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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5. SUN

WELCOME LIFE 남과 다른 레이아웃

복잡한 도시에서 하루의 '유목'을 끝낸 미키 김과 이수지 부부는 자신의 취향으로 정돈된 집으로 돌아와 '즐긴다'. 진짜 놀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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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안에서 유일하게 모노톤으로 베리에이션된 공간. 사이드보드 위로 감성적인 흑백사진이 놓여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풍경. 구름 낀 하늘이 못내 아쉬운 날이지만 테라스가 풍기는 여유가 충분히 반영돼 있다. 조명과 가구는 모두 제작했다.



    매일매일 놀이가 계속되는 미키 김, 이수지의 집에서 가장 활력이 되는 건 딸 제나다. 제나의 방과 부부의 침실을 잇는 긴 복도는 이 집이 가진 구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버건디 컬러의 서재. 책장엔 위트 있는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미키 김의 화장실에 걸려 있는 닥터 수스의 ‘캥거루 버드’는 주인을 쏙 빼닮았다.



    테라스엔 남편의 취향을 살린 수목 컬렉션이, 실내는 조화로 컬러 포인트를 줬다.



    침실 협탁 옆에는 이 집의 마스코트인 제나의 사진이 놓여 있다. 모던한 공간에 거울과 암체어로 클래식한 터치를 가미했다.



    온가족의 놀이동산. 테라스에 심은 남천, 조팝, 소나무, 배롱나무, 장미, 구아바나무, 자두나무, 화혜나무, 에메랄드와 테이블 위의 허브들 역시 이 집의 구성원들이다.



    집의 또 다른 중심이 되는 다이닝 룸의 포인트 컬러는 블루. 직접 제작을 의뢰한 서양란 그림이 걸려 있다.



    사랑스러운 핑크로 딸에 대한 애정을 더한 제나의 방.


    취향. 지니고 태어난 것, 발견해 다듬은 것, 로망과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것, 지금에 이르렀고 지속적으로 숙성되고 있는 것. 자신의 취향을 사랑하며 또한 남다른 관심사를 갖고 산다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대표적 IT 기업 G사 전무 미키 김과 A사 팀장 이수지가 한남동 유엔빌리지로 이사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평생을 대단지 아파트 속에서 안락하게 살아온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새삼 한강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자각할 정도로 넓은 테라스에 매료됐기 때문이었지만, 남과 다른 레이아웃으로 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아메리칸 클래식’으로 인테리어 컨셉트를 잡은 것은 오랜 기간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디자인의 기준을 익히고 확신할 수 있었던 미국 생활 덕분이었다. “친구 집을 방문하거나 인테리어 숍을 다니면서 방마다 컨셉트가 다른 미국식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이 와닿았어요. 편의성에 있어서 우리나라 대단지 아파트를 매우 사랑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공간과 공간이 분리돼 있으면서 획일적이지 않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남편과 이 집을 봤을 때 우리가 원하는 레이아웃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아내 이수지도, 남편 미키 김도 아파트를 벗어나 살아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식당부터 학원까지, 단지 내에 없는 것이 없는 아파트 생활을 포기하고 겪어야 할 불편함이 걱정됐지만 그럼에도 라이프스타일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보자는 데는 서로 이견이 없었다. 3~4개월 동안 공들인 인테리어 작업은 늘 그렇듯, 순탄치 않았다. 한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컨셉트인 데다 심플하고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성비 좋은 가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선 기본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거운 대리석 바닥을 드러내고 원목 바닥을 깔았고, 공간의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천정을 최대한 높였다. 벽을 뚫어 서재 입구를 확장하고 주방을 거실과 별도의 공간으로 독립시킨 후, 구하지 못한 가구와 조명들은 직접 제작해 세팅했다. 블루와 옐로를 포인트 컬러로 삼은 그림 액자를 걸고, 텔레비전조차 액자처럼 인식될 수 있도록 모든 선과 기기들을 제작한 벽난로 뒤로 숨겼다. 그리고 이 집의 주인공 격인 정원 테라스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안쪽 인테리어는 아내가, 밖은 제가 맡았어요. 지금 테라스에 있는 나무들은 남천, 조팝, 소나무, 배롱나무, 장미, 구아바나무, 자두나무, 화혜나무, 에메랄드, 사철나무 그리고 허브들이에요. 어떤 나무는 봄에 꽃이 피지만 여름에 꽃이 피는 나무도 있고, 가을에 단풍으로 물들거나 겨울에 잎이 지지 않은 나무도 있어요. 자세히 보면 화단 아래에 좌청룡, 우백호를 상징하는 미니 피규어들도 놓아서 정원에 위트를 더하고 있죠.” 미키 김이 가드닝에 심취할 줄은 자신조차 몰랐던 일이다. 관련 서적을 보고 데려올 수목들을 둘러보고, 하나씩 집의 둘레를 초록으로 채워가는 재미, 이제 그것은 그만의 휴식이자 놀이가 됐다. 하지만 가장의 즐거움만은 아니었다. 오픈 마인드인 집주인들의 성향답게 열린 공간을 방문하는 여러 지인들과 함께 풍경을 보고 즐기며, 나누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밖이랑 별 차이가 없어요. 집이 꼭 편안한 휴식 공간이어야 한다는 주의가 아니거든요. 공간이 항상 지금처럼 정리돼 있기 때문에 갑작스런 누군가의 방문도 전혀 당황스럽지 않아요. 겨울에 이사 와서 봄과 여름을 지내봤는데 이번 여름엔 테라스에 아이를 위한 수영장을 개장하기도 했어요.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볼거리가 아닌, 휴식을 위한 리조트 여행은 이제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처음 맞이하는 이 집의 가을이 정말 기대돼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의 유기적인 관계를 새삼 뒤돌아보게 된다. 게스트로서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을 손꼽자면, 그건 정돈된 배열과 어우러진 공기의 결이라고 할 수 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정원의 키 작은 나무들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거실 풍경, 복도를 거쳐 딸 제나의 방까지 가득 들어찬 자유로운 온기는 사는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아메리칸 클래식’은 어쩌면 공기에 배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게 뭔 소린가 싶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은 직접 가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혹시 게스트로서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게스트 화장실 방문은 필수다. 미키 김이 오래도록 마음에 두었던 로망의 아이템이자 닥터 수스 갤러리에서 직접 공수한 ‘캥거루 버드’가 분명 마음속에 기분 좋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