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부터 청담동까지, 유유자적 예술 산책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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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부터 청담동까지, 유유자적 예술 산책

페이스-리만머핀-글래드스톤-운경고택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일상적 순간을 환기할 예술적 유영.

전혜진 BY 전혜진 2022.05.30
 

미래와 조우하는 예술 산책, 페이스갤러리 서울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2017년 3월 해외 갤러리 중 가장 먼저 한남동에 둥지를 틀었다. 필립스옥션하우스, 가나아트나인원 등이 자리 잡은 지금의 한남동 풍경을 예술적 감성으로 탈바꿈시킨 공신이다. 지난해 5월, 개관 5년여 만에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건너편 르베이지 빌딩 내부로 자리를 옮긴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더욱 실험적이고 몰입과 체험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개관한 1층 공간에서는 미래지향적 예술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를 최선의 상호작용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했어요.” 조민석의 설계를 바탕으로 재단장한 1~3층의 전시공간과 오픈 예정인 1층의 티 하우스, 남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등 갤러리 곳곳에서 이국적이고 신선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삼베 가림막 구조물을 사용하거나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목재로 한국적 디자인 요소를 차용하기도 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이 선사하는 산뜻한 기운은 오는 6월까지 열리는 MZ 작가 로이 홀로웰의 개인전으로 이어진다.
〈Bending Light II〉전시가 한창인 1층 전경.

〈Bending Light II〉전시가 한창인 1층 전경.

 
로이 홀로웰의 〈Starting from 0〉 전시 전경.

로이 홀로웰의 〈Starting from 0〉 전시 전경.

 
3층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중정.야외 테라스에 자리한 메리 코스의 설치미술 작품.

들렸다 가세요

부자피자
페이스갤러리 서울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미식 스폿으로 가득하다. 육류가 포함되지 않아도 풍부한 맛을 선사하는 ‘부자 클라시카 피자’와 생맥주 한 잔으로 작품의 감흥을 나눠도 좋겠다.
 
리움미술관
페이스갤러리 서울과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리움미술관 또한 전시와 공간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해 11월에 재개관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길 바라며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창의적으로 창조한 또 다른 개방감의 공간을 향유해 볼 것. - 페이스 서울 PR 문지영
 
 

다층적 예술로의 유영, 리만머핀 서울

길버트 & 조지, 샹탈 조페 등 저명한 현대미술가들의 한국 개인전을 개최하며 다양한 예술적 목소리를 옹호해 온 리만머핀 서울은 얼마 전 전통적 화랑가였던 안국동 시대를 접고 한남동에서 2막을 열었다. 도시적이고 미래적인 외관은 건축사사무소 SoA의 손길을 거친 것. 2000년부터 이미 서도호, 이불 등의 한국 미술가와 일하며 독보적 정체성을 구축해 온 리만머핀 서울은 재개관 이후에도 톰 프리드먼의 〈많은 것을 동시에〉와 같이 복잡한 관점을 색다른 방식으로 펼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실험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한남동 신흥 화랑가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베이킹에 흔히 쓰이는 양귀비 씨앗을 고배율로 확대한 작품 ‘Poppyseed’(2022), 초현실적 곤충 연작 중 하나인 ‘Bee’(2022) 등 작은 점처럼 인식되던 대상은 확대시키고, 인체 조각은 등신대에 못 미치는 크기로 제작해 전형적인 스케일을 반전시킨다. 작은 디테일에 착안해 거시적인 이야기를 소환하고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모두의 일상적 순간을 환기하며, 다채로운 시각적 깊이를 경험케 하는 예술적 유영.
1층 퍼블릭 전시 공간에서 중앙 계단을 오르면 프라이빗 섹션으로 이어진다.

1층 퍼블릭 전시 공간에서 중앙 계단을 오르면 프라이빗 섹션으로 이어진다.

 
리만머핀 서울의 등장이 이태원에 불러온 신선한 활기. 톰 프리드먼의 ‘Listen’, ‘Poppyseed’.톰 프리드먼의 ‘Listen’, ‘Poppy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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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플래그십 스토어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또한 청담을 벗어나 한남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5월 ‘구찌 가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한 이곳에서 조각가 박승모가 빚어낸 거대한 파사드, 가옥이라는 이름과 대비되는 ‘팝’한 패션 디스플레이를 이어 만끽해 보길.
 
