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 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시 기간 2011년 2월 13일까지
이제 일본 만화를 갤러리에서 만난다. "망가(만화)가 읽는 매체라는 인식을 뛰어 넘어 의견 교환의 장을 촉진하고 싶었다"고 미토예술관의 큐레이터 다카하시 미즈키는 말한다. 1990년대 말, 일본 아티스트들은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특히 '망가와 미술의 만남'하면 일본 팝 아트의 거장 무라카미 타카시가 먼저 떠오른다. 무라카미는 2001년 미국에서 열린 '수퍼플랫(Superflat)' 전시를 통해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기반한 오타쿠 문화를 순수 미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망가를 전시한다면 으레 무라카미 스타일의 전시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망가>전은 팝아트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만화를 전시한다. 만화가 미술관에서 새로운 형태로 전시될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롭지만, 자칫 캐릭터 상품이나 만화 원화를 배열하는 쇼케이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시 컨셉트와 전시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미있는 원화를 마음껏 살피면서 전시의 구성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망가>전은 미디어 믹스, 웹툰, 도안의 실험 등 최근 10년간 작품의 발표 형식과 내용의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정했다. 전시작품으로는 <소라닌>, <슈가 슈가 룬>, <해수의 아이>, <역에서 5분>, <센넨화보>, <넘버 파이브>, <노다메 칸타빌레> 등이 있다. 전시디자인은 일본 팝아트 작가인 요시토모 나라와 함께 <작은 방>을 작업한 바 있는 도요시마 히데키가 원화에서 보여지는 만화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다카하시와 도요시마는 "망가가 지닌 엔터테인먼트성은 버리지 말자. 망가를 아트처럼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망가는 망가대로 보여주고 읽는 행위 이외의 것을 살려보자"는 취지를 갖고 실험을 해나갔다. 과연 이들의 제안이 얼마나 울림이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자. 올여름 일본 미토예술관 현대미술센터에서 열렸던 <망가>전은 9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데 반해, 국내 전시는 2개의 공간(아트센터 2, 3층)만 활용했다. 도요시마에 따르면 국내 전시는 "각각의 망가들이 한 공간 안에 섞이다 보니, 부대찌개 같은 매력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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