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대한 편견을 던져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미술관에 대한 편견을 던져라

미술관에서는 순수 미술만 볼 수 있다? 천만에 말씀. 그런 편견을 버리자. 미술관은 변화하고 있다. 좀 더 신나고 재미있고 자유로운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ELLE BY ELLE 2010.12.17


망가: 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시 기간 2011년 2월 13일까지

이제 일본 만화를 갤러리에서 만난다. "망가(만화)가 읽는 매체라는 인식을 뛰어 넘어 의견 교환의 장을 촉진하고 싶었다"고 미토예술관의 큐레이터 다카하시 미즈키는 말한다. 1990년대 말, 일본 아티스트들은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특히 '망가와 미술의 만남'하면 일본 팝 아트의 거장 무라카미 타카시가 먼저 떠오른다. 무라카미는 2001년 미국에서 열린 '수퍼플랫(Superflat)' 전시를 통해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기반한 오타쿠 문화를 순수 미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망가를 전시한다면 으레 무라카미 스타일의 전시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망가>전은 팝아트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만화를 전시한다. 만화가 미술관에서 새로운 형태로 전시될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롭지만, 자칫 캐릭터 상품이나 만화 원화를 배열하는 쇼케이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시 컨셉트와 전시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미있는 원화를 마음껏 살피면서 전시의 구성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망가>전은 미디어 믹스, 웹툰, 도안의 실험 등 최근 10년간 작품의 발표 형식과 내용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정했다. 전시작품으로는 <소라닌>, <슈가 슈가 룬>, <해수의 아이>, <역에서 5분>, <센넨화보>, <넘버 파이브>, <노다메 칸타빌레> 등이 있다. 전시디자인은 일본 팝아트 작가인 요시토모 나라와 함께 <작은 방>을 작업한 바 있는 도요시마 히데키가 원화에서 보여지는 만화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다카하시와 도요시마는 "망가가 지닌 엔터테인먼트성은 버리지 말자. 망가를 아트처럼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망가는 망가대로 보여주고 읽는 행위 이외의 것을 살려보자"는 취지를 갖고 실험을 해나갔다. 과연 이들의 제안이 얼마나 울림이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자. 올여름 일본 미토예술관 현대미술센터에서 열렸던 <망가>전은 9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데 반해, 국내 전시는 2개의 공간(아트센터 2, 3층)만 활용했다. 도요시마에 따르면 국내 전시는 "각각의 망가들이 한 공간 안에 섞이다 보니, 부대찌개 같은 매력이 있다"고 한다.


크리스찬 마클레이: 소리를 보는 경험
장소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 기간 2011년 2월 13일까지

소리를 본다. 이것은 어떤 경험일까? 혹시 뮤직비디오? 그렇다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소리를 본다면 어떨까? 사운드와 이미지의 관한 변증법을 사운드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크리스찬 마클레이를 통해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다. 이 전시에는 마클레이의 영상 3부작 <전화>(1995), <비디오 사중주>(2002), <시계>(2010)가 소개된다. 사실 이 전시만 슬쩍 보고 넘어간다면 마클레이를 그저 비디오아티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줄곧 사운드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 25년 동안의 마클레이의 작업을 이해한다면 그의 영상 작업 또한 힘있게 다가온다. "보는 것을 들을 수는 없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마클레이의 작업은 즉흥적인 소음을 만들어냈다. 1984년에 연출한 영상 <레코드 플레이어>는 레코딩 LP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를 테면 LP판을 긁고 비비고 심지어 부시기까지 하면서 노이즈를 창조해 낸다. 마클레이의 이런 시도는 "보이지 않는 소리가 물질이 되고 상품화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마클레이 초기 작업은 미디어아트가 아니라 LP판의 물질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클래식, 팝, 재즈 등의 다양한 레코드를 이어붙여서 하나의 LP판을 만들었다. LP판 콜라주를 만들었다. 심지어 그가 제작한 LP판을 판매하기까지 한다. 플럭서스(행위예술)에 영향을 받은 그는 LP판에 상처를 내는 과정(발로 밟기 등)을 통해 오직 단 하나뿐인 LP판을 탄생시킨다. 턴테이블리즘으로 시작해 레코드 표지나 악보, 심지어 CD(소리를 대변하는 이미지들)를 콜라주하는 오브제 작업으로 점점 확장되었다. 마클레이가 어떤 식의 작업을 선호하는지는, 1980년대 중반에 했던 베를린 벽에 악보 붙이기 하나만을 살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베를린 벽에 악보를 붙여놓고, 불특정 다수가 한 낙서나 음표들을 모두 수거해서 사진을 찍고 엽서를 만든다. 그런 후 음악가들이 이 악보를 직접 연주하게 했다. 작품의 우발성과 관객의 참여를 자극하는 프로젝트였다. 전시 중인 <시계>는 실제 24시간과 영상 속의 시간을 일치시킨 놀라운 작품이다. 관객은 1분마다 시간을 보고 의식하게 된다. 이걸 다 경험하려면 24시간이 필요하다. 어느새 사운드와 이미지가 시간을 체험하게 만든다. 사운드가 '시간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만든다.


장 자크 상페- 꼬마 니콜라의 아름다운 날들
장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전시 기간 2011년 3월 20일까지

상페나 니콜라라는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슬쩍 웃음이 번진다.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장 자크 상페는 어린 시절의 꿈(악단 연주자)을 종이 위에 자주 그리다가, 그림에 대한 동경과 열정이 생겨났다. 파리에서 무명으로 지내던 그는 작가 르네 고시니(1956년 만화 잡지<필로트>를 창간해 니콜라 시리즈 연재)와 의기투합해 <꼬마 니콜라>를 그리면서 5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상페는 국내에서도 워낙 인기 작가이다 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동화책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상페의 삽화를 본 적이 있고, 동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얼굴 빨개지는 아이>나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를 꼭 책장에 꽂아둔다. 상페는 대표작 <꼬마 니콜라> 외에도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친구>, <사치와 평온의 쾌락> 등 30여 편의 출판물을 냈으며, 이미 여러 권이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특히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는 중등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렸으며, 현대인의 탐욕과 욕망을 유쾌하게 풀어낸 <좀머 씨 이야기>도 다양한 세대에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 전시는 <꼬마 니콜라> 원화를 비롯해 작가의 작품집 <각별한 마음>, <사치와 평온과 쾌락>, <어설픈 경쟁> 등에 삽입된 소묘화, 수채화 120여 점의 원화와 100점의 복제화, 니콜라 피규어 등의 소품이 전시된다. 2009년 ‘꼬마 니콜라 50주년’ 기념으로 파리 시청에서 꼬마 니콜라 전시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장 자크 상페’ 전은 한국 전시를 마지막으로 프랑스 갤러리 측은 <꼬마 니콜라> 원화를 더 이상 반출하지 않을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상페의 원화를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상페의 그림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단순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인상과 삶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깃들어 있다. 늘 따뜻한 유머가 넘치지만 때로는 비판적이며,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비꼬기도 한다. 노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늙은 파리지엥의 낭만이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현대인들의 소외와 아픔을 담은 그림들이 우리를 애잔하게 만들기도 한다. 상페의 시선 속에는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함’이 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