하우스 오브 핀 율
핀 율의 가구를 경험할 수 있는 쇼룸. 종종 핀 율의 가구와 어우러지는 전시를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리만머핀 서울 세일즈팀 정지은
 
 

색다른 호흡이 필요할 때, 글래드스톤

설치미술 예술가 필립 파레노의 전시와 함께 지난 4월 개관한 글래드스톤 서울. 뉴욕과 브뤼셀에 이어 첫 아시아 지점으로 청담동에 자리를 튼 뉴 페이스에 호기심을 품고 찾은 모든 사람은 작품에 손을 대야 갤러리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화산암과 천연 유리인 흑요석으로 제작된 손잡이 형태의 문고리 다섯 개가 바로 파레노의 작품 ‘Door Handles’(2022)이기 때문. 글래드스톤은 긴 호흡과 색다른 예술 모멘트를 경험하게 한다.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얼음 작품 ‘Iceman in Reality’는 실제 얼음으로 만들어 수일 동안 서서히 녹아내린다. 맨홀 뚜껑 위에 선 얼음 조각이 다 녹아내리면 얼음 안에 박혀 있던 화강암 조약돌과 나뭇가지만 남고, 녹은 물은 맨홀 뚜껑 내부에 다양한 조류와 박테리아로 조향한 향과 만나 ‘지오스민’이라는 분자의 냄새가 분사된다. 눈사람이 모두 녹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이틀 남짓이다. 매튜 바니, 로버트 메이플소프, 사라 루카스, 조지 콘도같이 도발적이고 금기를 깨는 예술가들의 젊은 시절에 이미 연을 맺고, 예술가의 작품에 맞게 종종 공간 전체를 뒤집는 전시를 선보여온 글래드스톤이 선사하는 여정은 이토록 신선하다. 글래드스톤 서울의 다음 전시는 박테리아와 튀긴 꽃, 레진으로 작업하는 아니카 이와 함께한다.
맨홀 뚜껑 위에 선 눈사람은 ‘Iceman in Reality Park’. 벽면의 LED 조명은 ‘Mont Analogue Lampe’. 모두 필립 파레노의 작품.

맨홀 뚜껑 위에 선 눈사람은 ‘Iceman in Reality Park’. 벽면의 LED 조명은 ‘Mont Analogue Lampe’. 모두 필립 파레노의 작품.

 
필립 파레노의 ‘Marquee’, ‘Flickering Lights’, ‘Door Handles’.필립 파레노의 ‘Marquee’, ‘Flickering Lights’, ‘Door Handles’.필립 파레노의 ‘Marquee’, ‘Flickering Lights’, ‘Door Hand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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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리노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트라토리아. 파스타 면은 유기농 밀과 세몰라 듀럼밀, 신선한 달걀로 반죽하고 제면한다. 이탈리아식 염장육인 관찰레를 넣은 카르보나라, 토마토 소스와 페코리노 치즈를 올린 트리파 등 맛과 식감이 훌륭한 파스타 메뉴로 빼곡해 식사의 모든 순간을 클래식하면서도 색다른 맛으로 채워준다.
 
미타스청담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선사하는 편안한 분위기의 일본식 사케 펍. 사케와 음식 메뉴가 꽤 다양한데 무엇을 고르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글래드스톤 서울 PR 조소영 
 
 

고택에서 경계를 거닐다, 운경고택

고즈넉한 가옥의 나뭇결 틈으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색채.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운경고택이 현대미술 작가 최정화의 설치미술전 〈당신은 나의 집〉과 이뤄낸 이색 풍경이다. 운경고택은 조선 14대 왕 선조의 후손인 운경 이재형이 작고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공간. 그 자체만으로 역사적 예술품인 사직단, 단군성전과 한 길목에서 지인들과 차와 음식을 나누고 시대를 논하던 400여 년 세월의 고택이 전시공간으로 얼굴을 내민 건 채 4년이 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운경의 작고 30주기를 맞아 시작됐어요. 고택이 갖는 고유 의미와 일상적 기물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운경재단의 의도대로 정갈하고 기품 있는 옛 공간은 버려진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수집 그릇, 찌그러진 양철과 철사로 탄생한 작품들과 이질적이면서도 낯설지 않게 어우러지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고택의 새로운 발견.
미러 아트 작품 ‘코스모스’.

미러 아트 작품 ‘코스모스’.

 
‘전망대’가 설치된 고택 풍경.안채 대청마루에 전시된 ‘인피니티’.‘나의 아름다운 21세기, 성형의 봄’.우물과 장독대 옆에 설치된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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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 사옥
사직공원과 운경고택이 이어진 돌담길을 오르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한 또 다른 공간, 아름지기 사옥이 반긴다. 〈오픈 하우스〉를 주제로 창덕궁 희정당과 대조전 내 근대 조명 기구를 재현한 전시가 1층에서 진행 중.
 
사직단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조선시대 제례 공간인 사직단에 들러 고택이 주는 정갈한 여흥을 이어가도 좋다. 최근 제례 준비 공간이던 ‘전사청’이 복원과 재현 전시를 완료했다는 반가운 소식. - 운경재단 대외협력실장 김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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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전혜진
    사진 김성곤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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