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프랑스 식탁으로의 초대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프랑스판 ‘먹고 마시고 사랑하라’다. 주인공 앤이 카메라로 기억하고 싶어 한 프랑스 음식들::프랑스음식,파리로 가는 길,영화,음식,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7.08.23


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과 함께 칸에 온 앤이 귀 건강이 좋지 않아 부다페스트행 비행기 탑승을 포기한다. 남편의 사업 파트너 자크의 자동차를 타고 파리로 향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일로 매우 바쁜 남편과 달리 대책 없어보일 만큼 여유롭고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자크는 낡은 푸조를 운전해 앤을 파리로 데려다준다. 자크는 “파리는 어디 가지 않는다”며 곧장 갈 수 있는 길을 애둘러 간다. 영화는 자크를 가이드 삼아 생 빅투아르 산, 폴 세잔느의 고향 액상프로방스, 라벤더 로드, 가르 수도교와 비엔 오벨리스크, 리옹 뤼미에르 박물관, 베즐레이의 성막달레나 대성당 등을 보여준다. 뜻하지 않은 여유로운 여행으로 프랑스 남부 지역의 매력에 푹 빠진 앤은 자크가 이끄는 대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흥미로운 미식의 세계를 맞이한다. 음식은 두 사람 관계의 뉘앙스를 절묘하게 녹여내고 낭만에 빠지게 한다. 언젠가 프랑스 남부 도시를 자동차로 여행하며 맛보고 싶은 자크의 식탁에서 발견한 것들.





론과 와인

“취하지 않으면 다음 와인도 없어요.”



프랑스 남동부 지방의 론(Rhone)은 보르도 다음으로 많은 양의 AOC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지역이다. 영화 속 앤과 자크의 식탁에 오르는 와인들은 론 지역의 와인이다. 교황의 와인이라고 부르는 샤또네프 뒤 파프(Chateauneuf-du Pape) 2012, 소비뇽 블랑 디디에 다그노 실렉스(Didier Dagueneau Silex), 꽁드리유(Condrieu), 에르미따주(Hermitage), 꼬뜨 로띠(Cote Rotie) 등의 와인이 등장한다. 코스마다 다른 와인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면서 두 남녀의 감정 선이 달라진다. 그 사이에 피어오르는 은근한 긴장감은 영화의 결말까지 이끌어주는 힘이다. 



바욘과 햄 



바욘 지역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햄이 바로 바욘 햄(Jambon de Bayonne)이다. 스페인의 하몽, 이탈리아의 프로슈토와 같은 유럽의 대표적인 햄으로 ‘바욘에 가면 귀신에 홀린 듯 햄부터 산다’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다른 양념과 훈제 과정 없이 오로지 돼지 기름과 소금, 밀가로만 숙성시킨다. 매년 7월 바욘 축제에 메인 메뉴로 등장하는데, 특히 멜론과 잘 어우러져 함께 먹는다. 




프랑스와 치즈

“미국 치즈와 달리 프랑스 치즈는 살균 안 한 우유로 만든 건강한 치즈죠.”



<파리로 가는 길>에는 실로 다양한 치즈가 등장한다. 프랑스에는 약 3백 여개가 넘는 치즈가 생산되고 소비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인 로크 포르(Roque fort), ‘왕들의 치즈’로 불리는 브리(Brie), 나폴레옹이 사랑한 카망베르(Camembert), 고소한 맛과 향으로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콩테(Comte) 그리고 북부 노르망디에서 제조되는 리바로(Livarot) 등이 유명하다. 극 중 자크는 앤에게 리옹의 폴 보퀴즈 시장으로 인도하며 온갖 종류의 치즈를 보여준다.




비너스의 젖꼭지 



비너스의 젖꼭지는 설탕에 굴린 쿠키 위에 딸기 잼을 얹어 구운 디저트다. 영화 <아마데우스>(1985)에서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의 아내에게 대접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파티시에에 따라 식재료와 빚은 모양이 다양한데, 영화에 앤과 자크가 맛본 비너스의 젖꼭지는 밤과 설탕 반죽을 초콜릿으로 감싸고 여성의 가슴 모양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초콜릿은 영화 내내 관심, 사랑, 화해의 표현으로 등장한다.



리옹과 달팽이 요리
“함축된 세계”



프랑스인들이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달팽이 요리. 영화에서는 리옹의 한 레스토랑에서 등장한다. 마늘, 버터, 후추, 소금을 간을 하고 때로 가니쉬를 얹는 달팽이 요리는 지역과 셰프에 따라 다르다. 작은 크기 안에 밀도 있는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이 요리를 앤은 일부러 떨어뜨리며 먹지 않는데 감정의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Credit

  • 에디터 한지희
  • 사진 & 자료협조 영화사 모비
  •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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