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술과 함께한 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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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술과 함께한 밤

향으로 기억되는 어느 밤. 왕실의 헤리티지와 함께 70년이란 세월을 켜켜이 품은 로얄살루트 위스키가 탄생한 런던으로 향했다.

전혜진 BY 전혜진 2022.07.17
 
증류소 내부에 위치한 ‘볼트’. 수십 년 숙성한 희귀한 원액을 보관 중이다.

증류소 내부에 위치한 ‘볼트’. 수십 년 숙성한 희귀한 원액을 보관 중이다.

“위스키를 삼키는 건 세월을 삼키는 거야.” 그 쓰디쓴 맛이 이해되지 않던 20대 초반,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노란 호박빛의 액체를 겨우 한 모금 삼키는데 마치 불을, 아니 향수병을 삼키는 기분이랄까. 수십 년의 헌신으로 얻어진 한 모금, 세월이 겹겹이 숙성된 향이 코끝과 혀를 타고 이내 몸 전체를 지배했던 강렬한 첫 경험에서 느꼈다. 위스키는 역사의 술이라는 것을. 이 기억은 본고장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열린 런던 타워의 전경.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열린 런던 타워의 전경.

‘왕의 위스키’라 불리는 프리미엄 스카치위스키 로얄살루트(Royal Salute)의 탄생지인 런던의 6월초. 선선한 바람에 펄럭이는 유니언잭으로 물든 도시는 마침 축제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영국 역사상 최장 기록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기간인 것. 이에 맞춰 로얄살루트는 특별한 디너를 위해 런던 타워(Tower of London)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400여 년간 왕의 거처이자 요새로 사용된 탑과 성벽에서 펼쳐진 이 행사는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축하하는 동시에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기념한다. 왕실 귀족부터 VIP,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언론과 앰배서더가 한데 모인 만찬. “론칭 70주년이라는 숫자는 로얄살루트에 단순한 개념으로 해석되지 않아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그 역사를 함께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마티유 들랑(Mathieu Deslandes)의 말대로 로얄살루트는 1953년 위스키 제조사 시바스 브러더스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헌정하며 오랜 역사를 시작했다. 새로운 국왕에 대한 경의와 찬사를 표하기 위해 대관식 당시 쏘아 올린 21발의 예포에서 영감을 받아 ‘왕의 예포’라는 이름을 붙였고, 최소 21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 블렌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입구.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입구.

스코틀랜드 전통복 ‘킬트’를 입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들어선 성. 로열 패밀리의 왕관과 중세 기사들의 갑옷, 옛 초상화들이 주는 감흥에 푹 빠진 채 다이닝 공간에 앉으니 〈브리저튼〉의 한 장면처럼 격식을 갖춘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여왕의 영광을 노래하고, 건배사 ‘슬란지바!’를 외쳤다. 꽃장식과 조명, 로얄살루트 위스키와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전통 호로호로새 요리, 왕관을 오마주한 디저트 등 지극히 귀족적이며 영국적인 순간에 흠뻑 취했다. 마침 이날은 브랜드 탄생부터 현재까지 왕실과 여왕이 큰 영감의 원천이 된 것에 대한 헌사로 탄생한 ‘로얄살루트 플래티넘 주빌리 에디션’을 선보이는 자리. 마티유 들랑은 들뜬 표정으로 얘기했다. “로얄살루트가 왕실의 헤리티지를 그대로 간직한 브랜드라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플래티넘 주빌리 에디션은 헤리티지와 모더니즘이 어우러진, 로얄살루트가 빚어낸 최고의 걸작입니다. 여러분과 이 황홀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실제로 로얄살루트는 왕실의 기념비적 순간을 재해석한 아트 패키지 에디션을 선보이거나 ‘영국 로열 궁전(Historic Royal Palaces, 독립 자선단체)’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왕의 스포츠’라 불리는 폴로 대회를 후원하는 등 왕실과 유대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날 20년 넘게 로얄살루트와 함께한 13대 아가일 공작 토르퀼 캠벨과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 모두 자부심으로 잔을 들어 올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70주년과 로얄살루트 탄생 70주년을 축하하는 성대한 디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70주년과 로얄살루트 탄생 70주년을 축하하는 성대한 디너.

