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차로 데리러 왔다고? 배우들의 마음의 방이 열렸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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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이 차로 데리러 왔다고? 배우들의 마음의 방이 열렸다!

영화기자 정시우가 배우의 방문을 두드렸다. 10명의 배우가 기꺼이 회답했다.

이마루 BY 이마루 2022.06.03
영화 사이트 ‘씨네플레이’에 ‘정시우의 A room’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했던 글들이 묶였다. 〈배우의 방〉이라는 제목대로 천우희의 가족 식당, 주지훈의 단골 가게 등 배우와 밀착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기획인지  
연예 전문 매체에서 일했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의 배우를 4~5개가 매체가 함께 인터뷰하는 라운드 인터뷰가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레 인터뷰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 인터뷰를 향한 갈망이 정말로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계기가 됐다.  
 
왜 ‘방’, 즉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공간에는 추억이 서려있기 마련이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이 당사자도 한층 자연스러워진다. 예상치 못했던 효과는 인터뷰를 제안한 건 나지만, 배우에게 익숙한 곳으로 들어감으로서 배우가 호스트가 되고 내가 오히려 손님이 되는 역할의 전환을 경험하기도 했다는 것.
 
장시간 인터뷰를 진행하고 친밀한 공간도 보여줘야 한다. 섭외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만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진 기자 동행하면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해 배우의 스태프들도 움직여야 하지 않나. 사실 처음에는 공간만 찍는 콘셉트라 초반에 진행했던 김남길, 주지훈 배우는 완전 운동복 차림으로 나왔다. 그런데 변요한 배우를 만나는 날, 배우가 스타일링을 너무 예쁘게 하고 온 거다. 날 좋은 석촌호수를 걷는데, 배우가 먼저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그 시리즈를 본 다른 배우들도 으레 사진을 찍겠거니 해줬다(웃음).  
 
배우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주변 사람이 인터뷰 중 툭툭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박정민 배우의 경우는 먼저 친구들을 데리고 와줬다. 동향인 고두심 선생님은 꼭 제주에서 뵙고 싶었터라 당일 아침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계신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송새벽 배우가 와있고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보니  〈전원일기〉 때 선생님 아들 역을 했던 김기웅 배우가 놀러오더라. 김남길 배우 추가 인터뷰를 위해 소속사 사무실에 갔을 때 전도연 배우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게 왠 떡이냐’ 싶었다(웃음).  
 
단행본이 되며 각 인터뷰 뒤쪽에 에세이 파트가 추가됐다. 각 배우에 대한 단상을 쓰면서 영화기자 정시우의 역량과 개인사도 드러난다
인터뷰어 정시우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보자고 했던 출판사의 의견을 신뢰했다. 에세이는 정말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밖에 없더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엘르〉 2019년 2월호. 영화 〈극한직업〉 단체 화보

〈엘르〉 2019년 2월호. 영화 〈극한직업〉 단체 화보

 
〈엘르〉의 인터뷰어로도 꾸준히 활약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배우들의 팀워크가 너무 좋았던 〈극한직업〉 화보. 류승룡, 김성규, 이하늬, 이동휘, 공명까지. 가장 여러 명의 인터뷰를 하루에 진행했던, 매거진 화보 촬영장에서만 가능한 인터뷰였다. ‘어서옵쇼’ 하는 기분으로 한 명 한 명을 맞이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인터뷰어 정시우의 장점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이 사람의 매력을 내가 끄집어내서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책을 둘러싼 반응 중에도 ‘이 배우가 이런 매력이 있는 줄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 배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캐치하는 것은 물론, 질문을 재배치하고 편집하는 데에도 공력을 많이 쓴다. 인터뷰가 이렇게 길게 나갈 줄 몰랐다고 놀라는 인터뷰이들도 종종 있는데 글이 길수록 리듬이 중요하다고 여겨 일종의 대본이라고 생각하며 쓴다. 읽는 사람도 대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박정민 배우의 ‘겸손함과 반성하는 자세’를 존경합니다 
천우희 배우의 ‘맑고 곧고 이타적인 심성’에 감화됩니다 
변요한 배우의 ‘자기 말에 책임지고 싶어하는 면모’에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안재홍 배우의 ‘부드러운 감성’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지훈 배우의 ‘공감 능력과 날것의 솔직함’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김남길 배우의 ‘유머와 진지함 사이를 유들유들하게 오가는 면모’에 놀랍니다  
유태오 배우의 ‘호기심과 행동력’에 큰 자극을 받습니다  
오정세 배우의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편견 없는 자세’ 앞에 숙연해집니다  
고두심 배우에게서 ‘제 고향 제주 바다와 같은 넓은 포용력’을 봤습니다 
이것들이 제가 10인의 배우들에게 배운,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삶의 자세입니다  
 
현장에서 노하우가 있다면  
처음 만났을 때 준비한 첫 질문을 바로 던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먼저 하다 보면 ‘아 근데 인터뷰 중이신 거에요?’라고 배우가 묻는데, 그 때 분위기가 풀어진다. 처음 질문이 좋았다면 준비한 질문 일부는 버린다. 오정세, 천우희 배우가 배우 생활 초반에는 자기 연기 하기에 바빴다면 언젠가부터 상대방과 상황에 반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던데 그 감각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자주 던지는 질문이나 화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되게 크다.어릴 때 한두달 정도 잠을 제대로 들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자꾸 나를 땅에 묻는 꿈을 꿨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시간은 모든 것을 죽여. 가장 큰 적이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시간과 삶이 내 인생의 화두다.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꼭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는 시간을 많이 들여 타인을 알아가는 일이다.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어떤 것을 보나  
인터뷰는 두 사람이 자기 시간을 상대에게 내주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성사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인생에서 중요한 하루를 공유한 사람이 됐다는 게, 인터뷰의 되게 따뜻한 점이다. 주지훈 배우가 인터뷰 중 툭 ‘기자님, 우리도 발가벗은 기분으로 길에 서있는 느낌도 들 때도 많아요’라고 던졌던 한 마디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배우는 여러 삶을 살고, 신비로워 보이는 존재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각자가 가진 삶의 자세에서 각기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정시우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배우와 영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인터뷰집 〈배우의 방〉에는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총 10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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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사진가 이준경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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