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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과 포틀랜드

미국 북서부의 떠오르는 태양, 시애틀과 포틀랜드는 닮았다. 어디에도 없는 한 움큼의 매력이 미식에 있다는 사실도. ::미국 북서부,시애틀,포틀랜드,미식,엘르데코,엘르,엘르걸,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7.03.21


SEATTLE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를 대표하는 도시 시애틀에서는 매년 워싱턴의 와이너리들과 레스토랑이 대거 참여하는 음식 축제 ‘테이스트 워싱턴’이 열린다. 올해에는 약 237개의 워싱턴 주 와이너리와 5500여 개의 와인, 시애틀 레스토랑 66곳의 음식을 선보였다. 모두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는 분위기는 시애틀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원래 시애틀은 태평양과 맞닿아 있어 알래스카로 들어가는 최단 출입구 정도로만 여겨지던 도시였다. 그러나 더 이상 거쳐가는 도시 시애틀은 없다. 스타벅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의 본거지이자 ‘반문화 힙스터들의 도시’라는 명예만 있을 뿐이다. 이 양면적인 매력은 시애틀의 카페와 레스토랑, 호텔에 들어서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상업적인 공간은 대개 커다란 규모와 획일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거들먹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애틀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돈과 유행, 경제적인 효율성 대신 신사적인 행동과 세심한 매너가 우선이다. 지리적으로 폐쇄적이었던 도시 특유의 독창적인 삶의 미학과 오묘한 나르시시즘이 섞여 시애틀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점잖으면서도 섹시하고, 조용하면서도 눈에 띄는 시애틀의 매력은 이들이 선보이는 풍요롭고도 다채로운 음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Poppy: Indian Food 

밥과 로티 등으로 구성된 인도 정식 요리 탈리(Thali)를 기본으로 하는 레스토랑. 향신료를 곁들인 차가운 오리 다리 요리에는 라벤더와 박하를 얹은 감자, 코코넛 우유를 뿌린 양배추, 고춧가루를 얹은 아몬드 꽃양배추 수프를 함께 내는 식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준다. 전통 인도 음식에 여러 가지 가니시를 자유롭게 구성해 선보이기도 하는데, 특히 병아리콩 가루를 묻혀 튀긴 가지 튀김을 메밀 전병에 싸서 밤꿀에 찍어 맛본다면, 이곳을 다시 찾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add 622 Broadway E tel 206 324 1108 url www.poppyseattle.com 


2 Revel: Neo-Korean 

한국인도 놀랄 만한 한식을 선보이는 코리언 레스토랑. ‘레벨’의 요리를 음악 장르에 비유하면 펑크에 가깝다. 거품을 낸 크림과 대추야자 피클을 곁들인 뿌리 채소 팬케이크, 바삭하게 구운 황다랑어와 미나리과인 회향으로 담근 김치를 얹은 비빔밥을 선보인다. add 403 N 36th St tel 206 547 2040 url www.revelseattle.com 


3 Cantina Lena: Midi Mexican 

미국 공업지대인 벨 타운에 다양한 레스토랑을 열어 지역 재건에 앞장선 미국 대표 셰프 톰 더글러스. 그가 시애틀에 오픈한 이 레스토랑에서는 멕시코 남서부의 전통 요리를 만끽할 수 있다. 로쿠(나무에서 추출한 붉은 색소)와 광귤 즙으로 마리네이드해서 구운 다음, 튀긴 토르티야와 자색양파 피클을 곁들여 내는 코치니타 피빌(멕시코 전통 돼지구이 요리)의 자태만 봐도 ‘제대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add 2105 5th Ave tel 206 519 5723 url www.cantinalena.com 


4 Naka: Neoclassic Japan 

젊은 일본인 셰프 쇼타 나카지마는 옛 일본 요리를 경쾌하게 재해석한다. 특히 시애틀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해도 무방한 돼지 가슴살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생강즙에 담가 조리한 지방은 혀에 닿자마자 사라진다. 소금에 절인 은대구 요리도 별미. 삼나무로 훈제해 황갈색을 띠는 은대구 껍질은 도톰하면서도 보드랍다. add 1449 E Pine St tel 206 294 5230 url www.nakaseattle.com





