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도발적인 통유리 하우스

지난 4월 11일 밤, 폐쇄된 싱가포르 칼랑 공항의 격납고에 이상한 집이 들어섰다. 캘빈 클라인 홈 컬렉션이 놓인 집 안에서 모델들이 밖에 모인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 집인 것처럼 태연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이 멋지고 위험한 통유리집은 캘빈 클라인 컬렉션을 위한 곳이다. 이곳을 지은 건축가와 이곳을 채운 캘빈 클라인 홈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캘빈 클라인의 도발적인 행보에 관해 물었다.::데코,인테리어,에이미 멜런,조슈아 프린스 라무스,캘빈 클라인,캘빈 클라인 홈 컬렉션,크리에이터,건축가,디자이너,엘르,엘르걸,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4.07.23

 

AMY MELLEN 에이미 멜런

캘빈 클라인 홈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번 시즌의 캘빈 클라인 홈 컬렉션을 소개한다면 다이닝 가구 중에 그레이를 약간 더한 브라운 컬러에 금속 소재를 이용하거나 블랙 컬러로 마감한 식탁 등을 새로 선보인다. 또 새로 론칭하는 침구류 럭셔리 라인을 위해 전시장에 침대를 3개나 배치했다. 그 외에 접시 등 테이블웨어와 몇 가지 러그 등이 새로 나왔다.

 

침구류에 플라워 패턴을 썼는데, 캘빈 클라인의 옷에서 플라워를 본 적이 없어서일까? 꽤 눈에 띄었다 20년 전쯤, 캘빈 클라인 침구에 아주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장미 패턴이 등장한 적 있었다. 사람들은 침실에 뭔가 여성스러운 터치를 가미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남자들조차도 말이다.

 

캘빈 클라인은 모노톤이라 다양한 색상을 쓰거나 튀는 표현을 하기가 어렵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컬러를 좋아한다. 인도에 갔을 때 핑크 컬러라든지 반짝이는 뭔가를 붙인 옷감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그것을 컬렉션에 시도해 보려고 하니까 팀원들이 “저기, 에이미, 좀 적당히 하는 게 어때?”라고 했다(웃음). 많은 컬러가 눈에 들어와도, 캘빈 클라인은 기본에 충실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베이식하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제약일 수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방의 모든 것을 바꿔버리지 않고도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캘빈 클라인 홈 컬렉션을 위한 이상적인 집을 상상한다면 미니멀한 집이면 좋겠다. 소재로 접근하면, 이번 캘빈 클라인 컬렉션을 선보인 글라스 하우스처럼 유리를 자유롭게 활용할 것을 제안하겠다. 집은 최대한 깔끔하게 그러나 유리를 통해 자연을 집의 일부처럼 바라볼 수 있게 꾸미면 멋있을 것 같다.

 

서울의 집들은 보통 아주 좁고,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내부적으로 아시아 나라의 집들에 관해 비슷한 얘기를 했다. 큰 가구를 들여놓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뉴욕도 마찬가지다(웃음).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를 캘빈 클라인 홈에도 반영하는가 우리는 트렌드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패션과 가장 큰 차이를 꼽으면, 집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고, 오래 사용할 물건들이 놓여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시대적인 유행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팜 스프링스풍의 모더니즘이 현대적이면서도 휴식을 주는 느낌이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JOSHUA PRINCE RAMUS 조슈아 프린스 라무스
건축가, REX 디자인 사무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표현하려던 것은 무엇인가 캘빈 클라인이 패션으로 구현하는 이미지를 건축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내 생각에 캘빈 클라인은 고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설적이기도 했다. 아주 모던하고 심플하면서도 반항적이고 유토피아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오래된 공항의 격납고는 전혀 모던하지 않은데
그래서 재미있었다. 굉장히 멋지고 고급스런 가구와 낡고 녹이 슨 철제 골조 격납고의 대조를 드라마틱하게 극대화시키려고 했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젊은 건축가로 선정됐다. 관심과 명성 이후 변한 게 있는가 디자인 분야에서는 명성을 얻고 싶다고 얻어지는 세계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 중에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많다.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라는 사람을 들어본 적 있나? 1972년에 그가 프리츠커상을 받기 전까진 아무도 그를 몰랐고, 지금도 일종의 스타 디자이너들과는 거리가 멀다.

 

당신은 건축가가 되기 이전에 하버드와 예일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철학의 역사는 살아 있는 누군가가 죽어 있는 철학자들을 두들겨패는 것의 연속이다. 물론 산 사람이 언제나 이긴다. 어느 순간 철학이 살아 있는 누구와도 논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건축을 하게 된 이유다. 건축계의 누구도 철학에 따라 건물을 짓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 철학을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

 

철학을 건축에 어떻게 적용하는가  많은 건축가들은 그저 미학만 가지고 있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건축은 어떤 방면에서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그러려면 건축은 철학적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건축가는 건축을 그들이 좋아하는 노래나 의자 정도로 대한다.

 

당신의 디자인에 대해 사람들은 ‘모던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던한 집은 ‘흰색에 아무것도 없고 유리를 많이 쓴 집’ 정도일 것이다. 내가 생각한 모던은 미학적이면서도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건물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만든 캘빈 클라인 ‘팝업’이 고상하면서도 외설적이고자 했다는 것처럼 미학적인 것 외에 약간 반항적인 기능이 추가되어야만 모던해지는 것이다.

 

집과 같은 주거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어떤가 집은 정말 디자인하기 어려운 소재다. 세상 모두가 집에서 자랐고 친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비판할 수 있다. 독특한 것을 하기도 어렵다. 특별한 집을 지은 건축가는 패션계에서 완벽한 블랙 수트나 블랙 드레스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같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장 훌륭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당신의 집은 어떻게 생겼나 내 집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오래된 건물인데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안 좋은 일은 자신의 집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다. 시간은 시간대로 쏟아 붓고 결국 다 망쳐버리게 될 테니까. 또 내 집을 내가 디자인하는 건 너무 나르시시스트 같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의 창작에 놀라고 기뻐하며 살고 싶다.

 

당신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의외겠지만 ‘즐거움’이다. 건축의 궁극적인 목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그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완성했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기쁨을 느낀다. 그런 과정의 기쁨이 없다면 제대로 된 건축이 아니다.

 

 

 

Credit

  • editor 이경은
  •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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