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동,서양이 균형을 이루는 그녀의 파리 하우스!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파리의 스위트홈에서 너른 여백으로 사는 샤넬의 텍스타일 아트 디렉터 김영성. 프랑스 특유의 오스마니안 건출물 속에 ‘작은 한국’을 연출한 그녀의 감성적인 파리 아파트 사용법.::파리,아파트,김영성,샤넬,텍스타일 디렉터,아트,한옥,한지,김재성,조명,오스마니안,건축양식,커피 테이블,샬럿 페리앙,카펫,침실,붙방이장,베개,생토노레,샹젤리제 거리,엘리제 궁,패션 브랜드,장인,엘르,엘르걸,엘르 데코,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3.12.10

 

파리의 전통적인 오스마니안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실. 샹들리에는 이탈리아 무라노 섬에서 장인에게 구입한 것, 회색 소파는 Cassina, 커피 테이블은 샬럿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Cassina, 공간에 위트를 더하는 해골 무늬 카펫은 Mastermind.

 

 

 

 

한지 조명 작가 김재성 김영성이 함께 구상한 사슴 조명이 거실 한 켠에 멋스러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으로 실내를 밝힌다.

 

 

 

 

침실의 붙박이장과 침대는 주문 제작한 것. 영국식 레이스 침구와 한국식 베개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이 바로 코리언 룸으로 손님방 또는 두 번째 거실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주문한 보료를 놓았고, 미닫이문을 달아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문 옆에 놓은 고가구는 와인 잔과 그릇 수납용으로 사용하고, 가구 위에는 한국 장인에게 선물받은 전통 상여 장식으로 꾸몄다.

 

 

 

 

다이닝 룸인 동시에 작업실로 사용하는 멀티스페이스. 식탁과 의자, 붙박이장은 주문 제작한 것으로 붙박이장에는 텍스타일 디자인과 관련된 책과 재료 등을 보관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침실 머리맡에 놓인 베개와 작은 방석. 작업실 천장에 달린 모던한 램프 위에는 샤넬의 수장인 칼 라거펠트를 비롯 미니어처 피규어들이 장식돼 있다. 복도만 보면 이 집은 완벽한 한국이다. 복도 끝에 놓인 약장은 액세서리 수납함으로 사용한다. 컬렉션이 끝날 때마다 칼 라거펠트에게 받은 엽서를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단아한 디자인과 컬러가 인상적인 방석들은 한국 업체에 주문 제작했다.

 

 

 

 

거실의 다른 한 쪽엔 한국의 고가구와 모던한 의자를 함께 놓았다. 가죽으로 덮인 ‘277 오클랜드 체어(277 Auckland Chair)’는 Cassina.

 

 

 

 

(왼쪽)샤넬의 텍스타일 아트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성. (오른쪽) 파리 생토노레와 샹젤리제 거리 사이에 위치한 아파트 외관. 이 건물 속에 ‘작은 한국’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김영성은 집을 나선 후 샹젤리제 거리와 엘리제 궁을 지나는 20분간의 출근 시간이 매번 즐겁다고 한다.

 

 

 

“파리에 살며 프랑스 패션 브랜드를 위해 일하지만 집만큼은 한국적인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프랑스 사람들을 초대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 집은 자연스럽게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샤넬 파리 본사의 텍스타일 아트 디렉터로 활약하는 김영성은 칼 라거펠트가 이끄는 컬렉션 컨셉트를 바탕으로 매 시즌 의상의 원단과 소재를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결국 디자인의 바탕을 구축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그녀는 삶의 바탕을 정하는 문제도 신중했는데 그 기준은 자신의 아이덴티티, 즉 ‘한국다움’이었다. 4년 전 샤넬 본사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집을 찾던 중 생토노레 거리 인근에서 파리의 전통적인 오스마니안 건축양식(Haussmannian Architecture)을 가진 아파트를 발견했다. 내부 구조까지 맘에 들었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곧 이 집으로 옮겨와 직접 인테리어를 진두지휘하며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파리의 아파트에 한국 전통 가옥을 표현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내장재와 문, 벽장, 침대 등의 가구 제작 등을 위해 1년 넘게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파리에서 가구를 주문 제작하는 일은 흔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특수한’ 디자인이었던 만큼 시공 업체가 공사를 여러 차례 포기하는 일도 일어났다.

 

1998년 샤넬에 입사해 그간 세계 곳곳의 장인들과 작업하면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왔던 그녀였기에 오랜 시간 심사숙고하며 작업을 이어가는 습관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1년 이상 쪽방에 몸을 누이고 안정되지 않은 공간에 머물러야 했기에 마지막엔 몹시 지치기도 했다. “여백이 있어 여유가 느껴지는 집이었으면 했는데 결국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 여백을 얻었죠. 전체적으로 무채색의 한 가지 톤을 사용했고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터라 나무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메탈 재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소재를 제한했어요. 아트 작품을 사랑하고 미술관도 자주 가지만 예술을 소유거나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서 벽엔 그림이나 사진, 그 어떤 것도 걸려 있지 않아요.” 그녀가 이 집에 살면서 느낀 건 오래된 나무 바닥이 특징인 오스마니안 건축양식과 한국 전통 가구가 몹시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무채색, 나무와 메탈 소재를 기준으로 절제된 인테리어를 추구한 그녀는 보료와 베개, 모시 소재의 커튼처럼 주문 제작한 소품, 머리장과 약장 같은 고가구 등을 한국에서 공수하고, 카시나의 모던한 가구와 램프, 이탈리아 장인에게 구입한 샹들리에, 샤넬의 오브제 등과 재치 있게 매치하면서 ‘파리 속 한국’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연출했다. 하지만 몇몇 공간은 ‘파리다움’을 고스란히 유지하기도 했다.

 

“공간을 구축하거나 디자인을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기능성’이에요. 물론 편리해야 하죠. 손님용 화장실은 전통적인 프랑스식으로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작은 구조로 돼 있어요. 대리석과 유리로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구성했고, 회사에서 선물 받은 샤넬의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를 놓았죠.” 상대적으로 그녀는 손님들이 묵는 방에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품을 배치하고 미닫이문을 달았으며, 주방에선 놋그릇과 투박한 옹기에 음식을 담아내 한국적 소품의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직업상 해외 출장이 잦아요. 세계 곳곳의 장인들을 만나고 여행할 때마다 그들이 만든 오브제에 매료되곤 하는데 자연스럽게 그 아이템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있죠. 예를 들면 거실 샹들리에는 유리 세공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 섬으로 출장 갔을 때 한 장인에게 구입한 거예요.” 장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국내외 가구와 인테리어 아이템, 자신이 몸담은 샤넬의 패션 오브제들로, 때로는 너른 여백을 더러 촘촘한 일상의 공간을 창조한 그녀의 집은 ‘김영성 식 장인 정신’으로 빚어진 공간이다. 그곳엔 ‘너무 늦었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 패션으로 전공을 바꾸고, 칼 라거펠트의 러브 콜을 받은 후 무려 15년간 한 브랜드를 위해 노력해 온 커리어의 이면이 넘실댄다.

 

 

 

Credit

  • EDITOR 채은미
  • PHOTO THEOPHILE ROUX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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