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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4. FRI

Space For Anything 이상한 미술공간을 소개합니다

방 가운데 그림 하나가 덜렁 매달려 있는 조용한 공간. 그게 갤러리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 소개하는 공간들은 청담동이나 인사동 같은 화랑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네모반듯한 흰 벽에 번듯한 전시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갤러리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공간으로 거듭난 아트 스페이스들, 각각의 공간을 잘 아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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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갤러리 팩토리


    처음 삼청동에 문을 열었다가 지금은 경복궁 옆 창성동으로 이사했다. 앤디 워홀의 ‘팩토리’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팩토리라는 이름엔 자유로움이 묻어 있다. 그래서 장르 구분 없이 회화, 사진, 설치미술 등 다양한 전시와 함께 워크숍과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지식과 재주 그리고 음식을 나누는 ‘팩토리 부엉학교’가 열리고, 종종 강의나 토크, 영상 스크리닝 등도 진행된다. 단순히 작가의 작업을 ‘감상’하는 것이 지루했다면 팩토리의 방식으로 ‘참여’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올해 로와정, 안강현, 아누 투오미넨, 오인환 등의 기획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www.factory483.org


    “지난해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갤러리 팩토리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과 계절을 함께 전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볕이 잘 든다는 청와대 앞, 살살 들어오는 햇살과 햇살에 반사된 공기가 작품을 더 풍성하고 다감하게 만든다. 그 섬세함에 반응하는 작품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_하시시박(포토그래퍼)

     

     

     

     

    2 아트 스페이스 풀

     


    구기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오래된 단층짜리 양옥집을 개조했다. 천장도 낮고 방을 나눈 골조도 그대로, 시멘트 벽도 드러나 있어 ‘화이트 큐브’를 무색하게 만든다. 작품들은 너무 높게 매달려서 고개를 쳐들어야 할 때도 있고 바닥에 깔려 있기도 하며, 원래 있던 창틀에 종이들을 쑤셔 넣은 게 그대로 설치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벽에 죽은 듯이 걸려 있는 그림들보다 훨씬 생동감 넘친다. 갤러리에 갈 때마다 그림 앞을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는 척’했던 것과는 다르게, 작품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올해 첫 전시는 4월에 열리는 신진 작가 2인전으로 한진, 차미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www.altpool.org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온 ‘아트 스페이스 풀’은 새로운 큐레이터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풀’이 말하는 실험 정신과 비판 정신이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궁금하다.”_윤사비(작가, 아트 콜렉티브 AC publishing)

     

     

     

     

    3 시청각


    시청각은 매우 좁다. 분명 마당이 있고 하늘을 볼 수 있음에도 앞뒤 양 옆으로 다른 건물에 막혀 있어 ‘틈새’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예술의 ‘틈새’를 찾아낸 듯한 그들의 전시 형태와도 닮아 있는 통인동 한옥을 찾아낸 사람은 독립 잡지 <워킹매거진>의 에디터 안인용과 독립 큐레이터 현시원이다. 시청각은 전시에 국한한 시도뿐 아니라 ‘수집’에도 힘을 기울인다. 텍스트를 기록하고, 대화를 모아서, 인쇄물을 발행하고 웹사이트에도 저장한다. 인왕산을 주제로 Sasa[44], 남화연, 박길종, 슬기와 민, 잭슨 홍, 옥인컬렉티브, 기계비평가 이영준, 무용가 서영란이 참가한 개관 기념전이 1월 25일까지 열린다. www.audiovisualpavilion.org

     

    “시청각은 작은 마당과 세 개의 방, 문간방, 부엌, 세탁실, 옥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건물은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직각이 맞는 곳이 거의 없고 대들보도 창틀도 모두 삐뚤빼뚤하다. ‘이게 뭐지?’라고 중얼거리게 될 삐뚤빼뚤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_박길종(작가, 길종상가 운영)

     

     

     

     

    4 커먼센터


    갤러리란 분류를 스스로 피하려는 듯 ‘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가들과 디렉터 함영준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무슨 무슨 기금 같은 걸 받지 않고, 전통 상업 갤러리처럼 컬렉터-딜러-작가의 구조를 띠지 않으면서 작가들이 직접 만든 공간이라는 말이다. 장소는 황당하게도 영등포다. 부동산과 다방이 있는, 수명이 다 돼 보이는 4층 건물의 1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러 도심의 구석을 찾아 헤맨 건 아니고, 더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하려 한다. 그 대답과도 같은, 김영나와 이은우의 2인전 ‘적합한 종류’가 개관 준비전으로 열리고 있는데 이곳이 미술이라는 용도에 맞게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과 같은 전시다. www.commoncenter.kr

     

     “어떤 프로젝트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공간을 만들거나, 어떤 커뮤니티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공간을 규정하거나, 어떤 공간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커뮤니티를 구성하거나, 어떤 프로젝트가 공간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구성하거나, 어떤 커뮤니티가 공간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구상하거나, 어떤 공간이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구상하거나…. 어떤 경우도 가능할 것 같은 긍정의 힘. ‘커먼센터’.”_김영나(그래픽 디자이너)


     

     

     

    5 자립본부 / 조광사진관


    인디 레이블 ‘비싼 트로피’를 운영하는 사진가 박정근과 인디밴드라 불리기를 거부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뮤지션들이 힘을 합쳐 새 공간을 마련했다. 퍼포먼스와 공연, 사진 촬영과 전시가 종횡무진 벌어지는 곳이다. 타이틀은 그러하나 사실은 그들 대부분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젊은 빈털터리들이었다고, 그래서 강남이나 홍대 같은 곳에서 예술이니 음악이니 논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서울의 번화가 중 하나였고, 사진가의 골목 또는 영화의 거리라고 불렸던 충무로에 40평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퍼포먼스와 공연을 비정기적으로 여는 공연장, 그리고 스튜디오가 파티션 없이 반반씩 자리한다.


    “2013년 12월 이곳이 문을 연 날. 구석의 테이블에서는 짜파게티 40인분이 끓고 있었고,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노래를 부르며 짜파게티를 나눠준 후, 나는 f(x)의 ‘Nu ABO’와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 back’을 믹스해 틀었다. 그러니까 이 공간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_하박국(레이블 ‘영기획’ 대표)

     

     

     

    CREDIT
      EDITOR 이경은
      PHOTO 김상태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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