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심 덕분에 해외 유수 매체가 홀랜드를 주목하게 됐죠 네, 데뷔한 지 벌써 1년 반이 됐고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지냈어요.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렇게 <엘르>에서도 불러주고요, 하하! 국내에서도 조금씩 저를 알아봐주는 것 같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공중파나 좀 더 보편적인 대중이 보는 매체에서는 여전히 저를 다루는 것에 많이 조심스러워하죠. 분명 제가 불편하고, TV에 나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사회도 더 성장하기를 기다려야죠.
여전히 성소수자 이슈가 터부시되는 한국시장에 아쉬움을 느끼진 않는지 맞아요, 한국에선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죠. 제가 국내에서 더 유명해지게 되면 저를 홀랜드 그 자체로 봐주는 게 아니라 LGBTQ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실수를 하게 되면 저를 욕하는 게 아니라 LGBTQ 전체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는. 그래서 그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사 조심스럽고, 부담감도 있어요. 때문에 제가 외국에서 더 인정받은 후에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거고요. 지금은 조급해 하지 않고 ‘언젠가 홀랜드라는 뮤지션의 진가를 알아줄 때가 오겠지’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만 생각하려고요.
알바해서 번 돈을 모아 첫 번째 곡 ‘네버랜드’를 발표했죠. 기억에 남는 팬들의 반응이 있다면 데뷔하고 며칠 뒤 제 생일이었어요. 한국 팬들이 직접 롤링 페이퍼를 써서 책을 만들어줬는데 거기에 적혀 있던 팬들의 메시지를 아직도 기억해요. 제가 학창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팬들이 제 음악에 공감하고, 롤링 페이퍼에 적힌 메시지에 제가 또 공감하고, 그렇게 서로 교감하고 위로가 돼주는 느낌. ‘음악을 통한 소통’이 실현되는 걸 느낀 순간이었어요.
에즈라 밀러도 한 인터뷰에서 홀랜드의 팬이라고 말했다죠 너무 영광스러워요. 아무래도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보수적이잖아요. 외국 팬들도 분명 그 문화적 차이를 알고 있을 텐데 ‘보수적인 아시아 국가에서 젊은 아티스트 친구가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점을 예쁘게 봐주는 것 같아요.
사진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홀랜드에게 사진이란 세상을 더 넓게, 더 많이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준 것. 특히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으면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좀 더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렇다면 음악이란 홀랜드, 고태섭이라는 사람이 좀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것. 동시에 제 일이죠. 저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일. 솔직히 사진보다 음악을 더 사랑해요.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요. 해외시장을 보면 많은 아티스트가 LGBTQ를 지지하고 자신의 신념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한국에는 저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저에게 응원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처럼 저도 제 팬들, 특히 한국 팬들에게 힘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인데, 저 잘하고 있나요?
너무나! 지난여름에 발표한 ‘I’m not afraid’와 ‘I’m so afraid’라는 곡이 인상 깊어요. 트윈 싱글이라는 형태도 참신하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던 어린아이가 스타가 됐는데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팬들에게 제 얘기를 좀 더 들려주고 싶었어요. 저한테 이런 고민을 많이 털어놓아요. ‘나도 당당해지고 싶다. 부모님한테 말하고 싶다. 내 주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외롭다….’ 저도 똑같이 느끼던 것들이에요. 솔직히 털어놓고 나니 많은 팬이 생겼고, 그들이 지지해 주기에 두렵지 않다는 마음이 첫 번째 곡의 영감이 되었죠. 하지만 두려움이 왜 없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친구들에겐 뭐라고 설명하나. 하지만 두려움과 두렵지 않음, 이 두 감정은 정말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 생각을 뮤직비디오에도 담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그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오늘 화보에 홀랜드의 당찬 목소리와 무지개색 코드를 녹이고 싶었어요. 그중에서 홀랜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컬러는 제가 오늘 입고 온 옷 색깔처럼 블루! 제가 하늘에 애착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노래에도 별, 푸른 하늘, 같이 날자, 이런 가사가 많거든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런 게 적혀 있더라고요. 제 음악을 들었을 때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늘, 블루 같은 것에 마음이 끌리나 봐요.
다음 노래에 대한 힌트를 살짝 준다면 11월을 목표로 작업 중이에요. 얼마 전 가사 작업을 거의 끝냈고, 뮤직비디오 시놉시스까지 마무리했어요. 힌트를 드린다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나오는데 몇십, 몇백 년이 흘러도 공감이 가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어떤 세대가 듣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제가 쓴 가사를 지인들에게 보여줬는데 “태섭아, 네가 배운 것도 아니고, 딱히 그렇게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흑인들이 억압받던 시기의 음악이랑 지금 네가 하는 음악이랑 그 메시지가 너무 흡사해”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힌트가 될까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전 세계적으로 ‘젠더리스’라는 키워드가 화제죠. 젠더리스 사회에서 ‘아름다움’이란 뭘까요 저는 기준이 없는 게 아름다움이라고 믿어요. 기준이 없어야, 그래서 모두가 달라야 각자의 아름다움이 실현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멋있네요. 마지막으로 오늘 <엘르> 촬영을 위해 준비한 게 있는데 못해서 아쉬운 게 있다면 아뇨, 저 오늘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말 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