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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9. SUN

Beautiful workplace Ⅰ 일하고 싶은 사무실

어쩌면 집보다 더 많은 인생을 보내는 일터. 그 시간과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엘르 데코>는 아름다운 사무실을 찾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일에 영감을 주고, 일하는 이들이 더 행복하고, 삶을 더 생기 있게 바꾸는 사무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으며. 먼저 지구상에서 스마트하고 라이브한 곳,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 기업의 본사를 다녀왔다. 또 서울에서도 너무 쿨해서 자꾸 일하고 싶은 사무실을 찾았다.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현대카드 디자인랩, 구글 코리아의 사무실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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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RBNB San Francisco

    여행갈 때 호텔에서 자는 대신 외국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하는 것 같이, 집주인들이 자신의 방을 빌려주도록 중개하는 온라인 숙박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는 숙소 또한 여행 경험의 일부임을 믿는다. 멋지고 세련된 사무실이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집처럼 편안하다. 

     

     

    메인 로비는 1층부터 5층까지 뻥 뚫려 있는데, 너무 넓어서 오히려 압도적인 느낌이 들 정도. 직원들은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

     

     

     

     

     

     

    로비 한쪽 외벽 전면을 식물로 덮었다. 안쪽에 배수장치가 돼 있어 식물들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으며 근처를 지나가면 풀 냄새가 난다.

     

     

     

     

     

     

    메인 로비에는 ‘직원 나무’가 있다. 에어비앤비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이고 아래에 입사 날짜와 근무하는 나라를 적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조 게비아와의 점심 식사.

     

     

     

     

     

     

    도시 남쪽은 오래된 공장과 낡은 대형 건물만 남아 있는 구도심 지역으로 원래 길을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동네였으나 에어비앤비가 초대형 5층 건물을 임대해 들어오면서 주변 지역까지 살아났다.

     

     

     

     

     

     

    각 층의 미팅 룸은 모두 안쪽 벽 방향으로 창문을 내어 답답하지 않게 설계했다. 현재는 4, 5층만 쓰고 있고 2, 3층은 비어 있는 상태다.

     

     

     

     

     

     

    밀란 룸의 안쪽 회의실. 실제로 밀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스트의 집을 그대로 재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뮤지션의 방처럼 정신 없지만 편안한 업무실. 에어비앤비가 진출한 나라의 국기들이 걸려 있는 사무 공간. 버섯 돔 형태로 혼자 들어가 일할 수 있는 방, 인디언 요새 같은 상자 안에 들어가 일하는 직원.

     

     

     

     

     

     

    (위) 카페테리아 한쪽 벽을 차지한 일러스트레이션. 사내에서 필요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픽사 출신의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 에어비앤비의 메뉴는 건강식을 지향한다. 정크푸드는커녕 프렌치 프라이조차 찾아볼 수 없고 미국 대표 음식인 버거도 몇 달에 한 번 먹기 힘들다고 한다. 에디터가 먹은 메뉴는 불에 익히지 않은 재료만 있는 샐러드 바, 후무스, 퀴노아, 양고기 스튜, 구운 닭 가슴살 등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라 할 만큼 모든 것을 새로 짓고 있다. 한동안 샌프란시스코는 별로였다. 집값은 살인적이고, 비즈니스 구역 외에는 거지가 많았으며, 문화적으로도 히피나 게이의 성지라는 과거의 유산에 기댔다. 그러나 이 도시는 캘리포니아 특유의 한가롭고 자유로운 분위기, 그러면서도 도시답게 빽빽하고 분주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 인터넷 시대가 오고, 실리콘 밸리가 부흥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다시 살아났다. 청운의 꿈을 안은 ‘스타트업’ 컴퍼니들이 즐비하고, 실제로 그들이 이룬 신화는 대학생들을 세계적인 갑부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일하는 타입이 아니다. 젊고, 놀기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연결시키기도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에어비앤비의 창립자 조와 브라이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평범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었고,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2008년 어느 여름, 비싼 월세에 시달리던 세 명의 룸메이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조 게비아(Joe Gebbia), 네이선 블레차르지크(Nathan Blecharczyk)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형 컨퍼런스가 열리는 기간에는 호텔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자신들의 거실에 간이 ‘에어 매트리스’를 깔아 인터넷에 렌트 공고를 냈다. 세 명의 손님이 왔고, 집에 묵었던 사람들이 낸 돈으로 밀린 월세를 해결한 것은 물론, 이후 그들과 친구가 됐다. 그것이 ‘에어 베드 & 브렉퍼스트’, 에어비앤비의 시작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나 남는 방을 빌려주고 싶은 ‘호스트’가 직접 숙소 정보를 올리면, 여행지에 가서 호텔이 아닌 곳에서 자고 싶은 ‘게스트’가 그들과 연락을 취해 계약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에어비앤비 사이트(www.airbnb.com)에서 진행된다. 단지 날짜만 입력하고 결제만 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과 손님이 여행에 대해 많은 대화를 온라인에서 나눈 후에 서로 동의해야만 숙박이 결정된다. 여행에서의 하룻밤을 좀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수많은 이용자들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창업 5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60만 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된 글로벌 사이트가 됐다.

