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LP 아직 못 구한 사람? 가벼움의 시대에 만난 무거운 낭만, 레코드 수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화양연화 LP 아직 못 구한 사람? 가벼움의 시대에 만난 무거운 낭만, 레코드 수집

수집가라면 눈 돌아갈 한정판 레코드 오프라인 행사도 있다.

라효진 BY 라효진 2022.06.18
MP3를 넘어 스트리밍으로, 세상을 흐르는 음악들은 이미 극단적으로 가볍습니다.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티스트가 만든 원음을 담는 '그릇'이 가볍다는 소리죠.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더 가볍고 매끈한 음악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그 가벼움에 대한 반동이 뉴트로 열풍 속에서 목격됩니다. 청계천과 회현 상가, 동묘 등지에 구루마(?)를 끌고 나타나 먼지 쌓인 LP 무덤을 뒤지던 사람들은 더 이상 '한줌단'이 아닙니다. 7080 취미처럼 여겨지던 LP 수집 시장이 그럴싸한 규모로 커지며 깨끗하게 보관된 레코드들이 힙한 상점에서 그림처럼 팔려 나가죠. 이 시장을 움직이는 건 오히려 젊은이들이고요.
 
LP 수집은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모으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귀찮은 취미입니다. 일단 크기가 있다보니 어느 정도 모은 후엔 집 한 켠은 그냥 내어줘야 합니다. 반질을 유지하려면 온습도도 잘 맞춰줘야 하고, 때때로 소리골에 낀 먼지도 물청소를 해 줘야 합니다. 책처럼 비스듬히 기울여 보관하면 판이 휘기 때문에 수직으로 둬야 하고요. 그 뿐인가요. 턴테이블 바늘도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판도 상하지 않고 좋은 소리가 납니다. 포노 앰프, 스피커, 케이블 같은 주변기기 이야기는 길어지기 전에 접겠습니다.
 
강조하자면, LP가 유독 그렇긴 하지만 CD나 카세트 테이프처럼 실물 음반을 모으는 건 귀찮습니다. 귀찮고 비싸고 무거운 취미입니다. 그런데 가벼운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시대라서인지 갑자기 무거운 것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음악계는 이런 현상을 두고 '물성에 대한 수요', '발굴하는 음악의 시대', '젊은 층에 소구하는 과거 문화' 등의 분석을 내놨습니다. 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이 무거운 취미 생활의 근원에 '낭만'이 깔려 있다는 점만은 100% 확실합니다.
 
 
지난해 국내 LP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발매 뉴스 중 하나는 왕가위 감독 영화 OST 한정판이 나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왕가위가 영화제작사 택동영화사를 차린 지 30주년이 된 기념으로 그의 영화 OST들이 발매된 건데요. 워낙 마니아 층이 두터운 감독이라 그 인기를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으나, 이미 여러 차례 나왔던 음반임에도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발매 시기에 맞춰 정가에 구매하는 건 거의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수준이죠. 요즘 LP 구매 트렌드에도 딱 맞습니다. 아름다운 커버와 감각적인 음악이 다 들어 있거든요.
 
엔데믹에 접어든 올해부턴 대규모 레코드 페어나 박스 세트 데이 등의 행사도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요. 올 1월엔 10년 역사의 서울레코드페어가 2년 만에 개최되기도 했죠. 25일엔 유니버설 뮤직이 주최하는 '레코드 박스 세트 데이'가 열립니다. 여기선 왕가위 감독의 택동영화사 30주년 ARS 시리즈를 소량 만날 수 있어요.
 
 
'레코드 박스 세트 데이'는 해외 독립 음반 상점을 중심으로 매년 열려 온 동명의 행사의 한국판인데요. 팬데믹의 영향으로 2019년 이후 개최되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준비된 CD·LP·카세트 테이프 등 음반과 각종 MD의 라인업도 훌륭합니다. 일반적으로 온·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 상품들도 이 행사에 풀린다는 소식입니다.
 
 
언급했듯 왕가위 영화 OST 시리즈 〈화양연화〉,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일대종사〉, 〈2046〉, 〈동사서독〉 등의 각 버전 LP 등이 판매대에 오르고요. 판매와 동시에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조성진의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 카세트 테이프가 판매됩니다. 또 힙합 브랜드 베이프(BAPE)의 창시자이자 현재 겐조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고 있는 니고(Nigo)의 ‘I Know NIGO!’ 티셔츠 및 CD 묶음 제품도 있다네요.
 
경품 행사로는 랜덤 상품 '럭키백' 이벤트가 있는데요. 3만5000원 짜리 럭키백 안에는 값어치 이상의 랜덤 경품이 들어있죠. 올해는 테일러 스위프트 친필 사인 미니 포스터, 빌리 아일리시 친필 사인 포토 4종, 왕가위 LP 시리즈, 위켄드 ‘Dawn FM’ 후드티, 아리아나 그란데 디럭스 LP, 비틀스 LP 박스 세트, 턴테이블 등이 경품 목록에 포함돼 눈길을 끕니다.
 
 
행사장에는 전설적인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강연회도 마련돼 있습니다. 1부에서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레이블 인터스코프 레코드에 대해 2부에서는 노라 존스의 20주년 음악 활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조선팝 밴드 서도밴드, 인디 팝 듀오 1415, 가수 유하 등 유니버설 뮤직 전속 아티스트의 공연도 열린다고 하네요. 행사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울시 중구 명동역 6번 출구 인근 D20한중라이브커머스센터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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