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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 힐피거의 동화같은 성

현대식 생활양식을 녹여넣으며 공간의 균형을 찾는 일 외에 건축 유산을 복원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 6년간의 시간. 코네티컷 골드 코스트에 있는 타미&디 힐피거의 동화 같은 성은 다시 한 번 역사적 랜드마크가 됐다::타미힐피거,성,랜드마크,인테리어,타미힐피거 집,라운드 힐,Round Hill,데니시모던,고딕,튜더,노르만,데코화보,소품,라이프스타일,데코,엘르 데코,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7.12.23


The Gardens

조경사 미란다 브룩스가 저택의 초기 정원을 복원하는 작업을 맡았다. 로스앤젤레스의 라 메종 프랑세스 앤티크(La Maison Francaise Antiques)에서 가져온 두 개의 수사슴 조각상이 정원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오솔길이 나 있는 회양목 정원에는 버들마편초(Verbena bonariensis)와 몰리니아 무어(Molinia caerulea ‘Moorhexe’)가 피어 있다. 인어 조각이 백합에 물을 뿌리고 있는 워터 가든 옆에는 원예사 필립 와슨이 만든 다년초 화단이 있다. 정원 뒤편에는 성곽 양식의 주목나무 울타리가 테라스 정원을 감싸고 있는데 힐피거 부부는 저녁 시간에 이곳을 자주 찾는다.




Living Room

하이드 파크 몰딩(Hyde Park Mouldings, Inc)에서 시공한 천장, 수공예 스텐실 벽과 신할라 리넨(Sinhala Linen)의 조화가 눈길을 끄는 거실의 컬러들은 타미 힐피거의 미국적인 뿌리를 미묘하게 암시하고 있다. 실크 벨벳으로 덮인 조지 스미스(George Smith) 소파 위엔 앤티크 태피스트리와 스칼라만드레(Scalamandre)의 레오퍼드 프린트 쿠션이 놓여 있다. 벽난로 앞에 놓인 터키풍의 스트라이프 암체어는 로버트 카임(Robert Kime) 제품. 19세기 헤리즈 러그가 청키한 러그 위에 레이어드돼 있다.




Dee’s Dressing Room

핸드페인팅된 그레이시 (Gracie) 벽지로 장식한 드레스 룸은 매우 디 힐피거다운 공간이다. 역시 수작업으로 완성된 사타론(J.D. Sataron)의 실크 러그 위엔 유리 진열장이 매치돼 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디자이너 드레스들은 마네킹에 전시돼 있으며, 컬렉션이 추가될 때마다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Bath Room

욕실은 엠페라도 (Emperador), 노체(Noce) 사의 트래버틴 타일을 사용했지만 욕조 주변은 네로 마르퀴나(Nero Marquina), 시에나 마블(Siena Marble)을, 멋진 바닥 모자이크는 앤 삭스(Ann Sacks) 타일을 활용해 조각했다. 레프로이 브룩스(Lefroy Brooks)의 수전과 사슴 뿔을 상징으로 한 타월은 레온티네 리넨(Leontine Linens)에서 주문 제작했다.




Kitchen

린프레트 사(Rinfret, Ltd)가 복원한 주방은 아더 왕의 부인인 귀네비어 왕비의 드라마틱한 뿔 샹드리에가 중심을 잡고 있다. 칼라카타 아라베스카토(Calacatta Arabescato) 대리석과 떡갈나무 캐비닛으로 목가적인 컨트라스트를 완성했다.




Guest Room

윌리엄 4세의 마호가니(William IV Mahogany) 침대와 스코틀랜드 성의 침실에서 영감을 얻은 울을 사용해 꾸민 부부의 침실과는 달리, 아스펜(Aspen) 침구와 앤티크 스키 장비를 활용해 편안하게 꾸민 게스트 하우스의 침실.




Breakfast Room

장식 화가인 크리스천슨 리 스튜디오(Christianson Lee Studios)의 넬 크리스천슨(Nels Christianson)이 인조 목재 패널로 완성한 아침 식사 공간. 사슴뿔 샹들리에 아래로 떡갈나무 테이블과 리넨 소재의 체크 패턴 의자가 놓여 있다. 벽에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가, 19세기 프랑스산 콘솔 위에는 18세기 델프트(Delft) 자기를 놓았다. 시선을 끄는 러그는 윈저 공작 부부가  사용하던 것이다.




