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가 하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림픽 현장 소식을 전하고 까마득한 후배들과의 격 없는 자리를 만들었던 곽윤기인데요.
그런 그가 태극 마크를 반납하겠다는 소식을 직접 전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곽윤기는 15일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에 '안녕하세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그간의 유쾌함을 잠시 내려놓고 진지하게 국가대표 은퇴 이야기를 하는 곽윤기의 모습이 담겼어요. 그는 "올림픽은 저에게 꿈의 시작"이라며 "평창(동계 올림픽) 때도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스케이트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올림픽이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싶다"라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처음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는 "너무 부담 갖지 말라"라는 조언을 건넨 그는 "책임감을 혼자 떠안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스파이더맨〉의 벤 삼촌이 조카인 피터 파커에게 했던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라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그 큰 책임감은 자신이 짊어질 테니, 후배들은 온전히 올림픽을 즐겨 달라는 당부였죠. 그러면서 "너희가 나의 자리에 섰을 때 후배들을 나보다 더 잘 케어해 주고 잘 챙겨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어요.
뭉클한 자기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곽윤기는 "어렸을 땐 꿈이 컸다. (진)선유 누나처럼, 김동성 선배처럼, 쇼트트랙하면 레전드로 불릴만한 업적과 이력을 이룬 선수가 돼야 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저는 그런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조금 일찍 깨달았다"라고 덤덤히 털어 놨어요.
이어 "밴쿠버 올림픽 이후부터는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온리 원',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방향에 집중했던 것 같다"라며 자신만의 강점을 탐색했던 지난 날들을 돌아 봤죠. 그는 "국가대표 10년차라는 경험도 생겼고, 실력에 비해 인코스 잘 판다고 칭찬도 감사하게 받고 있고, 감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며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16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을 앞두고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로는 "너 잠 못 자고 있지. 빨리 자. 핸드폰 그만 하고. 자야 돼. 내일 할 일이 많아"라고 꾸짖듯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의 다음 이야기는 몹시 뭉클했습니다.
10여 년의 국가대표 인생을 맺는 16일 경기에 후회가 없길 바란다는 곽윤기는 "내일 경기를 끝으로 저는 쇼트트랙 역사의 작은 흔적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라며 "하지만 후배들은 이제 앞으로도 역사를 쓸 수 있는 선수들이기에 내일의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 쇼트트랙 친구들 지속된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달라"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올림픽 기간 동안 쇼트트랙 팀에게 뜨거운 관심과 응원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의 목소리와 에너지로 내일 저의 쇼트트랙 인생 마지막 한 페이지의 마침표를 잘 찍어보겠다"라며 "비록 작은 스케이터 선수이지만, 여러분들 마음에 큰 향기를 뿜을 수 있는 경기력으로 책임지는 스케이터로 웃으면서 인사드리겠다"라고 말한 곽윤기의 '라스트 댄스'를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