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상상력이 유연하게 어우러진 곳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디자인과 상상력이 유연하게 어우러진 곳

건축가 세빌 피치가 2년간의 레너베이션을 통해 완성한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랏'의 오피스는 자연에 머물러 있다

ELLE BY ELLE 2017.10.29

천장이 유리로 된 크바드랏 디자인 팀의 오피스. 디자인 디렉터 스틴 핀드 오스터와 라프 시몬스와의 컬래버레이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안나 빌헬민 에베센이 샘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메일을 쓸 때를 제외하고는 주로 이 스탠팅 테이블에서 일한다.



크바드랏 본사를 둘러싼 들판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유어 글레이셜 익스펙테이션스’가 설치돼 있다. 지역 주민들과 직원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주변에 의자를 놓았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2층 돔이 한눈에 보인다. 각각의 사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천장엔 올라퍼 엘리아슨의 ‘컬러 스퀘어 스피어(Color Square Sphere)’가 바닥엔 디자인 듀오 감프라테시의 ‘비하인드 더 마스크(Behind the mask)’가 전시된 현관.



새로 지은 공장은 높이 7m가 넘는다. 크바드랏의 모든 패브릭이 이곳에 저장돼 있다.



디자인 팀으로 올라가는 계단 복도엔 덴마크 아티스트 니엘 네더가드(Niels Nedergaard)가 90년대 모라바(Moraba) 컬렉션 패턴을 사용해 만든 작품이 걸려 있다. 바닥엔 1958년 제작된 피터 흐비트 & 오를라 묄가드 닐슨(Peter Hvidt & Orla Mølgaard Nielsen)이 디자인 한 ‘엑스-체어(X-chair) 6135’가 놓여 있다.



3명이 나눠 쓰는 CEO 앤더스 비리엘의 사무실. ‘소파 2213’은 프레데리시아(Fredericia) 제품이며 그 앞에 한스 올센(Hans Olsen)이 디자인한 ‘107 체어’가 놓여 있다. 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가 디자인한 커다란 마루니(Maruni) 스탠딩 테이블 위엔 앤더스 비리엘에게 영감을 주는 책들이 놓여 있다. 의자는 50년대 빈티지 메트로 폴리탄 체어(The Metropolitan Chair), 뒤로 보이는 책장은 디터 램스(Dieter Rams)가 디자인한 606 유니버설 셸빙 시스템(606 Universal Shelving System)이다.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도서관 라운지. 난나 딧젤(Nanna Ditzel)이 더 모던 하우스(The Modern House)를 위해 디자인한 오다(Oda) 체어와 오토만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멀티미디어 회의실과 오픈 오피스가 뒤로 보인다. 회의실 의자는 베르너 팬턴이 디자인한 비트라의 C1 체어다.



회사를 둘러싼 들판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이 있다.



크바드랏은 인테리어 패브릭의 수준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 덴마크 패브릭 브랜드다. 가구를 고를 때 재료의 중요성까지 파악하는 이들에게 크바드랏이란 네임 밸류는 믿음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창업자 폴 비리엘(Poul Byriel)과 에를링 라스무센(Erling Rasmussen)이 1968년 덴마크의 작은 휴양 도시 에벨토프트(Ebeltoft)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땐 낚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패브릭 50m를 판매하는 게 목표였다니 당시엔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크바드랏은 이곳 에벨토프트를 떠날 생각이 없다. 오히려 30개국의 글로벌 직원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여 가족 경영 회사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 숨길 것 없는 공간에서 투명하게 일하기. CEO 폴 비리엘의 아들 앤더스 비리엘(Anders Byriel)은 자신의 경영방식을 일하는 공간의 공정함과 투명성으로 대변했는데 이런 방향성은 지난 2년간 건축가 세빌 피치(Sevil Peach)와 진행한 레너베이션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건축가 세빌 피치는 세계적으로 성장한 브랜드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방문객들과 직원들이 크바드랏 제품들을 좀 더 가깝고 깊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는 우선 회사의 ‘얼굴’을 가리는 입구 주차장을 건물 끝으로 이동시켰다. 빨간 벽돌 건물의 빈티지한 매력이 드러나면서 주위를 둘러싼 자연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건물에 들어서면 지난 4월 밀란 디자인위크 쇼룸에서 선보인 감프라테지(GamFratesi)의 ‘비하인드 더 마스크(Behind the Mask)’와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천정 설치미술 작품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정사각형’을 의미하는 크라드랏의 덴마크어 어원과는 달리 둥근 공간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왼쪽 돔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복도 양 옆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방문하는 직원들을 위한 글로벌 오피스를 비롯해 프로젝션 룸 등이 있다. 모든 사무실은 유리벽 구조로 여러 직원들이 나눠 사용하는 오픈 스페이스로 구성돼 공간의 단점인 소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간단한 대화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를 별도로 배치한 것이다. CEO 앤더스 비리엘 역시 별도의 사무실 없이 이곳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레너베이션을 계기로 전 직원이 오픈 스페이스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직원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이죠. 유리벽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투명성을 상징해요. 2대째 내려오는 가족 경영 회사로서 숨길 게 전혀 없다는 걸 저부터 실천하고 싶었어요.”


