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아티스트들과 '친구'하는 오피스

<엘르 데코>가 연재하는 아름다운 사무실 캠페인 네 번째는 인케이스의 한국 공식 수입원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의 신사동 새 사옥이다. 인케이스 외에도 해외의 다양한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는 프리즘의 기준은 공유할 문화가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는 것. 그들의 사무실 역시 서브 컬처 특유의 자유로움이 살아 있다.::오피스,인테리어,프리즘,인케이스,브랜드,사무실,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5.09.02
DEXT5 Editor

 

그래피티 아티스트 로스타가 직접 그려준 기존 사무실의 벽면은 조각조각 떼어와 프레임에 넣었다. 완전히 새로운 사무실도 좋지만 회사 초창기부터 함께 한 아트 작업을 소중히 간직하는 건 그들이 가진 ‘스피릿’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입구엔 계단 대신 레일이 있었다. “여기서 스케이트보드 타면 좋겠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 공간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어진다. 외벽의 프린트는 프리즘의 캔버스 역할로, 시즌마다 다른 비주얼을 붙인다.

 

 

 

 

 

 

양준무 대표의 방에는 컬렉터들을 자극하는 온갖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보드, 음악, 피규어, 아트 북까지 셀렉트 숍을 방불케 한다.

 

 

 

 

 

 

쇼룸과 사무실을 겸하는 곳으로, 사무실 한켠에 지금까지 나왔던 인케이스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컬레버레이션 아이템이 전시돼 있다. 출시하자마자 품절되어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기둥처럼 생긴 구조물 뒤편을 책장처럼 변신시켰다. 각 직원 자리마다 따로 서랍장을 두지 않는 대신 작은 진열대처럼 예쁜 것들을 올려두었다.

 

 

 

 

 

 

벽마다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프리즘에서 발간하는 컬처 매거진 <스펙트럼>의 표지 이미지들도 액자에 넣어두었다.

 

 

 

 

(왼쪽) 엘리베이터도 그냥 내버려두질 않는 콘텐츠 중독자들. 각 층마다 해당 층을 사용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프린트를 직접 제작해서 씌웠다.
(오른쪽) 양 대표의 오피스는 특이한 소품 외에는 나무 소재를 써서 미니멀한 가구들을 배치했다. 나무 서랍장은 그가 출장길에 포틀랜드에서 직접 구입해 온 것이다.

 

 

 

 

 

 

쇼룸처럼 꾸며둔 공간 가운데 회의 테이블을 배치해, 제품을 보면서 실질적인 회의가 이뤄지는 인케이스의 미팅 룸.

 

 

 

 

 

애플의 액세서리와 실용적이되 특색 있는 가방을 만드는 인케이스의 한국 공식 수입원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은 최근 신사동에 있는 5층 건물로 이사했다. 소문을 듣고 연락했을 때 홍보 담당자는 예상치 않게 난색을 표했다. “아직은 안 된다”는 모호한 답과 함께 연거푸 일정을 미루는데, 처음엔 기분이 썩 좋진 않았고 두 번째엔 호기심이 일었다. 마침내 촬영 날, 모든 의문은 금방 풀렸다. 지하까지 총 6층 규모의 빌딩 전체를 사용하면서도 인테리어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모든 공사를 직원들이 직접 진행했다는 것이다. 요란한 인테리어나 번지르르한 마감재 같은 건 아무 데도 없었다. 다만 꽤 실용적으로 보이는 화이트 철제 가구들과 거실에나 어울릴 법한 나무 가구들, 그 외엔 전부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에서 실제로 판매하는 물건들이다. VMD를 담당하는 주혜영 과장의 설명은 이렇다. “인테리어를 하려면 두세 달은 필요한데, 이전 사무실에서 빨리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일단 이사 와서 아무것도 없는 1층에 전 직원이 모여 앉아 업무를 했고, 싸온 짐들은 다른 층에 일단 꾸역꾸역 넣었어요. 업무를 하면서 공사를 동시에 한 셈이죠.” 덕분에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직원이 다닥다닥 책상을 붙이고 앉아 공사 소음을 고스란히 들으며 몇 달을 보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에 모든 의심이 눈 녹듯 사라진 것은 물론, 실제 사무실을 쓸 사람들이 직접 꾸민 공간에 대한 흥미는 더해졌다.