1 Stateside: Indochina 

파리와 홍콩, 상하이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스테이트사이드’의 셰프 에릭 존슨은 ‘데카르트적이면서 유교적인 요리가 지닌 신비한 공통점’을 음식으로 표현한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어간장인 누억 맘(Nuoc-mam) 소스와 작은 새우 칩을 곁들여 차갑게 내는 브뤼셀 양배추, 냄새가 고약한 두리안 크림을 넣은 부드러운 슈크림을 꼭 맛보길. add 300 E Pike St tel 206 557 7 273 url www.statesideseattle.com 


2 General Porpoise Doughnuts: Doughnuts 

시애틀에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지역에서 가장 유능한 오너 셰프로 꼽히는 르네 에릭슨이 오픈한 작은 도넛 가게. ‘제너럴 포르푸아즈 도넛’의 도넛은 이탈리아의 작고 둥근 도넛인 봄볼리니(Bomboloni)와 비슷하다. 신선한 달걀을 사용한 부드러운 반죽에, 한입만 베어 물어도 행복해지는 재료가 들어 있다. 가령 땅콩버터와 마시멜로, 레몬 크림과 초콜릿 머랭 같은. add 1 060 E Union St tel 206 900 8770 url www.gpdoughnuts.com 


3 Caffe Vita: Fine Espresso 

시애틀이 단지 스타벅스의 고향인 것만은 아니다. 지역 카페 오너들이 힘을 모아 진정한 에스프레소의 맛을 전파하고자 노력하는 커피 선구자적 영토이기도 하다. 이들에 따르면 쓴맛과 신맛은 에스프레소에서 피해야 할 단점으로 시애틀의 카페들은 대부분 커피의 훌륭한 향을 맛볼 수 있는 ‘진짜 진한 커피’를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뉴욕에까지 진출한 ‘카페 비타’는 에스프레소의 참맛을 전하는 카페 중 하나다. add 1005 E Pike St tel 206 709 4440 url www.caffevita.com 


4 Miller’s Guild: Steak House 

‘밀러스 길드’의 셰프 제이스 윌든이 직접 만든 어마어마한 화로를 볼 수 있다. 이 화로 속에서 잘 숙성된 고기가 이글이글 구워진다. 고기는 스테이크로 맛봐도 환상적이지만 번과 포테이토와 함께 버거로 즐긴다면 햄버거가 이토록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나 싶을 거다. add 612 Stewart St tel 206 443 3663 url www.hotelmaxseattle.com





1 Marination Ma Kai: Hawaiian Snack Bar 

푸드 트럭으로 시작해 마침내 시애틀 바닷가의 멋진 레스토랑으로 거듭난 ‘마리네이션 마 카이.’ 스팸 마키와 쇠고기 타코, 피망으로 만들어 달콤한 피클, 잔으로 판매하는 리치 마르가리타 등 하와이 스타일의 음식을 선보여 해변에서 먹기 딱 좋다. 짭짤한 맛이 나는 말린 자두인 ‘리 힝 무이’ 가루를 마르가리타 잔의 입 닿는 부분에 슬쩍 묻히는 하와이 전통 음주 문화도 놓치지 않았다. add 1 660 Harbor Ave SW tel 206 328 8226 url www.marinationmobile.com 


2 Pike Place Market: Organic Food 

1907년부터 문을 연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늘 북적거린다. 이곳에서는 인스턴트식품이 거의 추방됐고 패스트푸드도 찾아보기 힘들다. 시애틀 시민들이 사랑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파이크 플레이스에 있는 ‘로웰스 레스토랑 & 바(Lowell’s Restaurant & Bar)’에서 커피 한잔하며 바다를 바라보다 신선한 농산물을 장바구니 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add 85 Pike St  