일반적인 위스키 브랜드가 취급하는 가장 높은 연산이 21년에 머무는 반면, 로얄살루트 위스키는 최소 21년부터 포트폴리오가 시작된다. 원액을 증류하고, 오크 통을 선별하고, 블렌딩을 거쳐 수작업으로 빚은 도자기에 병입하는 작업까지 장인들의 헌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작업의 일부를 직접 목격하게 된 건 증류소 투어를 통해서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떨어진 스페이사이드(Speyside)에 자리 잡은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Strathisla Distillery). 1786년에 지어진 이후 현재 가동 중인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 이곳은 로얄살루트의 핵심 원액을 공급하는 젖줄이다. 우거진 숲과 초목, 광활한 평원에서 풀을 뜯는 말과 양이 머무는 이국적인 풍경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달착지근하면서도 시큼한 향취를 풍기는 위스키의 모태에 당도한다. 부드러운 인상의 앰배서더 이든 밀른(Ethan Miln)이 일행을 반기며 설명했다. “위스키는 발아, 제분, 당화, 발효, 증류, 숙성, 블렌딩까지 일곱 가지 과정을 거쳐 완성되죠. 이곳에서는 숙성 단계까지 진행됩니다. 아주 멋진 경험이 될 겁니다.” 자연에서 얻은 귀중한 물과 보리, 이스트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공정을 살피니 테이스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파이어 컬러 보틀에 담긴 ‘21년산 시그니처’는 한 모금으로도 스파이시한 과일 향이 목구멍 깊숙이 퍼졌다. 스코틀랜드 5개 지역을 대표하는 몰트 원액으로 블렌딩해 희소성이 높은 ‘21년산 몰트’는 원액을 21년 숙성하면 매년 2% 이상 증발해 오크 통에  50% 정도만 남게 되는데, 압축된 만큼 극대화된 맛이 일품. 샌디 히슬롭과 조향사 바나베 피용의 손길로 각 몰트의 개성을 균형 있게 맞추면서도 또 다른 개성 강한 피니시를 탄생시켰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 백미는 수십 년간 숙성한 희귀 원액뿐 아니라 왕세자들의 탄생일에 증류한 진귀한 원액을 별도 보관하는 ‘볼트’라는 공간에서의 기억이다. 오크 통에서 바로 꺼낸 59년산의 위스키를 맛볼 영광이 주어졌는데, 말 그대로 세월이 빚어내는 스파이시한 진동이 온몸의 감각을 깨웠다. 이든 밀른이 자신 있게 얘기한 “시간은 로얄살루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라는 광고 카피 같은 말이 오감으로 와닿은 순간이다.
 
여왕의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며 공개된 ‘로얄살루트 플래티넘 주빌리 에디션’.

여왕의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며 공개된 ‘로얄살루트 플래티넘 주빌리 에디션’.

어쩌면 나와 같은 젊은 여성들이 향유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로얄살루트 위스키는 ‘현재’마저 포용한다. “가장 오랜 여성 통치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2세를 위해 탄생한 술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어요. 우리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삼지 않지만 역사와 문화, 패션과 예술에서 영감을 얻은 라인업으로 현대 여성이 위스키를 즐길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죠.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온더록스, 니트, 칵테일 등 취향에 맞게 즐기길 바랍니다.” 마티유 들랑의 말처럼 로얄살루트는 전통 헤리티지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소비자들의 모던한 취향과 조화를 모색한다. 패션 디자이너 리차드 퀸과 협업한 대담한 라인을 추가하고, 한국 작가들을 포함한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뉴 럭셔리’를 위한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하며. 풍부한 문화유산과 장인 정신,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땅에서의 위스키 투어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브리티시 럭셔리’를 실감하고 로얄살루트가 맛과 향 이상의 ‘추억’과 ‘시간’을 선사하는 마법을 슬쩍 엿보았으므로.
 
왕세자들의 탄생일에 증류한 원액을 보관중인 ‘볼트’.

왕세자들의 탄생일에 증류한 원액을 보관중인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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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로얄살루트 제조국: 스코틀랜드 수입업소: ㈜페르노리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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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전혜진
    courtesy of royal salute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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