입주한 건물의 상태는 매우 낡은 채로 거의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강남 한복판에 있는 건물답지 않게 건물 뒷벽에 작은 대나무 숲이 있었고, 층마다 테라스가 있었으며,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면적이 좁아지는 재미있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출입구에 핸드 레일이 달린 경사로에선 스케이트보드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단장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건물을 프리즘을 통해 보듯, 다른 스펙트럼으로 알아본 셈이다.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은 인케이스 외에도 스노보드로부터 시작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버튼, 서브 컬처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아웃도어 브랜드 폴러스터프 등 여러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는 터라 브랜드 별로 층을 나눠 쓴다. 맨 꼭대기 층은 에어비앤비 숙소로 꾸며보려는 멋진 계획을 세웠지만 아쉽게 무산된 뒤 양준무 대표의 방으로 쓴다. 사내에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작은 스튜디오도 갖춰놓았고, 지하엔 버튼 AS센터까지 알차게 채워넣었다.


모든 브랜드가 각 사무 공간 못지않게 넓은 쇼룸을 갖게 된 건 프리즘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우리가 수입하는 브랜드는 바이어나 프레스 등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쇼룸이 꼭 필요해요. 단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나 스토리가 중요한 브랜드들이기 때문이죠. 디스플레이 그 이상의 이상적인 환경을 쇼룸에 갖춰두면 이미지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요.” 덕분에 이곳에선 인케이스가 그간 진행해 온 컬래버레이션 제품이나 리미티드 제품 등이 매장과 흡사하게 진열된 벽면 앞에 회의 테이블이 놓여 있고, 폴러스터프 미니 캠핑장처럼 꾸며진 곳에서 아웃도어 테이블을 놓고 미팅하는 그림이 나온다. “이전 사무실은 큰 빌딩에 입주한 형태였어요. 빌딩 관리인이 있어 편하긴 했지만 훨씬 삭막하고 제약도 많았죠. 여기선 화장실 선반 하나까지 만들어 달아야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모습대로 고쳐나가며 사는 게 좋아요. 여기 이사 오자마자 젤 처음 산 게 직원들끼리 치려고 산 탁구대였다니까요.”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은영 과장이 거든다.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에게 업무 환경이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압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티스트들과 문화적인 협업을 꾸준히 진행해 온 인케이스를 수입하는 회사, 로컬 문화를 담는 계간 컬처 매거진 <스펙트럼>을 발간하는 회사, 전방위 아티스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회사라면 응당 ‘쿨내’ 풍기는 브루클린 어디쯤을 연상케 하는 사무실을 기대하는 시선이(나처럼)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프리즘 사람들은 쿨한 사무실을 인위적으로 꾸며내서 ‘짠’ 하고 자랑하기보다 좀 투박한 듯 뚝딱뚝딱 고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택했다. 10년 전 회사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사무실에 있었던 못생긴 소파며 낡은 시계까지 버리지 않고 새 사무실에 무심하게 갖다 놓았다. 가구라곤 비싼 디자인 브랜드의 사무용 시스템 데스크 대신 양 대표가 포틀랜드에서 직접 사온 빈티지풍의 나무 책장이라든지 스케이트보드를 뒤집어 만든 벤치 등이 전부다. 사무실 한 켠에 쳐놓은 텐트에 갑자기 들어가 앉아 보라 해도 나 역시 주저하지 않을 것 같은, ‘이지’한 태도가 공간에서 느껴지는 신기한 사무실. “컴퓨터만 보고 있는 회사가 아니잖아요. 우린 환경에서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는, 즐기면서 새로운 걸 창출해 낼 수 있는 회사여야 해요. 직원들이 편안해야 제품을 사는 사람한테도 문화를 같이 만들자는 제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주혜영 과장은 말은 소위 ‘꿈의 사무실’ 같은 걸 꾸며놓은 회사의 홍보성 멘트하곤 거리가 멀었다.


문득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닌 생각이 났다. 건설회사 이름이 붙은 아파트만 대여섯 번은 옮겨가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1년도 채 안 살았던 양옥집과 그 앞마당의 풍경이다. 집으로 치면 주택으로 이사온 듯, 프리즘 디스트리뷰션의 역사에 가장 오래 기억될 사무실이란 건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Credit

  • editor 이경은
  • photographer JDZ Chung

이 기사엔 이런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