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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되려 내가 한국인들과 다르게 몸에 털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더 많은 성병 검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지나치게 당당했던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항상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매일 샤워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청결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성병 감염 위험이 없을 거로 추측하는 건 잘못됐다. 더군다나 ‘노콘’ 섹스를 주로 즐기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내가 성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주변 한국인 남성 친구들 사이에서 성 상담사 역할을 도맡게 되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섹스에 대해 무지하고, 알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따금 한국 친구들에게 언제 성병 검사를 받았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비슷한 반응이다. 먼저, 대화 주제가 불편하다는 식의 어색한 웃음만 돌아온다. 이상하게 느껴져서 다시 물으면 대부분 살면서 성병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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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성 클리닉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건 일도 아니다. 성별과 관계없이 친구들과 함께 클리닉에 가기도 한다. 이는 다 같이 커피숍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일에 옳고 그름은 없다. 부끄러움 같은 건 더욱더 없다.
성 클리닉에 가서 의사를 만나면 이런 종류의 질문을 받는다. “자 봅시다, 마지막으로 검사하고 몇 명이랑 성관계하셨어요?”, “언제 하셨어요?”, “저 여기 심판관으로 있는 거 아니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가도 금방 마음이 편해진다. 별생각 없이 검사를 받고 나온다. 끝나고 나오면서 무료 콘돔과 러브젤을 받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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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은 피임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성병의 종류는 무수하고, 콘돔은 병이 옮는 걸 혹은 병을 옮기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성병 종류에 따라 심각성이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는 생식 기능에 데미지를 준다. 심한 경우에 평생 불임을 야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점에 대해 말하자면, 성병은 남자나 여자나 게이나 레즈비언이나 나이 많거나 젊거나를 가리지 않는다.
답은 간단하다. 무조건 콘돔을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성병 검사를 받으면 된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고 나와 상대방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불편하고 번거로울지라도 콘돔 사용과 성병 검사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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