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컬러풀 하우스

풀 컬러의 향연이 펼쳐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럴딘 프리여의 집은 색깔에 관한 모든 상상을 실현한다.::제럴딘 프리여,인테리어,디자이너,인테리어 디자이너,컬러,화보,데코화보,데코,엘르데코,엘르,엘르걸,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5.06.26

 

레드 컬러로 심플하게 꾸민 욕실은 타일 사이즈를 달리 하는 방식으로 섬세한 디테일을 발휘했다.

 

 

 

 

 

 

침실 입구 벽에 붙인 오브제가 레드 컬러의 강렬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제럴딘 프리여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제작한 오브제다.

 

 

 

 

 

 

다이닝 룸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인 핫 핑크와 연두색으로 꾸몄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근처 무라노 섬에서 구입했다.

 

 

 

 

 

 

스탠드에 유리 디테일이 특이한 조명은 앤티크 마켓에서 구입했다.

 

 

 

 

 

 

소파들은 모두 각각 다른 시대의 것들로 빈티지 숍에서 따로따로 구입해 배치했다. 벽에 걸린 여자를 그린 초상화는 데미안 브루니어의 ‘장미의 지배자(dominante Rose)’, 그 앞에 놓인 미국식 램프는 솔-피아폰드(Sol-Plafond)로 1958년 제품이다.

 

 

 

 

 

 

하이힐 모양의 소파는 앤티크 숍에서 구입했으며 1980년대 캘리포니아 출신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벽에 붙인 스퀘어 형태의 글래스 조명은 Max Sauze.

 

 

 

 

 

 

제럴딘은 완전히 레드 컬러로 침실을 칠한 것이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4면이 통일된 컬러라 큐브 속에 들어온 것처럼 보호받는 듯한 안정감이 든다고.

 

 

 

 

 

 

제럴딘 프리여가 누운 핑크색 소파 섹시 돌(sexy doll)과 두 개의 골드 컬러 콘솔은 Rouge absolu. 그녀 뒤로 보이는 유리 모자이크는 1860년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20년간 파리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제럴딘 프리여(Ge′raldine Prieur)의 무기는 색깔이다. 보통 사람들이 공간을 꾸밀 땐 파스텔 톤이나 무채색 계열을 배경으로 안전한 선택을 하지만, 그녀의 팔레트 속엔 온통 강렬한 원색만 가득하다. 그녀 의 집은 어떨까? 건네받은 주소를 따라 찾아간 곳은 바로 개선문이 보이는 대로변에 있는 한 주택 건물,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오스만 건축양식의 고풍스러운 아파트였다. 문을 열자마자 강렬한 핫 핑크 컬러로 칠한 벽, 진한 그린 컬러 카펫이 주인보다 손님을 먼저 반긴다. 바이올렛과 에메랄드빛이 어우러진 거실, 천장과 바닥까지 새빨간 침실, 핑크로 도배된 다이닝 룸…. 여기가 실제로 누군가 먹고 자는 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정열적인 색채를 쓰는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세트장이라면 차라리 믿어질 만한 광경에 정신이 혼미해진 에디터를 흔들어 깨운 건 제럴딘의 경쾌한 등장이었다. “정말요? 실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다음 달에 미팅하기로 했어요! 제 컬렉션을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키가 훤칠한 그녀가 성큼성큼 다가와 집 안 곳곳으로 <엘르 데코> 코리아 팀을 이끈다. “컬러는 제 정체성이에요. 오히려 무채색으로 채운 모던한 집에서는 못살 것 같아요. 다양한 컬러들이 제 삶과 일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 집은 5년 전 이사한 후 지금까지 남편과 세 딸 그리고 제가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집이에요. 여기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요. 딥 핑크 컬러는 의외로 사람을 감싸주는 듯한 안락한 기분을 주죠. 실제로 살아보니 마음의 안정과 영감을 동시에 주더군요.” 그러나 역사가 있는 아파트라 공간이나 구조를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처음엔 모던하게 레너베이션할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니에요. 창문의 모자이크를 떼려고 수거 업체에 연락했는데, 매입해 가기로 한 회사 직원이 와서 보더니 너무 아쉬워하더라고요. 200년이 넘었고, 문화유산에 가까운 거라며 그 분이 오히려 저를 설득했어요. 그냥 원래 자리에 두면 당신도 분명 좋아하게 될 거라고요. 결과적으로 그의 말이 맞았어요.” 그리하여 제럴딘은 창문 틀을 시작점으로 아파트 전체의 컬러를 구상해 나가기 시작했다. 모자이크 사건(?) 이후 천장 장식 역시 그대로 살리기로 했고, 공간의 역사 위에 그녀의 스타일을 덧입히는 데 골몰했다. 컬러뿐 아니라 플라워 프린트나 기하학적 무늬 등 패턴을 풍부하게 쓰기도 했으며 거실에 걸린 커튼 패브릭도 직접 디자인했다. 강한 것과 강한 것이 만났을 때 생기는 독특한 시너지의 순간이 그녀에겐 가장 소중한 희열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단지 휘황찬란함을 좋아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집이란 공간은 주인인 우리의 삶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언제까지 쓸 수 있느냐는 것만 고려하기보다 그때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테리어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벽지나 가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컬러를 이용한 소품이라거나 포스터 한 장으로도 집을 통해 나를 표현해 나가기 시작하면 그게 또다시 삶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돌아오거든요. 집과 내가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컬러와 패턴을 언어로 삼는 것이죠.” 가장 기본이 될 만한 빨강, 초록, 파랑 중 하나를 메인으로 택하고 다른 컬러를 부수적으로 쓰는 게 그녀의 노하우. 그러나 빨강도, 초록도, 파랑도 밝은 것부터 어두운 것까지 수십 가지의 톤이 있다. 다른 컬러와 성격을 맞춰가며 탁한 그린이든 어두운 그린이든 원하는 계열을 선택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 동시에 제럴딘이 가장 잘하는 장기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많은 컬러를 쓰는 게 겁이 난다면, 정말 좋아하는 색깔부터 하나씩 공간에 채워나가는 방법이 좋겠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잡동사니들은 붙박이형 시스템 가구들 속에 모두 숨기고, 컬러 인테리어가 두드러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딸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제 방, 그중에서도 제 침대 위랍니다. 고민이 있거나 여자들만의 대화가 필요할 때 딸들이 달려올 수 있게 침실 문은 항상 열어둬요. 또 식사 시간 외에도 다이닝 룸에서 티타임 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식기장에서 각각 좋아하는 찻잔과 접시를 꺼내와 빙 둘러 앉는 거죠. 사는 모습은 누구나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집이 엉망이었다면 오히려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덜 가졌을 것 같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몰랐을 것 같아요.” 그녀는 이 집에 살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음을 고백한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집에 돌아와서 또 다른 창작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도자기 함으로 향초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재클린 오나시스가 설탕 단지로 썼다는 1930년대 도자기를 우연히 발견한 후, 집에 남겨둔 창틀 모자이크처럼 사라져가는 옛것의 아름다움을 되살려보기로 한 것이다. 컬러 테라피가 단지 시각적인 자극 외에도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프랑스 장인들이 만드는 컬러 벽지와 패브릭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컬러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그날을 위해!

 

 

 

 

Credit

  • editor 이경은
  • writer 김이지은
  • photographer Diane Arques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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