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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nights in Paris_ EP. 1 퇴사 후 파리

14년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파리로 훌쩍 떠난 그녀, 패션 에디터 출신 서재희의 퇴사 후 스토리, 그 첫번째 이야기::퇴사,에세이,99nights in Paris,해외 체류기,파리 여행,파리 유학,욜로,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7.10.25




14년 직장 생활의 마침표를 찍다

대학교 4학년 가을, 우연히 지원한 잡지사 일을 시작으로 쉬지 않고 일했다. 무슨 일복이 그리 많은지 주변 사람들이 ‘너 소니?’라고 묻기가 다반사, 이직을 해도 업무는 더해질 뿐이고 늘 시간에 쫓겼다. 대상포진, 화병, 위와 대장 경련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발진까지.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인가? 그러다 문득 30대 중반을 지나 야금야금 마흔의 나이가 가까워 오는 순간, 모든게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급함이 몰려왔다.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또래의 다른 이들보다 자아 발전과 안위에 대해 더 고민하고 만족도 높은 삶이 무엇일까에 대해 숙고해야 할 테다. 그럼 현재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 중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질문을 매일같이 쏟아내고 쓸어 담기를 반복했다. 물론 점도 보고 교회도 찾았다. 약 1년을 그리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혼자 떠나보기로 했다. 매일 현기증이 날만큼 울려대는 핸드폰과도 멀어지고 낯선 환경이 주는 새로움과 도전이 삶의 다른 자극이 될 것 같아서다. 그리고 특히 무엇보다, 현재 30대 중후반의 싱글녀는 하하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는 일을 해야할 터. 일을 쉬고 다시 다른 일을 찾기에도 40대보다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가 유리할 테니 기왕 할거면 서둘러야 했다. 그리고 지난 8월의 마지막 주, 드디어 14년간 쉼없이 돌던 내 직장 생활의 시계가 멈췄다. 우선 잠시!



퇴사 후, 사랑하는 도시 파리로 떠나 마주한 에펠탑.


파리로 떠나 집 구하기 

퇴사 후, 내가 사랑하는 도시 파리로 떠날 준비를 했다. 여행의 일정을 우선(?) 3개월로 잡고 이것 저것 준비했다. 그런데 이건 말이 단기간이지 1~2년 장기 여행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식주라는 기본 인간 생존 조건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특히 집의 경우 2-3개월과 같은 단기는 렌트는 여간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료는 장기나 단기나 약 한 달치 임대료를 내야하고, 단기의 경우는 프랑스 정부에서 지원하는 주거보조금 조차 받을 수 없으니 금전적으로 지출이 크다. 계산기를 잘못 두드리면 낭패보기 십상. 정신 줄을 단단히 붙들어 메야 했다.

집은 파리 룩상부르크 공원 부근으로 잡았다. 평소 내 로망이 매일 아침, 룩상부르크 공원을 달리며 운동하는 거였다. 조경이 잘 돼 있어서 늘 예쁜 그 공원이 이제 내 집에서 불과 5분 거리다.



파리 부동산에서 붙여놓은 임대 아파트 정보.



임대 중이라고 적힌 파리의 한 건물 외관.


집 앞 5분거리에 위치한 파리 룩상부르크 공원  


무엇을 하며 지낼까 

이런 저런 거주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금 찾아오는 난관, ‘무엇을 하고 지낼 것인가’다. 숨만 쉬고 바게트만 씹으며 살다 갈 순 없지 않은가. 이곳에 온 이상, 생산적인 일을 찾아야 했다. 걱정 많은 옛날 사람같은 성격은 이력서에 생길 단 몇 개월의 공백이 두려웠다. 늘 무언가를 꼼지락거려야 안심되는 성격은 결국 어학과정에 등록으로 이어졌다.(프랑스에는 일주일 단위로도 신청 가능한 사설 불어 학원이 많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www.france-langue.fr. 소규모 사설 학원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로 해외 생활 초보자에게 알맞은 듯.) 아직까지는 이는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비자 발급에 도움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 곳곳에서 모여든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물론 종종 시험을 본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고단하고도 행복한 날들의 시작   

