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찬이라는 신인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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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찬이라는 신인류

"누군가는 저를 한순간에 올라온 사람으로 볼 수도 있잖아요." 그의 말과 달리 박재찬은 항상 그 자리에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 늦게 발견했을 뿐.

김초혜 BY 김초혜 2022.04.28
 
툭치면 몸을 말고 잔다고 해서 ‘콩벌레’라는 별명이 생겼다고요. 너무 바쁜 요즘 잠은 잘 자고 있나요
되게 잘 자요(웃음).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새벽 5시쯤 잠들긴 하는데, 그래도 여섯 시간은 꼬빡 자요. 이따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는 1인용 리클라이너에 가만히 누워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놓고 멍 때리기도 하고요.
 
〈시맨틱 에러〉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출연에 재찬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요
소속사에선 걱정 반, 반대 반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늘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자’ 주의거든요. 만약 진짜 안 해보고 후회하면 스스로 더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펀칭 슬리브리스와 이어 커프, 이어링, 피어싱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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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마음속으로 ‘봐라, 내 선택이 맞았다!’ 이런 생각이 들던가요
안도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뭐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었어요. DKZ로 3년 동안 활동하면서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했거든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신 것 자체가 처음이라 약간 얼떨떨해요.
 
〈시맨틱 에러〉를 가장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 궁금해요
감독님과 조감독님 그리고 박서함 배우와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어요. 그때 가편집된 1화와 2화를 처음 봤어요. 원래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잘 못 보는 편인데 〈시맨틱 에러〉는 자꾸 보고 싶더라고요. 방영 직전에 드라마 전 회차를 공유 받았는데 어쩐지 한 번에 몰아보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왓챠에서 새로운 회차가 뜰 때마다 설레어 하며 정주행했어요.
 
취해서 박서함 배우와 ‘야자 타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너 못생겼으면 답도 없어”라고 시큰둥하게 그의 외모를 칭찬하기도 했죠. 당시 촬영장 분위기를 기억하는지
정말 조용했던 순간이었어요. 밤이었고, 거리 두기 때문에 근처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거든요. 슛 들어가면 스태프들도 다들 숨을 죽이니까 완벽하게 고요한 연극 무대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니트 카디건과 오버 핏 데님은 모두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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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배우끼리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나온 연기가 드라마에 많이 녹아났다고요.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제가 싫어하는 브로콜리를 서함이 형이 계속 집어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거기서 브로콜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비행기를 태워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저와 감독님과 협의가 안 된 연기라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나요. NG가 진짜 많이 났어요(웃음).
 
박서함과의 ‘케미’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루에 4시간씩 통화할 정도로 ‘찐친’이라고요
둘 다 〈시맨틱 에러〉 촬영 전에 너무 힘들었어요. 서함이 형도 팀을 탈퇴한 뒤였고, 저 역시 팀 구성이 변경되는 이슈가 있었고요. 그래서 더 의지한 것 같아요. 서함이 형이 아무래도 선배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하면 좋을지 고민 상담도 많이 해줬어요. 그리고 제가 촬영 당시 디지털 싱글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작사와 작곡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촉박했어요. 두 가지 일이 몰려 있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갈팡질팡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서함이 형이 “10분 뒤에 연기 해야 하니까, 이것 먼저 해보자”고 해준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어디서도 말한 적 없는 두 사람만의 일화가 있다면
〈엘르〉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 말이죠(웃음). 제가 요즘 서함이 형이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입고 다니잖아요. 사실 서함이 형이 저한테 옷을 자꾸 버려요(웃음). 형은 미니멀리스트고, 저는 맥시멀리스트거든요. 형이 안 입는 옷을 “너 다 가져가!” 하면서 주는 게 많아요. 너무 멀쩡한 옷이라 “이걸 왜 버려, 형. 언젠가 입겠지” 하면서 다시 챙겨줘요. 그때마다 “나 진짜 안 입어. 너 안 가져가면 버린다!” 하고 쓰레기봉투에 막 넣어요. 그럼 제가 챙겨서 잘 입죠.
 
베이지색 니트 하프 톱과 하프 팬츠는 모두 COS. 코튼 니 삭스는 Supr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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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재찬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속 옷이 예전에 박서함 배우가 입던 옷이라는 증거 사진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맞아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을 때 서함이 형이 저보다 신나 하더라고요. “너 사진 예쁘게 찍어야 한다”면서 자기 옷으로 골라 코디까지 해줬어요. 사진도 직접 찍어주고요. 
 
당분간 이 이야기는 비밀로 간직해 줘요 
5월호죠? 약속할게요 (웃음).
 
〈시맨틱 에러〉 시즌 2가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일 것 같아요? 막연하게라도 상우 입장에서 상상한다면
상우가 재영이에게 집착할 것 같아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재영이가 상우 주변만 맴돌았잖아요. 사귀고 난 뒤에는 상황이 반전될 것 같아요. 재영이가 워낙 ‘인싸’니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을 때 상우가 ‘형, 뭐 해?’ 하고 자꾸 카톡을 보낼 것 같기도 하고요.
 