Fireplace

프랑스산 ‘찰스 X 콘솔(Charles X Console)’ 위에는 19세기 중반에 그려진 스코틀랜드 수사슴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시선을 끄는 러그는 윈저 공작 부부의 것.




Office Room

탑 3층에 자리한 타미 힐피거 작업실 벽에는 이 집이 처음 건축될 당시에 그려진 광활한 사냥터가 벽화로 재현돼 있다. 가죽 의자는 에드워디언 시대에 풍향계로 제작된 청동 독수리 조각은 18세기에, 루이 비통 트렁크는 1840년에 제작된 제품으로 엄청난 문화유산들이 자리 잡고 있다.




Sebastian’s Room

힐피거 집안의 가장 어린 멤버 세바스천의 방엔 포터리 반 키즈(Pottery Barn Kids)의 선장 침대가 놓여 있다. 천장에는 별이 총총한 랄프 로렌 홈(Ralph Lauren Home) 벽지 위에 설치된 ‘키’ 샹들리에가 평화로운 밤을 항해하게 만든다. 런던 해로즈 백화점에서 구입한 슈타이프의 기린은 세바스천을 지키는 수호천사 역할을 한다.




Chicken Coop
정원을 거니는 닭들은 수지 힐피거(Susie Hilfiger)의 집들이 선물이다. 닭장에는 ‘Tommy Red’라고 쓰여 있다.



18-19세기의 사냥개 그림들을 배경으로 선 타미 & 디 힐피거. 그들 뒤로 17세기 초에 제작된 수사슴 뿔 촛대와 중국 청나라 시대의 자기가 놓여 있다.



이탈리아의 빈티지 디자인에서 영감받은 소파는 마틴 로렌스 블러드 아틀리에(Martyn Lawrence Bullard Atelier)에서 구입했다. 소파 위에는 소더비에서 낙찰받은 프랑스산 그림이 걸려 있고 주변을 블랙 포레스트의 사냥 전리품으로 장식했다. 소파 옆에는 19세기 와인 통과 앤티크 지팡이 컬렉션이 놓여 있다.




뉴욕에서 북쪽으로 35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한 그리니치의 가장 높은 지대, 패션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와 그녀의 아내 디 힐피거는 이곳을 라운드 힐(Round Hill)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동네 꼭대기엔 그들의 거국적 협업으로 완성한 성이 드라마틱하게 서 있다. 전통에 재치를 가미해 동화 같이 꾸민 성은 1939년 건축가 그레빌 리카드(Greville Rickard)가 지은 것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조각 측면에 아직 그의 서명이 남아 있다. 1961년 아트 컬렉터 조셉 허시혼(Joseph Hirshhorn)이 사들여 오랜 시간 19~20세기의 미술품들과 조각품들의 광범위한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 집이 힐피거 부부의 소유가 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프랑스 노르망디 스타일이 가미된 편안한 영국 전원풍의 집’. 처음 그들이 이 집에서 꿈꿨던 풍경은 제법 소박했다. 하지만 집이 가진 건축 유산을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부터  어떤 결과물이 탄생할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디자이너인 우리는 영감을 나눌 수 있는 상대와의 협업을 사랑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엄청난 팀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9900㎡의 드넓은 대지와 그 속에 자리 잡은 저택을 재건축하기 위해 참여한 이들은 건축설계자 앙드레 첼리체프(Andre′ Tchelistcheff)와 건축가 짐 제마(Jim Xhema), 그리니치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린프레트(Rinfret, Ltd)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틴 로렌스 블러드(Martyn Lawrence Bullard), 조경사 미란다 브룩스(Miranda Brooks), 원예가 필립 와슨(Phillip Watson) 그리고 타미의 동생이기도 한 석공 바비 힐피거(Bobby Hilfiger)라는 드림 팀이었다. 열정 넘치는 힐피거 부부가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하게 다룬 이슈는 그동안 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다른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존경심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오마주를 장시간에 걸쳐 심도 깊게 완성했다. 건축가들은 건축 초기부터 무수히 많은 레너베이션을 거쳐온 이 저택을 현대식 가정에 맞도록 개선하는 동시에 건축물이 가진 위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보수하기 위해 폭넓은 조사를 해야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 역시 저택이 처음 지어진 1930년대를 돌아보는 일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그들의 노력은  어려운 시도였던 데니시 모던 스타일을 비롯해 프랑스 고딕 양식과 영국 튜더 양식을 지닌 노르만 양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대부분 파손된 지붕 점토 기와(Ludowici)의 오리지널 질감과 색상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터키에서 수작업으로 기와 본을 떠 제작하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석공 바비 힐피거는 지역의 절벽 바위와 화강암, 다양한 색상의 네덜란드 벽돌을 수집해 기존 건물과 야외 테라스, 벽, 계단 등에 사용했다. 아마도 역사 애호가들은 이 집을 보며 미국에 영향을 끼친 유럽의 건축과 데커레이션 양식을 회상하게 될 것이다.