복도 끝에는 브랜드 창립 때부터 있었던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이 나무는 레너베이션을 통해 새로 건축한 공간의 시작점이자 크바드랏의 역사를 상징한다. 나무 너머로 홈메이드 푸드가 제공되는 카페테리아가, 오른쪽에는 아트와 디자인 서적이 벽을 가득 채운 도서관이 보인다. 직원들은 하루 30분간 이곳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직원들은 1년에 두 번 자신이 즐겁게 본 전시 리뷰를 회사에 제출하는데 사내 출판부에선 이것을 책으로 엮어 전 세계 직원들과 공유한다. 본사는 글로벌 오피스에서도 1년에 두 번씩 디자인과 아트를 주제로 한 이벤트를 권장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 가지의 가치 ‘아트, 건축 그리고 디자인을 크바드랏의 색깔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전개하기 위한 문화적 접근이다. 이런 예술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이제까지 공장으로 사용된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간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쇼룸으로 재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축한 빌딩 1층에는 첨단 시설을 갖춘 공장이, 위층엔 브랜드의 심장부 격인 패션과 건축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문 제작 디자인 팀과 크바드랏 컬렉션 디자인 팀의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1968년 창업 당시부터 모든 컬렉션을 외부 디자이너와 작업한 크바드랏의 전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부 디자이너들과의 잦은 미팅은 이곳에 마련된 커다란 스탠딩 테이블에서 이뤄진다. 최근 주목받고있는 라프 시몬스 컬렉션 역시 이 테이블 위에서의 수많은 미팅과 샘플 테스트를 거쳐 태어났다. 인테리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가 들판이다. 이곳엔 5대양을 상징하는 올라퍼 엘리아슨과 건축가 귄터 보그트(Gu..nther Vogt)의 ‘유어 글레이셜 익스펙테이션스(Your Glacial Expectations)가 설치돼 있고 작품 주위로 풍경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의자까지 놓여 있다. 양들이 거니는 들판을 지나면 스위스 디자이너 로먼 시니에(Roman Signer)가 창조한 집 모양의 설치미술 작품 ‘하우스(House)’가 풍경을 독특하게 대비시킨다. 그 너머 바다까지,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크바드랏의 컬렉션이 왜 유독 자연에서 영감받은 컬러와 디자인이 많은지 이해하게 된다. 크바드랏의 레너베이션 작업은 자신들이 가진 역사적 공간을 어떻게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끝을 맺는다. 결국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되는 작업이었다. “우린 매 시즌 새로운 걸 내놓기보다 가진 걸 좀 더 심도 깊고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아주 아름답고 정교한 제품 말이에요. 아름다운 패브릭이 현명하게 쓰일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좋은 감성과 센세이션을 일으킨다는 걸 아니까요. 우리가 일하는 이 건물도 마찬가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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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사진 Ole Hein Pedersen
    글 김이지은
    에디터 채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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