드라마 공개 이후 ‘음악 방송 공무원’처럼 열심히 활동했던 DKZ 음방 무대 조회 수와 실시간 차트 순위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반응을 실감하고 있을지
기적 같은 일이죠. 저희가 3년 동안 해온 결과가 몇 배로 뛰었거든요. 단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말이죠. 사실 조금 붕 뜬 기분이에요. 언제 가라앉을지도, 언제 터질지도 모르니까 두렵기도 해요. 그래도 이런 생각에 빠지기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해보려고요.
 
실키한 하프 셔츠와 하프 팬츠, 니 삭스, 스니커즈는 모두 Dior.

실키한 하프 셔츠와 하프 팬츠, 니 삭스, 스니커즈는 모두 Dior.

마음을 다잡는군요
제가 운명론자거든요. 어차피 될 일은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해서 순간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해요. 평가는 제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대중에게 사랑받으면 너무 감사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제든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목표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달려가나요
‘어디서 무슨 상을 받겠다’ ‘1위를 하겠다’ 이런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하면 실망감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과정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물이 될 거라 믿고요.
 
그런 마음 때문일까요. 이번 DKZ의 ‘사랑도둑’으로 컴백하는 게 데뷔 때보다 더 떨리고 기대된다고 했어요
기대치와 자존감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적 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할 때 〈시맨틱 에러〉를 만난 거예요. 이제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DKZ까지 주목받으니까 기대되는 동시에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기더라고요. 
 
스트라이프 셔츠와 니트 카디건, 재킷, 버킷 햇은 모두 Prada.

스트라이프 셔츠와 니트 카디건, 재킷, 버킷 햇은 모두 Prada.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군요
어쩌면 심판처럼 느껴져요. 그럼에도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해요. 데뷔 초 무대를 모니터하다 보면 신인 때라 그런지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제 눈에도, 팬이 봤을 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힘 빼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말이 있다면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에, 연기하기 전에 “괜찮아, 생각하지 마”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이게 효과가 있더라고요. 생각만 자꾸 하다 보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걱정하잖아요. 하나 하나 해나가고 있어요.
 
차콜 컬러 크롭트 니트는 Prada. 카키 컬러 하프 팬츠는 Fred Perry. 니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커 부츠는 Dsquared2

차콜 컬러 크롭트 니트는 Prada. 카키 컬러 하프 팬츠는 Fred Perry. 니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커 부츠는 Dsquared2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됐나 봐요
〈시맨틱 에러〉 덕분에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어요. 그렇다고 너무 올라간 건 아니고요(웃음). 진짜 한 끗 차이인 것 같아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과 자만심에 빠지는 게요. 너무 들뜨지 않으려 해요. 누군가 저를 보면 한순간에 올라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할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말 열심히, 다 열심히 하려고 해요.
 
‘사랑도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곡인가요
봄은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잖아요. 발랄하고 통통 튀는 곡이에요. 살짝 ‘연하남’ 같은 매력을 가진 곡이기도 하고요. 이 노래를 들으면 아마 조금 더 사랑에 빠지고 싶은 느낌이 들 거예요. 또 여태까지 DKZ 퍼포먼스 중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안무이기도하고요.
 
2021년 선보였던 곡 ‘Memories’ 이후 다시 작사 · 작곡에 참여한 곡을 발표할 계획이 있을지
처음부터 계속하고 싶었던 게 작사 작곡이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제 마음을 전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공부하게 됐고, 작업하다 보니 재미있고, 뿌듯하고, 성취감도 있어서 좋아요. 아쉽게도 이번 앨범에는 자작곡이 못 들어갔지만, 다음번에는 들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와 음악 그리고 퍼포먼스. 이 모든 게 아티스트 박재찬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처럼 느껴져요. 앞으로 어떤 배우,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나요 
사실 배우로서는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작품을 많이 보면서 좋은 점을 흡수하고 피해야 할 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뮤지션으로는 사람을 설득할 힘이 있는 음악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슬픈 날에는 울 수 있는 노래, 드라이브할 때 신나서 찾게 되는 노래, 캠핑 가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 이렇게요. “한강 왔으니까 재찬이 노래 듣자”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베이지색 니트 하프 톱과 하프 팬츠는 모두 COS. 코튼 니 삭스는 Supr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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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DKZ 컴백과 함께 새로운 시작에 서 있어요. 과거의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감동했던 댓글이 있어요. “버텨줘서 고맙다.” 엄청 와닿더라고요. 10명, 20명 모여 있는 곳에서 버스킹하던 시절부터 음악 방송에서 저희 팬이 몇 명이 있든 열심히 했던 시간까지 하나하나 떠올랐어요. 사실 무너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잘 버텼으니까. “재찬아, 잘 버텨줘서 고맙다”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펀칭 슬리브리스와 이어 커프, 이어링, 피어싱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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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콜 컬러 크롭트 니트는 Prada. 카키 컬러 하프 팬츠는 Fred P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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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카디건은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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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송예인
    피쳐 에디터 김초헤
    사진 윤송이
    스타일리스트 박정아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해인
    어시스턴트 최이수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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