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블랙'이 선사하는 경이로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얀과 캐시 스미스의 집은 ‘블랙이 얼마나 따뜻하고 안락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까만 벽과 하얀 가구가 빚어낸 공간의 콘트라스트는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주는 어우러짐의 미학, 그 이상이다.::블랙,인테리어,인테리어 디자이너,공간,아트워크,벨기에,주방,거실,러그,패브릭 소파,데코,엘르데코,엘르,엘르걸,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4.12.10

 

작은 갤러리처럼 집 안 곳곳을 장식한 아트워크 중 하나다. 현관의 드라마틱한 블랙 벽면을 지나면 그 끝에 조각상이 있다.

 

 

 

 

 

(왼쪽) 건물 외관. 1910년부터 목사관으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했다.
(오른쪽) 건물 내부 공간 중 다이닝룸. 화이트와 블랙의 조화가 모던하다.

 

 

 

 

 

 

현관을 지나 알루미늄 프레임의 유리 도어를 통과하면 다이닝 룸으로 이어진다. 심플한 테이블은 주문 제작한 것으로 이에로 사리넨, 아르네 야콥센, 한스 J 와그너의 화이트 체어들로 공간을 채웠다.

 

 

 

 

 

 

 네 개의 메탈 도어가 장식된 아가(Aga) 레인지 하단에는 환풍 장치가 있고, 모로코 타일로 라이닝을 처리해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오리지널 바닥 타일은 그대로 활용해 공간 특유의 드라마틱함을 강조했다. 펜던트 조명은 데비 라이팅(Davey Lighting) 제품으로 공간에 모던한 느낌을 준다.

 

 

 

 

 

 

화이트 컬러의 심플한 벽면은 거실 분위기를 한층 밝고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천장과 바닥 마루는 블랙 컬러로 공간을 분리했고, 커다란 러그와 패브릭 소파로 따뜻한 질감을 더했다. 월넛 프레임의 트윈 가죽 체어는 캐시와 얀이 직접 디자인한 것. 맞은편의 클래식한 ‘페이퍼’ 플로어 조명은 스튜디오 욥 by 모오이.

 

 

 

 

 

 

(왼쪽)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바닥은 오리지널 타일을 그대로 활용해 통일감을 주었다. 벽난로 타일 역시 주방과 동일한 제품을 사용했다. (오른쪽) 독특한 패턴의 바닥과 심플한 블랙 앤 화이트의 벽면 대비가 현관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침실. 화이트 배경으로 경쾌하면서도 안락한 공간이 탄생했다. 창문에는 심플한 캔버스 블라인드를 장식했다.

 

 

 

 

 

 

블랙이 선사하는 뜻밖의 욕실. 스톤 소재의 세면대와 골드 컬러의 수도꼭지로 하우스의 낡은 특성을 그대로 살렸다.

 

 

벨기에 북쪽 앤트워프 인근의 하인동크(Heindonk) 마을, 목사관을 개조한 얀(Jan)과 캐시 스미스(Kathy Smiths)의 고딕풍 집은 멀리서도 한눈에 띌 만큼 웅장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이들의 집에 대한 열정은 단순히 건물 외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전적인 건축물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모던한 가구로 내부를 꾸미는 것, 현대와 과거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것이 부부의 인테리어 철학이다. 집 안은 이보다 더 모던할 수 없을 만큼 간단 명료하다. 마치 자신들의 인테리어 디자인인 ‘파-파토(Pas-Partoe)’의 드라마틱한 쇼케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메인 테마는 블랙 앤 화이트다. 현관 입구는 온통 블랙 톤의 벽면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끝에 선 화이트 컬러의 조각상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흥미로운 점은 각 방을 따라 이동하며 느끼는 색의 미묘한 변화다. 어떤 공간에서는 벽면이 하얗고 천장이 까맣지만 또 다른 공간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컬러를 배치해,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공간임을 보여준다. ‘빛과 어둠’이라는 음영의 변화를 ‘블랙과 화이트’로 표현한 대담함 역시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친밀감이 느껴지는 사교적인 공간, 이를테면 거실과 다이닝 룸에는 화이트 톤이 지배적이고, 창문에는 드레이프 장식의 커튼을 달아 밝은 빛이 들어오도록 꾸몄다. 여기에 웜 톤의 텍스타일과 안락한 가구를 활용해 따뜻한 효과를 주었다. 현관에서 주방과 욕실에 이르기까지 바닥 타일은 과거 목사관의 타일을 그대로 보존해, 시간의 흔적을 남겼다. 거실에서 가장 인상적인 가구는 벽장이다. 하얀 벽장은 얼핏 보기에는 벽 같이 보이지만 벽 사이즈에 맞게 주문 제작한 가구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TV, 바 캐비닛 같은 가구들을 가려줘 시선의 분산을 막아준다. 이 벽장(벽면)은 유리문으로 된 벽난로를 거쳐, 맞은편의 다이닝 룸으로 이어진다. 복잡한 잡동사니들을 시야에서 없앤 덕분에 아트워크와 책, 조각상 등의 예술품들을 자유롭게 전시하며 공간에 활력을 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들만의 ‘미니멀 갤러리’다. 침실에 걸린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비롯해 곳곳에는 대형 흑백 포트레이트 사진들이 장식돼 있다. 이 넓은 집에서 두 사람은 대부분 주방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래서인지 주방은 다른 공간에 비해 조금 더 과감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다양한 톤의 블랙 컬러와 독특한 질감을 공간 곳곳에 입혀 인테리어에 깊이를 더했다. 젤리즈(Zellige 유약을 바른 벽돌)로 알려진 반짝이는 모로코 타일은 벽면에 반사돼 오묘한 광택을 만들어내고, 블랙 에나멜로 칠한 아가 레인지나 샌드 블라스트로 마감된 오크 수납장과도 그럴듯한 조화를 이룬다. 앤티크한 골드 수도꼭지와 인더스트리얼풍의 돌 세면대가 놓인 욕실 역시 멋있기는 마찬가지.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는 블랙 드레이프 커튼과 조각상들이 그저 씻기 위한 기능적인 공간이 아닌 예술적인 공간임을 암시한다. 얀이 전했다. “웅장한 고딕풍의 건물, 최소한의 것으로 모던함을 표현한 인테리어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우리 가족의 공간이라는 느낌이에요. 그저 보여주기 위한 집에는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Jan & Kathy Smiths’ STYLE
이 집이 마음에 드는 이유 일단 위치가 좋고, 유서 깊은 히스토리에 매료됐기 때문이에요. 이 집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 처음 정원에 들어섰을 때, 건물을 보자마자 묘한 노스탤지어에 사로잡혔던 순간! ‘이것만은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주방에 아가 레인지를 설치하는 것. 내게 주방은 집의 심장과도 같으니까요. 당신에게 이 집은 어떤 의미 우리 부부의 정체성 그대로예요. 옛것과 새 것의 조화! 그 콘트라스트가 주는 에너지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죠. 아트워크나 가구들은 모든 가구엔 진정성이 닮겨 있어서,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마룻바닥에서부터 아트피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부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죠. 나만의 인테리어 비법 가장 중요한 점은 빛을 잘 활용하는 것.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을 살려 빛을 조절해야 해요. 색의 음영을 조절하는 것 역시 중요해요. 어두운 공간을 다양화하면 공간에 깊이가 생기면서, 집에 신비로운 느낌이 더해지거든요.

 

 

 

Credit

  • writer Jackie Daly
  • photographer Morten Holtum
  • Stylist Lykke Foged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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