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리필 제품을 선보이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샤넬에서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포뮬러와 패키지로 탄소발자국을 줄인 차세대 뷰티 라인’을 표방하며 론칭한 ‘N°1 DE CHANEL’은 모든 제품의 80%를 유리로 제작하고, 그중에서도 리필 가능한 크림 용기는 두 번 리필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도록 고안했다. 샤넬 향수 & 뷰티 패키징 이노베이션 부서는 핀란드 스타트업 설라팩(Sulapac)과 협업으로 레드 까멜리아 크림 캡을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얻은 90% 바이오 소재와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가 인증한 제지 산업의 부산물, 까멜리아 씨앗 껍질을 활용해 만들었다. 샤넬은 홈페이지를 통해 성분과 패키지, 제작, 생산, 유통, 사용 및 제품 수명을 분석한 탄소발자국 수치까지 공개하고 있다. 겔랑의 오키드 임페리얼 블랙 라인은 프랑스 자기 브랜드 메종 베르나르도(Bernardaud)와의 제휴로 제조 과정에서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도자기 용기에 담겼다. 디올은 현재 루즈 디올 립스틱에만 리필 버전을 선보이고 있으나, 2022년까지 모든 립스틱을 리필 가능한 디자인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리필을 사용하는 건 ‘화장품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란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 아닐까.
1 로즈 에르메스 실키 블러쉬 로즈 포메트 32 리필, 5만4천원,
Hermès Beauty. 2 에센셜 에너지 하이드레이팅 크림 리필, 5만8천원대,
Shiseido. 3 엑스트라 리페어 아이크림 인텐스 리필, 9만2천원,
Bobbi Brown. 4 2022 시어 버터 울트라 리치 바디 크림 에코 리필, 4만9천원,
L’Occitane. 5 더테라피 비건 블렌딩 크림 리필, 3만원,
The Face shop. 6 콤부차 샴푸 리필, 2만9천원,
British M. 7 나이트 리부트 세럼 리필, 50ml 13만8천원,
YSL Beauty. 8 루즈 디올 리필, 3만9천원대,
Dior. 9 펜티 아이콘: 세미-매트 립스틱 리필, 2만8천원,
Fenty Beauty by Sephora. 10 퓨어 골드 레디언스 컨센트레이트 리필, 1백5만9천원,
La prairie. 11 오키드 임페리얼 블랙 더 심비오 세럼 리필, 1백15만2천원,
Guerlain. 12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크림 리필, 11만9천원, Chanel. 13 압솔뤼 크림 리필, 36만5천원대,
Lancôme. 리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라스틱 감소를 위한 노력은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종이 용기 화장품에서 나타난다. 로레알은 프랑스 녹색화학 기업 카르비오(Carbios)가 개발한 효소 기술을 활용해 2025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화장품 용기의 상용화를 알렸고, 2030년까지 화장품 패키지에 사용하는 석유 추출 플라스틱(Virgin Petroleum Plastic)의 양을 50%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스는 재생 가능한 펄프 용기 기술을 개발한 풀펙스(Pulpex)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펄프로 만든 재활용 가능 종이 용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2025년까지 100%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하고, 75~100% 재활용과 재충전, 재사용 패키지를 사용할 것을 약속했다. 국내에서는 종이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는 스타트업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 용기로 UN지속가능개발목표(UNSDGs)협회로부터 ‘글로벌 지속 가능 브랜드 30’에도 선정된 ‘톤28’은 한국환경공단 인증을 받은 종이가 젖지 않도록 차단층을 덧대 화장품을 담고, 뚜껑에만 분리배출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부착한 형태. ‘이너 보틀’을 개발한 신개념 화장품 용기도 주목을 끌었다. 풍선이 부풀었다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한 ‘탄성 이너셀’ 기술을 접목한 ‘엘또브레니’는 천연 펄프 종이 용기를 사용하고, 내용물 잔량을 1% 미만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텍스처가 용기에 묻지 않아 재활용이 용이하다. 여러 가지 재질이 섞여 있을뿐더러 용기 내부 세척의 어려움으로 재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화장품 용기의 대안이 되기에 충분할 것.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구를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모든 뷰티 브랜드에 박수를 보낸다.
1 땅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분해되는생분해 플라스틱 케이스로 제작했다. 하이드레이팅 립스틱, 2만7천원,
Yulip. 2 전 제품을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기 시작해 55.8%로 플라스틱 사용량(2018년 기준)을 줄였다. 러브 스무딩 샴푸, 250ml 3만7천원,
Davines. 3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품 박스를 없애고,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21%로 용기를 제작했다. 소이 페이스 클렌저, 150ml 5만7천원,
Fresh. 4 플라스틱 제로, 오로지 100%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종이 용기로 만들었다. 아랫부분을 손으로 눌러서 위로 올리는 푸시 업 튜브로 마지막 1g까지 사용 가능하다. 비건 멀티 밤 자운고, 1만8천원,
Phykology. 5 ‘이너 보틀’을 접목해 크림을 남김없이 사용 가능하다. 멀티 크림 인텐시브, 2만1천4백원,
Elttobrenni. 6 재활용 페이퍼 패키지로, 제품을 다 쓰고 나면 책갈피처럼 접어서 활용할 수 있다. 나주 인디고 샴푸바, 1만4천원, 장성 피톤 탑투토 워시바 1만6천원,
Hohohi. 7 곡물에서 추출한 에탄올이 종이 패키지 안에 들어 있다. 손 세정제, 5천원,
Toun28.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한 재료와 화려한 패키지가 화장품을 소비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평범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전문 기업 테라사이클과 손잡고 자원 순환 컨셉트의 매장을 선보인 키엘은 건축 공예 기업 디크리트와 협업해 화장품 공병을 분쇄하고 콘크리트와 배합한 업사이클링 벽돌과 테이블을 제작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에 선보였다. 올해 1월부터 정부에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면 현금 혹은 포인트 혜택을 주는 ‘탄소 중립 포인트 제도'를 실행하면서 몇몇 뷰티 브랜드도 새롭게 동참하는 분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프레이그런스 뷰티 리추얼 브랜드 로이비는 3월부터 9월까지 공병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사용한 공병을 씻어 반납하면 자체 온라인 몰과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다른 뷰티 브랜드 매장에도 반납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클라랑스도 올해부터 공병을 매장에 반납하면 포인트로 전환해 주는 ‘쉐어 그린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 매장에서 연중 내내 진행하는데 내부 세척이 어려운 메이크업 제품은 받지 않으니 참고할 것. 이 외에도 전 제품 용기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더바디샵은 일찍이 플라스틱 공병 수거 캠페인을 벌여왔고, 아모레퍼시픽도 그린 사이클 캠페인을 펼쳐 공병 회수를 통한 뷰티 포인트 지급은 기본, 소비자들과 함께 공병 화분과 향초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실천하며 2025년까지 수거된 공병 물질 재활용률을 10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 쓴 화장품을 무심코 버리기 전에 ‘이 공병을 어떻게 잘 버려야 하지?’라는 고민과 그에 따르는 의식적 행동을 통해 지구와 나를 위한 작은 실천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