    폭발적인 성공에 맞춰, 이들은 약 9개월 전 지금의 샌프란시스코 남쪽 브래넌 스트리트로 이사했다. 도시 남쪽은 오래된 공장과 낡은 대형 건물만 남아 있는 구도심 지역으로 기존엔 길에 다니는 이도 별로 없는 동네였지만, 에어비앤비가 초대형 5층 건물을 임대해 들어오면서 주변 지역까지 살아났다. 직원 수는 400여 명, 아직도 빈 공간이 상당할 정도로 드넓은 빌딩이다. 1층부터 5층까지 뻥 뚫린 구조라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는 로비에선 작은 소리로 말해도 동굴처럼 울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개인 책상이 놓인 사무실은 보이지 않고 희한한 방들이 즐비하다. 누군가의 집을 빌려 숙박하도록 돕는 에어비앤비의 모토 그대로, 사무실 내에 실제 집처럼 꾸민 방들을 회의실로 만들었다. ‘파리’ ‘코펜하겐’ ‘발리’ ‘밀란’ 등 도시 이름이 붙은 회의실의 인테리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호스트’의 집을 똑같이 재현했다. 창업자인 조와 브라이언의 아파트(지금도 에어비앤비에 등록되어 있다!)를 재현한 회의실도 있다. 그 외에도 ‘오타쿠’적 성향의 엔지니어들을 위한 ‘긱 룸’, 도서관을 재현한 방, 고풍스러운 대저택 응접실처럼 꾸며진 방, 누군가의 어지럽혀진 아파트 같은 방 등 컨셉트 대로 꾸민 휴게실들이 몇 미터 간격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혼자 동굴처럼 웅크리고 들어가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개인실도 꽤 많다.

     

    창업자들이 실제로 경험해 본 ‘생소한 곳, 남의 집에서의 하룻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케이스를 분석하고 고민해서 더 좋은 하룻밤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에어비앤비에 있는 모든 직원이 하는 일이다. 안전 팀은 호스트와 게스트에게 생길 수 있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케이스를 분석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환대 팀은 호스트가 호텔리어처럼 좋은 공간과 서비스를 친절하게 제공하도록 교육한다. 또 엔지니어들은 숙소 검색은 물론 민감한 개인 정보 보호나 결제 등이 모두 에어비앤비 내에서 가능하도록 편리한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그래서 직원들의 배경은 전직 군인, 호텔리어, 세일즈맨, 경찰관 등 천차만별이고 나이대도 다양하다. 여타 IT 기업들과는 다른 구성원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애완동물 동반 출근을 허용한다지만 에어비앤비만큼 강아지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회사도 없다.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구내식당 ‘Ate Ate  Ate ’엔 생맥주 기계까지 구비되어 있는데, 직원들의 절제 능력(?)을 믿는다고. 최고경영자라 해도 다를 바 없다. CEO 조 게비아는 구내식당 메뉴를 들고 와 로비에서 식사 중이던 에디터 테이블에 합석했고, CTO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뒷마당 데크에 걸터앉아 창업 스토리를 들려줬다.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본사 디자인은 인천공항 탑승동을 설계했던 글로벌 건축기업 겐슬러(Gensler)가 했다. 회의실 컨셉트 대로 최대한 집처럼 편안하게, 그 외 사무공간은 아무 장식 없이 심플하게 나누는 것 외에는 디자인 면에서 별다른 장치를 배제했다. 다만 동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는 데 집중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멀지 않도록 미팅 룸들을 작은 ‘ㅁ’ 자로 배치했고, 그 덕에 모든 미팅 룸에 로비와 통하는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 사무실 쪽 창문을 내다보니, 북쪽으로는 고층 빌딩과 남쪽으로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천장은 완벽한 사무실의 뻔한 공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오픈된 통창으로 자연광이 쏟아진다. 호사스런 데커레이션도 없이, 편안함을 강력한 무기로 가진 사무실이 세상에 또 있을까? 단 몇 시간 만에 내 사무실인 것마냥 앉아 있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사무실이 따듯한 마음으로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