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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WED

Celine HQ in Paris 엘르 데코가 찾은 아름다운 일터 '셀린'의 파리 오피스

건축가 피에르 르 뮈에가 지은 17세기 건물에 셀린의 새로운 본사 오피스가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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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린의 광고 비주얼이 걸린 액자, 그 위에 설치한 조명은 Fos.






    건물 외관은 고풍스러운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최소한의 레너베이션만 진행했다.






    아름다운 빈티지 타일과 우아한 난간이 어우러지는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계단. 미니멀한 디자인의 책상을 놓았다.






    고풍스러운 계단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미래적인 계단. 실버 컬러만으로 강렬한 느낌을 준다.






    바쁘게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경계 없는 책상을 놓고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통로를 최대한 확보해 공간을 시원하게 유지하면서 스태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의 장을 마련했다. 이 아틀리에의 천장은 통유리로 만들어져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온다.






    셀린 아틀리에에 입성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쇼룸의 전경.






    빽빽하게 상품을 진열하는 대신 내추럴한 컬러의 소형 가구와 매치한 선반.






    좌측의 선반은 자체 제작했고, 그 뒤에 놓인 벤치는 빈티지 제품으로 미니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피비 파일로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행거도 자체 제작한 제품. 간소한 라인만으로 걸려 있는 백에 최대한 시선이 가도록 했다.






    화이트 컬러 원형 테이블은 빈티지 Knoll, 오렌지와 블랙 컬러를 교차해 놓은 의자들은 RobinDay.



    루브르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파리 중심가 비비안 거리, 고색창연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줄지어 선 사이에 특별한 사연을 가진 건물이 있다. 1635년 건축가 피에르 르 뮈에(Pierre le Muet)가 지은 후 주인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보수되면서 다양한 시대의 사조가 고스란히 담겼고, 호텔로 사용되기도 했던 3층 건축물이다. 1990년 건물 외관 전체와 마당을 대대적으로 레너베이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기도 했지만, 건물을 지나간 역사가 없어지면 안 된다는 시의 결정에 의해 여전히 고풍스러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늘 새로움을 창조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셀린이다. 셀린의 수석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는 파리 곳곳에 흩어져 있던 셀린의 여러 부서들을 한곳으로 집합시키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선 규모가 크면서 충분히 아름다운 장소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이 건물을 찾아낸 피비 파일로는 이곳의 역사적인 스토리에 반해 최소한의 레너베이션을 주문했고, 올여름 마침내 셀린의 파리 본사가 베일을 벗었다. <엘르 데코> 코리아가 셀린의 본사를 방문한 날은 파리의 강렬한 여름 햇볕이 그늘 한 점 없이 내리 쬐는 날이었다. 부서질 듯 내리쬐는 햇빛은 겉에서 볼 때만 해도 대리석 외벽에 부딪혀 나갈 뿐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프레임으로 짜인 크리스털 천장이 중정을 감싸 안아 온화하게 내부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건물로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1층 공간은 세계의 프레스가 모여드는 쇼룸. 셀린의 컬렉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위해 심플하게 꾸몄다. 절제할수록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심플한 디자인의 블랙 컬러 행거에는 형형색색의 셀린 컬렉션이 마치 설치미술 작품처럼 걸려 있다. 이 쇼룸을 지나면 반전이라 할 만한 나선형 실버 컬러 계단과 마주하게 된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셀린의 심장인 아틀리에로 입성할 수 있다. 과거의 건축 양식에는 없어서는 안 됐던 정원은 유리 지붕을 얹은 후 드넓은 아틀리에로 변신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정원이 있던 곳을 중간중간 나무 벽으로 공간을 분할해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아틀리에선 디자인은 물론이고 간단한 촬영까지도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연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충분히 존중하고, 이를 반영한 피비 파일로의 아이디어였다. 디자이너들은 모두 널찍한 복도를 따라 줄 지어 선 각자의 넓은 작업 책상을 곁에 두고 앉거나 서서 자유롭게 일한다. 컴퓨터 모니터만 겨우 올라가는 상자처럼 빡빡한 사무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른 파트를 분주히 오가며 아무런 제약 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에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점심시간에도 한 켠의 거대한 회의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2층에도 자리하고 있는 또 다른 쇼룸은 다양한 패턴과 컬러의 대리석으로 짜인 바닥이 첫눈에 시선을 압도한다. 이 바닥을 만들기 위해 12가지 종류의 스톤을 썼는데,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가까운 유럽 국가는 물론 브라질 등 멀리 남미에서까지 공수해 온 자연석들이다. 역시 심플함 그 자체인 행거와 모던한 조명이 바닥재와 완벽한 대조의 조화를 이룬다. 쇼룸 복판에 자리 잡은 거대한 테이블 위엔 각각 다른 디자인의 꽃병에 모양과 크기, 높이가 다른 꽃과 식물들이 완벽하게 세팅돼 있다. 신발을 디스플레이한 선반은 대리석처럼 보이지만 직접 만져보니 부드러운 스펀지 느낌의 신소재였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선반 옆에 놓인 빈티지 체어는 ‘믹스매치란 이런 것’이라 말하는 듯하다. 이곳에 놓인 모든 가구, 작은 들꽃 하나까지 예술 작품처럼 심혈을 기울여 장식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쇼룸을 모두 지나면 만나게 되는 미팅 룸은 화려한 몰딩을 그대로 간직한 화이트 컬러의 방 안에 아름다운 빈티지 테이블과 의자로 채워져 있고, 천장에는 덴마크 디자이너 폴 헤닝센(Poul Heningsen)의 아이코닉한 램프가 드리워졌다. 전체 공간 디렉팅은 당연히 피비 파일로의 작품이다. 본사의 모든 공간에 놓인 식물은 한 가지 수종으로 통일돼 있는데, 그 역시 피비의 페이보릿이라고 한다.


    브랜드에게 가장 가치 있는 존재는 언제나 디자이너들이고 그들의 반짝이는 창의력 그리고 그것을 자유롭게 실현해 내는 자유로움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상업적 논리에 휩쓸려 쉽게 잊히는 명제다. 그러나 셀린의 새로운 본사는 고색창연한 건축물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패션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겼다. 쇼룸이나 미팅 룸, 회사의 주요 손님을 맞이하는 미니 살롱 등의 공간에서는 셀린이란 브랜드의 색깔을 완벽히 구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심플한 듯하면서도 아주 작은 요소까지 세심하게 선택하고 치밀하게 세팅한 이 공간은 셀린이 만든 또 하나의 작업 결과물이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공간을 넘어 아름다운 업무공간을 만드는 일, 다만 몸을 가리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의복으로부터 고아한 미를 창조하는 패션으로 발전시켜 온 그들이기에 충분히 가질 만한 자격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