사실 그간 파리를 정말 많이 오고 갔다. 출장이며 휴가며. 하지만 잠시 머무는 것과 짧지만 이곳에 조금이라도 머무는 생활은 너무 다르다는 점을 느낀다. 퇴사 후 자신감에 차서 넘어온 이곳에서 집을 구하고 이런 저런 그나마 생활이 안정을 찾는데 약 2주가 걸렸다. 심장은 여러 번 바닥 저 멀리 내동댕이 쳐졌으며, 불어를 못해서, 아시안이라서 이러나 싶은 등등의 생각에서 비롯된 ‘깊은 빡침’의 나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니 괜찮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파리 생활이 시작될 것 같다. 익숙한 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 헤쳐나가는 하루 하루에 기대감을 가져본 게 얼마만인지. 누군가 그랬다. ‘회사를 나왔더니 행복하다라는 틀렸다. 회사를 나와서 행복한 게 아니라 살고 싶은 대로 살아서 행복하다.’ 그 말이 와 닿는다. 하루 하루가 설레고도 또 설렌다.
 


내 방 문만 열면, 파리다!  



시장 골목에서 한 컷. 유리에 비친 내 모습.


 TIP  체류, 얼마 동안 가능할까? 

쉔겐 조약(Schengen agreement)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여권 소지자는 무비자로 출국시점부터 역산 180이내 최대 90일까지 쉔겐지역(주로 EU국가)에 머무를 수 있다. 그 기간 이상 머무를 경우 비자가 필요하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낼 수도 혹은 최장 5년까지 유럽 국가들에 입국이 어려울 수 있다. 헌데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서는 빠르면 2주 길게는 3~4개월까지 걸린다. 일반적인 여행을 목적으로 장기가 비자가 나오기란 말하지 않고도 느낌적으로 쉽지 않다. 때문에 무비자인 경우 치밀한 날짜 계산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는 최근 EU에서 탈퇴한 영국을 두고 비쉥겐 국가이니 영국을 다녀오는 일정은 총 여정에서 빼고 된다고 하고 안된다고 하는 등의 추측이 난무하다. 이럴 땐 대한민국 영사콜센터(02-3210-0404)에 문의해 손가락으로 달력 날짜를 하나씩 짚어가며 세보는 것이 정확하고 속 편하다.


 TIP  파리에서 집을 구한다면?

파리 곳곳엔 Immobiler라고 간판을 단 부동산이 즐비하다. 그리고 입구에 집들의 정보를 붙여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부동산에서는 3개월 정도 단기는 찾기 어렵다. 여러 부동산을 두드리던 중 한 현지 업자가 단기 거주라면 이곳에 문의하라며 추천한 곳들은 아래와 같다.

추천 사이트 www.bookaflat.com, www.myappartmentinparis.com, www.Lodgis.com

파리에서 집을 구할 때는 재정보증인, 통장 잔고 내역, 신분 증명서 등 다양한 서류가 필요하고, 업체마다 요구하는 정보는 조금씩 다르다. 또 메일을 보내면 하루, 이틀 안에 회신이 오니 인내심이 필요하다. 메일을 보냈는데 왜 회신이 없냐며 발을 동동 구르자 한 지인이 그랬다. ‘여기 원래 그래. 한국처럼 빨리 안해줘.’ 이곳에선 기다림을 배워야 한다. 물론 결국 난 참다못해 사무실로 찾아갔다.

어디서나 자국민의 생활 안위는 자국민이 돕는다고 ‘프랑스존닷컴(www.francezone.com)’에는 유학생들이나 현지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인 부동산에서 집을 올려놓는다. 말이 통하니 한결 쉽다. 이외도 에어비엔비(airbnb)가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부동산비가 들지 않는 반면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으니 집의 상태가 복불복일 수 있다.



to be continued...




노블레스 패션 디렉터로 일하다 14년 회사생활을 접고 얼마 전 훌쩍 파리로 떠났다. 파리에서 머무는 99일 간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

Credit

  • 에디터 김강숙 글 서재희 사진 게티 이미지
  • 서재희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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