3 The Walrus And The Carpenter: Seafood 

시애틀에서 보면 지구 반대쪽에 자리한 프랑스 노르망디의 해산물을 선보이는 ‘윌러스 앤 더 카펜터’. 생강과 강황을 뿌린 대합 조개찜, 호두 기름과 와인 비니거에 구운 정어리 등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해산물을 싫어하는데 억지로 끌려갔다면 프로마주 드 테트(돼지머리 고기로 만든 젤리)와 비슷하게 만든 닭고기 테린이 구원해 줄 거다. add 4 743 Ballard Ave NW tel 206 395 9227 url www.thewalrusbar.com 


4 Max Hotel: Home Studio 

앞서 소개한 군침 도는 스테이크 맛집 ‘밀러스 길드’가 자리한 곳이 ‘맥스 호텔’이다. 맛있는 고기를 내오는 호텔의 아침 식사도 매력적이지만 지미 헨드릭스의 고향인 시애틀답게 음악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분위기도 멋지다. 게다가 저녁 시간에는 시애틀의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크래프트 비어를 제공한다! 음악과 음식에 잠 못 이루는 시애틀의 밤이 될지도. add 620 Stewart St tel 206 728 6299 url www.hotelmaxseattle.com





PORTLAND

시애틀과 약 2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 포틀랜드. 시애틀과 포틀랜드는 인구도 비슷하고 도시와 자연 사이의 삶을 성공적으로 조화시켰다는 점에서도 서로 유사하다. 시애틀이 한때 폐쇄적이었던 도시 특유의 나르시시즘을 지니고 있다면 포틀랜드는 도시 슬로건과 꼭 같은 매력을 뽐낸다. 바로 ‘Keep Portland Weird!’ ‘이상한 포틀랜드’를 그대로 지켜 나가자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숲 근처에 환경지구를 만들어 자연을 보존해 온 포틀랜드 사람들은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채소 밭을 일구며, 동네 산책을 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다. 그게 무엇이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윌래메트 강가’와 ‘모베리’에 주목하길. 포틀랜드에는 이들처럼 괴상한 매력을 기반으로 만든 음식이 일상다반사다.





1 Willamette: Vegetable Garden 

‘윌래메트’는 포틀랜드의 강 이름이자 강가를 따라 자리한 옛 공장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윌래메트 구역에는 포틀랜드 사람들의 자랑 중 하나인 공동 정원이 있다. 누구나 식물을 심고, 기르고, 먹을 수 있다. 심지어 포틀랜드 셰프들 대부분이 자신이 일군 채소 밭에서 거둔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이들에게는 레스토랑 옥상이 훌륭한 텃밭이다. 특히 홈메이드가 기본 규칙인 비스트로 ‘컵 & 바(Cup & Bar)’의 아보카도 디아블로 타르틴은 정말 맛있다. 


2 Stumptown Coffe Roasters: Coffe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포틀랜드에서도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포틀랜드 내에서 어쩌면 스타벅스보다 더 인기가 많은 카페는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라는 작은 체인 브랜드이다. 포틀랜드 곳곳에 자리한 이 카페에서 매일 갓 볶은 원두로 내리는 신선한 커피는 타투를 한 세일즈맨과 랩톱을 끼고 사는 프리랜스, 책가방을 멘 학생 등 포틀랜드 주민 누구나 즐긴다. add 128 SW 3rd Ave tel 1 855 711 3391 


3 Moberi: Beverage 

포틀랜드와 시애틀에서 자전거는 하나의 종교라 해도 무방하다. 이 도시에서 페달을 밟는 행위란 국민체조이자 건강한 시민의 징표. 320km에 이르는 포틀랜드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차도를 점령할 기세인데, 자전거가 일상인 포틀랜드에서 ‘모베리’라는 주스 가게는 특히 색다르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만든 동력으로 무농약 과일을 짠다. 진정한 유기농 주스다. add 1515 NW 23rd Avenue tel 1 503 890 9333 url www.moberiblends.com




Credit

  • WRITER JULIA DION
  • JULIEN BOURE PHOTOGRAPHERS GREGOIRE KALT
  • JEAN-CLAUDE AMIEL EDITOR 김은희 ART DESIGNER 유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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