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김녕 바다가 보이는 모던 하우스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모델학과 교수 최미애, 이꼬이를 운영하는 셰프 정지원, 포토그래퍼 최용빈. 이 세 사람의 집은 제주의 바람, 제주의 언덕, 제주의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바야흐로 제주의 계절이 왔기에, 그들의 제주도 하우스를 찾아갔다. 오늘은 두 번째, 포토그래퍼 최용빈의 모던 하우스.::제주,제주도,제주 여행,라이프 스타일,인테리어,건축,리빙,김녕 해수욕장,엘르,엘르걸,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4.07.02

Choi Yong Bin
포토그래퍼

 

 

가족이 사용하는 집 앞에 손님을 위한 작은 별채를 지은 최용빈의 집. 원래는 가로로 앉아 있던 집을 새롭게 집을 지으면서 세로로 바꿔서, 아침에는 부엌 창으로 해가 들고 저녁에는 거실 쪽으로 해가 진다.

 

 

 

 

 

 

(왼쪽) 벽을 커팅해서 모던한 벽난로를 숨긴 거실 벽. 안쪽 침실과 공간을 나누기 위한 파티션 역할도 한다.
(오른쪽) 부엌 창은 문과 같은 사이즈로 넓게 배치해 마당이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컬러풀한 아웃도어 가구는 프랑스 브랜드 페르몹(Fermob). 뒷집의 초록색 지붕과 테이블 세트가 맞춘 듯 잘 어울린다.

 

 

 

 

 

 

마주보고 있는 문을 열면 앞마당에서 뒷마당이 보인다. 마침 잔디를 깎으며 지나가는 최용빈.

 

 

 

 

 

 

지붕 사이에 틈을 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한 천장, 밖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안에서도 빛이 만드는 선을 볼 수 있다.

 

 

 

 

 

 

부엌 가구와 스툴은 모두 맞춤으로 제작해 가족이 가장 사용하기 편한 높이로 맞췄다.

 

 

 

“처음엔 다들 ‘왜 그 돈 주고 여기를 사요?’ 그랬어요. 사람들은 몰랐지, 왜 샀는지. 이 동네를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알아요. 좋아요. 진짜 좋아요. 해안도로 쪽으로 10분만 걸어가면 김녕해수욕장이에요. 관광객도 별로 없고, 그냥 바다가 나한테 왁 쏟아져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 최용빈은 밀짚 모자를 쓰고 다 떨어진 ‘쓰레빠’를 신은 채 풀을 뽑고 있었다. 낫을 들고 있는 그의 손에 원래 들려 있어야 하는 건 카메라다. 하지만 패션 포토그래퍼로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에지 있는 화보를 찍는 남자는 여기 없다. 최용빈은 3~4년 전에 이 집터를 샀다. 구상만 하다 2년이 흘러 집을 지은 지는 1년쯤 됐다. 있는 집을 고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는 일부러 완전히 새 집을 올렸다. “한 번 지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건축이란 과정을 모르니까, 책 사서 공부해 가면서 시행착오 겪어가면서 돈도 더 많이 쓰고 했죠. 해놓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요. 서울에는 단칸방만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칸방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워 주저하던 차, 최용빈이 스스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서울에는 큰 집이 필요 없다는 거예요. 서울은 일하는 데니까. 전 학교 다닐 때 ‘이거 배워서 성공 못하면 고향에나 내려가지 뭐’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정말로 부러웠어요. 갈 곳이 있다는 게. 사진을 가르쳐봐도 서울에서 건물만 보고 자란 애들 사진하고, 시골에서 자연을 보고 자란 애들 사진하고 달라요. 이렇게 드넓은 바다와 산을 보고 살면 자신이 초라하다는 걸 느끼잖아요. 사진이 겸손해요. 그래서 이제라도 좀 겸손해지려고(웃음).” 설계할 때부터 최용빈이 건축가에게 요구한 것은 ‘제주다움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마을에 높은 집이 하나도 없으니 우뚝 솟아 보이지 않도록 단층으로 지었고, 원래 있던 집들과 잘 어우러지도록 세모난 지붕 모양을 살리기도 했다. “사실 좀 더 소박한 집을 원했는데, 짓다 보니 좀 번듯해졌어요. 벽도 돌담처럼 꾸미고 싶었지만 사정상 콘크리트로 남겨두게 된 거고요. 담벼락도 처음에 잘못 쌓아서 다시 쌓은 거예요. 동네 다니다 보니까 우리 집만 너무 못 생겼더라고. 이 마을에 미안해서라도 다시 해야 했어요. 제주에서는 담이 중요하거든요.” 그는 멋진 건축물보다 아무 때나 내려와도 편안하게 받아주는 진짜 휴식을 원했다. “서울에서 정신 없이 살다가 제주에 오면 시간이 정말 천천히 가요. 저에겐 정말 필요했던 ‘멈춤’이에요. 지난 주에 왔다가 이번 주에 오면 없던 꽃이 피어 있는 게 신기해요. 여기 아줌마들 따라서 바닷가에서 톳을 캐다가 두부 하고 먹으니까 또 말도 못하게 맛있어요. 이런 재미…. 차 타고 관광 다녔으면 못 봤을 것들이잖아요. 그 전까지는 그런 멈춤의 시간이 출장 갈 때 비행기 안에서뿐이었어요. 그걸 내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어요.”

 

집은 최용빈에겐 비움을 선물했고 올해 여섯 살 된 그의 아들 현준에겐 채움을 선물했다. 실내에서도 아들의 방을 제일 신경 썼는데, 방문을 열자마자 아이 눈높이에 칠판이 붙어 있고 침대 옆으로는 어린이 키에 맞춘 낮은 책장,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벽 속에 숨긴 옷장이 들어 있다. “현준이가 여길 굉장히 좋아해요. 뒷마당에 수영장 갖다 놓고 물 채워주면 얼마나 잘 노는지. 이번에는 조경을 마무리하려고 그냥 혼자 왔는데, 아까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더니 자기 안 데려왔다고 삐졌어요. 가끔 잘 있다가도 뜬금없이 ‘제주도 또 가고 싶다’ 그래요. 아들이 크면 여기 내려와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휴가철에 외국의 좋은 리조트에 갈 때보다 제주 집에 올 때 훨씬 더 기쁘다고 말하는 아빠의 얼굴은 예뻤다.

 

 

 

Credit

  • EDITOR 이경은
  • PHOTO KIM S. GON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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