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소재, 특별한 작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DECOR

특이한 소재, 특별한 작품

좋은 목수는 연장 탓하지 않는다지만, 좋은 작가에게 좋은 재료는 반드시 필요할지어다. 특이한 소재로 꾸준히 작업하는 가구 디자이너 4인에게 물었다. 재료가 수단을 너머 목적이 되기도 하느냐고.

ELLE BY ELLE 2014.04.05

 

이광호 LEE KWANG HO
이광호는 수 년간 선의 매듭짓기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었다. 털실이 늘어지는 형상의 전깃줄 조명, 케이블을 꼬아 만든 의자 등으로 한국을 비롯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금속이나 나무를 이용한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모든 작품은 온전히 수작업으로 진행하기에 젊은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업하는 소재는 무엇인가 PVC 소재 전선이다.
어머니의 뜨개질과 할아버지의 싸리 빗자루에서 착안해 꼬임을 시작했다고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집에 그런 것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건데 극적으로 가공된 것 같다. 대단한 의도는 없다.
초기 작품은 ‘짜임’으로 늘어지는 형태가 많았는데 점점 ‘꼬임’ 형태로 딱딱하고 각진 가구가 많아졌다 처음에 짜임 작업을 할 때는 늘어지는 형태를 많이 고려했는데 모양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결국 견고하게 만들어야 했다. 일부러 미니멀한 형태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제는 거의 블록처럼 됐기 때문에 마치 규격화된 설탕 같은 느낌이랄까, 전선을 오직 재료로만 볼 수 있게 되면서 더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가구 용도를 염두에 두고 만드나 나는 쓰임새를 생각하고 작업한다. 가구 형상을 가진, 가구의 역할을 가진 작품을 만들고 있으니까 사이즈나 높낮이도 고려하고 편안한가 불편한가 앉아보면서 만든다.
컬러풀한 전선을 쓰는 의미는 대단한 의미는 없다. 내가 색약이라 색을 구분하는 게 약한데, 그냥 이런 색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시도하는 거다. 지금 사용하는 색들은 직접 조색을 한 후 컬러 칩을 가지고 가서 공장에 발주하는 건데, 색 때문에 사람들이 이것이 케이블이라는 걸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계속 새로운 소재를 탐험 중인가 테스트를 많이 한다. 소재의 편리성이나 무게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만든 것들은 거의 다 무겁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쓸까 생각한 다음, 형태나 구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엔 그 기법을 구현할 수 있는 공장과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러고 나면 내가 또 무거운 걸 만들었구나(한숨) 그런 생각을 한다(웃음). 지난 여름부터는 청동과 옻칠을 섞은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작업도 병행하고 있지만 PVC 전선으로 하는 작업이 대표작이다 보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텐데 나조차 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내년에 망할지도 모른다(웃음). 작품이 유명해지면 그에 상응하는 기대치가 생긴다. 다음 작업이 더 잘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안 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더 심사숙고하게 된다. 작업 초기엔 여러 가지 의견에 일희일비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어떻게 해야 꾸준히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내 의도대로 안 되더라도 과정이라 생각해야지, 멈춰 있으면 사람들은 슬럼프라고 생각할 거고, 결국 나한테도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이순신처럼 활에 맞아도 안 맞았다고 해야 하는 게 작가인 것 같다(웃음). 길게 볼 수밖에 없다. 답은 내 안에서 나오는 것 같다.

 

 

 

 

1 <Extension> 전시 당시 만들었던 소파, 2010.
2 펜디와 컬래버레이션한 <Fatto a Mano>전 때 선보인 작품, 2011.
3 케이블 뭉치와 연결된 채 작업 중인 매듭. 매듭은 작은 꼬챙이 같은 도구 하나로 수작업한다.
4 초기작 중에는 짚으로 꼰 작품도 있다.

 

 

 

 

최윤녕 CHOI YUN NYENG                                     
602 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윤녕은 파이프, 배관용 부속 등 산업자재를 이용해 조명을 만든다. 수도꼭지를 돌리거나 열쇠를 끼우면 불이 켜지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접목하기도 했다. 용접 없이 모든 연결 부속을 끼우고 돌리고 맞추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작업하는 소재는 무엇인가 쇠나 동으로 된 파이프, 그 외에 배관이나 전기 등에 쓰는 산업용 자재들.
어떻게 파이프로 작업하기 시작했나 인테리어 관련 업계에서 일할 때 어떤 프로젝트를 하다가 파이프 재료가 좀 많이 남았다. 그걸로 장난을 좀 치다 보니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만들었다.
재료가 가진 장점은 한계가 거의 없다. 연결하고 조합해서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 무궁무진하다. 원래 용도가 뭐였든 엉뚱한 조합을 해도 계속 새로운 모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용도보다 생김새를 많이 고려하는가 그렇다. 청계천이나 을지로 재료상에 가면 보통 규격을 물어보는데, 그냥 예쁘게 생긴 걸로 달라고 하면 어이없어 할 때가 많다(웃음). 한 램프의 전등 갓은 컵케이크를 굽는 쿠킹 볼인데 방산시장에서 찾았다. 손바닥 만한 양은냄비도 써볼까 했다가 색깔이 안 예뻐서 관뒀다. 또 다른 램프는 열쇠를 돌리거나 수도꼭지를 열면 스위치가 켜지는 식인데, 그것도 재료 상가를 돌아다니다가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한 번 시도해 본 게 시작이었다.
재료 선택의 기준은 이런 ‘헤비’한 재료들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나뿐 아니라 꽤 있다. 초기에는 쇠파이프를 많이 썼다. 무겁기도 하고 녹이 스는 문제도 있었지만 어디서 베꼈다는 둥 하도 말이 많아서 이젠 안 쓴다. 이것도 일종의 스팀펑크 스타일로 하나의 장르라고 봐야 하는데, 단지 재료가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이 창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거다. 어떤 걸 썼느냐 하는 지점보다 위트 있는 아이디어나 조립의 완성도 같은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손이 말이 아니다 쇠 독이 올라서 이렇게 됐다.
조명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다른 오브제로도 충분히 확장 가능해 보인다 가구 쪽으로 작업해 보려고 한다. 파이프를 다리로 사용한 의자나, 테이블 등이다. 상품이 아닌 오브제들은 전시에 나갈 때 주로 만든다. 마침 3월부터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팀펑크>전에도 테이블 하나, 가로등 하나를 내보낸다. 특히 테이블에는 내 차 수리하고 떼어낸 부속도 들어가서 나름 애착이 크다.

 

 

 

 

1 라텍스 장갑을 끼는 것도 거추장스러운 만큼 세밀한 조립 작업 때문에 작가의 손에는 늘 쇠독이 올라 있다.
2 <스팀핑크>전에서 공개할 테이블. 안에 있는 LED 조명이 터널 효과를 낸다.
3 쇠파이프로 만든 초기 작품들.
4 금속들을 연결하는 관절을 이용해 사람의 관절처럼 움직이게 만든 로봇 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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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이경은
    PHOTO 장덕화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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