있는 각질로 묘사했다. 각질을 상징적인 이미지로 구현하는 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페르소나를 상징하는 소재로 가면이 사용되지 않나. 단편영화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관객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가면에 대한 인식과 결은 비슷하되 주인공이 느끼는 밀폐감과 사회적 압박감이 더 강하게 느껴지도록 온몸을 감싸는 허물 형태의 모습으로 각질을 구현했다
 
마치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과장된 아름다움의 형태로 구현된 ‘사회적 가면’의 얼굴이 낯설고 기괴하게 다가온다
순정만화의 그림체는 동양 여성에게 기대하는 미의 기준을 극한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귀엽지만 어딘가 과장되고 공허한 느낌이 영화 메시지와 딱 들어맞는 것 같아서 순정만화 같은 이미지로 작화를 완성했다.
 
페르소나에게 잠식돼 가는 과정을 그린 〈각질〉의 스틸컷.

페르소나에게 잠식돼 가는 과정을 그린 〈각질〉의 스틸컷.

〈각질〉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춰졌으면 하나
〈각질〉은 20세 초중반, 자아가 불확실한 시절의 혼란을 담고 있다. 이 시기를 겪었던 혹은 겪고 있을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지금도 많은 여성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의 ‘코어’만 단단하다면, 페르소나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자아를 지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부디 〈각질〉의 관객들은 스스로 만든 모습에 잠식되지 않고 자신을 지키고 찾아내길, 그래서 더 안정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길.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려 나가고 싶나
내 모습을 기록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사진을 자주 찍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지금 모습의 기록이 없다는 데 아쉬웠고 〈각질〉은 내 스무살의 얼굴을 그대로 투영한 기록이다. 앞으로도 상황이 허락한다면 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그것을 다양한 형태로 기록해 보고 싶다.

Keyword

Credit

    에디터 전혜진
    디자인 김희진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