대조(Contrast)적인 아름다움. 이것은 토미 힐피거의 트레이드마크로 라운드 힐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부부가 생활하는 저택은 힐피거가 이름을 지은 라운드 힐의 ‘오지’에 있다. 로맨틱한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탑의 3층에 그의 사무실이 있는데, 이 전원적인 공간에서 저 멀리 아른거리는 맨해튼의 무수한 빛을 감상할 수 있다. 주방과 거실은 이 집의 핵심으로 고전적인 유럽풍 스타일을 담고 있지만 최신 가전제품이 놓인 미디어 룸, 다채로운 오락시설을 갖춘 게임 룸 등은 모던한 라이프스타일과 전통적인 스타일이 대비된 공간으로 완성됐다. 결국 부부가 이 집에 들인 6년간의 노력은 공간의 절묘한 균형을 찾는 일이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힐피거 부부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아트 컬렉터답게 뛰어난 아트 작품과 빈티지 장식품들을 집 안 곳곳에 배치했다. 우선 베르나르 데브리다트(Bernard Debridat)의 ‘토끼가 있는 정물화(Still Life with a Hare)’가 독일 블랙 포레스트에서 사냥한 헌팅 트로피들과 함께 걸려 있고, 다이닝 룸에는 19세기 영국 건축가 오거스터스 퓨진(Augustus Pugin)의 고딕풍 식탁은 로열 덜튼(Royal Doulton) 빈티지 접시들과 티파니의 은식기들과 함께 세트를 이루고 있다. 거실에는 한때 윈저 공작과 공작 부인의 소유였던 러그와 보존이 잘된 중국의 명·청 시대 자기들이 놓여 있다. 미디어 룸의 장식들은 디 힐피거의 뿌리인 터키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인테리어 디자이너 블라드가 디자인한 소파는 이삭 파샤 궁전을 떠올리게 한다. 또 이 집의 마지막 멤버인 여덟 살짜리 세바스천 힐피거의 방에는 독일 완구 브랜드 슈타이프(Steiff)의 스페셜 에디션인 거대한 기린이 잠자는 시간에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정원은 힐피거 가족의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돼 있다. 타미와 디 힐피거가 저녁 식사 후 워터 가든을 산책하는 모습, 가족들이 함께 하는 피크닉,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는 너른 잔디밭, 손녀 할리가 회양목 정원에서 숨바꼭질하는 장면 등을 상상하는 일은 디자이너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그런 와중에 조경사 미란다 브룩스는 이 저택이 지어질 당시의 정원을 기어코 재현해 내고야 말았다. 상상하고 검증하고 복원하는 과정을 거듭한 드림 팀의 노력과 힐피거 부부의 열정은 재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6년만에 마무리됐고, 가족 모두에게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선사했다. 예술적이고 장식적인 위엄을 겸비한 아름다운 저택은 따뜻하면서도 다정한 분위기를 품고 있어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프랑스 노르망디 스타일이 가미된 편안한 영국 전원풍의 집’, 힐피거 부부가 처음부터 꿈꾼 정감 가는 집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Credit

  • 사진 Douglas Friedman
  • 에디터 채은미
  •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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