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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에 사는 남자, 장 피고치

개인 전용기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갑부이자 아프리카 예술품 수집가 장 피고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아프리카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다채로운 컬렉션은 아프리카 예술의 현재를 가장 잘 대변한다. 파나마 대륙 위 심카 섬에 건축한 그의 은밀하고 사적인 궁전을 탐험했다.::인테리어,데코,액자,거실,서재,아프리카 예술가,장 피고치,앙드레 마그넹,존스턴 포스터,에토레 소사스,엘르,엘르걸,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4.04.24

 

 

 

 

 

코피 쿠아쿠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상 앞에 선 장 피고치. 성주 같은 모습이다.

 

 

 

 

 

 

 

바닥에 있는 모형은 존스턴 포스터(Johnston Foster)의 새우 모티프로 유명한 ‘비스트 오브 버든(Beast of Burden, 1999)’. 앞에 놓인 쿠션 겸 소파는 ‘투엠 플라워 by 카이카이 키키(2M Flower by Kaikai Kiki)’, 벽의 그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모케(Moke)의 ‘마마, 아프리카 의사(Mama, Docteur Africain, 1999)’, 시프리앙 토쿠다그바(Cyprien Tokoudagba)의 ‘우드지우드지그베 (Woudjiwoudjigbe,1995)’, 마지막은 에토레 소사스의 ‘만다린 by 놀(Mandarin by Knoll, 1986)’.

 

 

 

 

 

 

식당의 오른쪽 벽에 걸린 작품은 몽세고 슐라(Monsengo Shula)의 ‘상업화된 자연보호주의가 자연을 죽일 때(Priere de la Vierge Nature, 2008)’.

 

 

 

 

 

 

 

왼쪽 작품은 리처드 오냥고(Richard Onyango)의 ‘어셉티드 러브(Accepted Love, 1990)’, 오른쪽 작품은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의 유화 ‘말을 탄 세키어 영사(The Chancellor Seguier on Horseback, 2005)’.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아니미스트 조각상이 전시된 대나무 장식의 침대.

 

 

파나마 대륙 서쪽 해안에 자리한 심카 섬(Simca island)에는 장 피고치(Jean Pigozzi)의 거대한 집이 숲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심카 자동차 공장의 상속자이자 예술품 컬렉터인 그는 아프리카 컨템퍼러리 예술품들을 모아 자신의 소유인 이 섬에 전시회를 열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어떤 재료도 구할 수 없었던 이곳에 거대한 궁전을 세우기란 쉽지 않았다. 기둥과 마루부터 사소한 못 하나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미국, 멕시코 등을 넘나들며 일일이 배로 실어와야만 했다. 공사는 콜롬비아의 유명 건축가 시몬 벨레즈(Simon Velez) 에토레 소사스(Ettore Sottsass 198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을 대표하는 멤피스 그룹의 핵심 인물)의 절친한 건축가 마르코 자니니(Marco Zanini)가 맡았다. 그래서일까, 주택 곳곳에 소사스의 흔적이 묻어 있다. “나와 마르코에토레 소사스와 아주 친하지만, 색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에서 그의 일반적인 건축물들과는 달라요. 블랙과 화이트로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었죠. 내가 수집한 작품들에 컬러는 이미 차고 넘치거든요!” 본채와 3개의 별채를 합한 넓은 공간에는 총 200점이 넘는 아프리카 컨템퍼러리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1989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마술사들 Les Magiciens de la Terre 서양 미술가와 무명의 제3세계 작가의 작품을 한 데 모은 전시>을 보고 아프리카 예술과 사랑에 빠졌어요. 그날부터 오로지 아프리카 예술품으로만 구성된 컬렉션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전시회의 부책임자였던 앙드레 마그넹이 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며 작품들을 모았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예술품들은 그저 ‘나무 토막에 녹슨 못을 박은 조각상’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하지만 아프리카는 지금 수많은 예술가들이 재능을 펼치는 대륙이죠. 나는 제네바에 1만 점이 넘는 아프리카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수집할 거예요.” 파나마 집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가 보유한 수많은 걸작들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중국 부자들은 중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고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예술품을 사요. 하지만 아프리카 갑부들은 여전히 벤츠를 사거나 고급 빌라를 짓는  데만 급급할 뿐 예술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예술의 가치는 늘 저평가돼 있죠.” 다행히 요즘엔 그림, 조각, 사진 등 장르에 관계 없이 작품 활동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으며, 장 피고치의 아프리카 예술에 대한 관심 역시 그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데 일조한다. “아프리카에는 크게 두 종류의 예술품이 있어요. 내가 수집하는 컬러풀하고 독특한 작품들과 투박하기만 한 일반적인 아프리카 예술 작품들이죠.” 이제 겨우 출발선에 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발전을 위해 장 피고치는 다양한 방법으로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한다. “아프리카 화가들은 주로 싸구려 리넨 소재의 캔버스에 구하기 쉬운 도료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서 안료가 벗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지만 콩고와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어려워요. 작품을 갉아먹는 기생충들이 그 원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에 작품을 보내 다양한 작업을 거쳐요. 그리고 어렵게 탄생한 작품들에게 이곳 심카 섬은 가장 이상적인 기후예요. 냉방 장치가 설치된 제네바의 안전금고보다 이곳이 훨씬 낫다니까요.”

 

 

 

Credit

  • EDITOR Philippe Tretiack
  • 손은비 photo Floto
  • Warner(Otto)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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