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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3. SUN

Tasty Road in Lisbon 리스본의 소울 푸드

채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에 포르투갈에서 ‘핫’한 레스토랑 6개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 셰프 호세 아빌레즈. 단언컨대, 그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리스본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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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리스보아의 테라스에 선 호세 아빌레즈.

     

     

    호세 아빌레즈는 직접 만든 와인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AJ란 레이블을 붙였다. 소시지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맛.

     

     

    한입거리 스낵으로 인기 좋은 포르투갈 스타일의 만두 ‘엠파나다’.

     

     

    배이로 도 아빌레즈의 인테리어는 오랜 기간 협업해 온 디자인 스튜디오 아나호리 알메이다(Anahory Almeida)가 맡았다.

     

     

    느긋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칸틴호 도 아빌레즈.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앞치마와 에코백.

     

     

    배이로 도 아빌레즈의 식료품 코너에는 주방용품부터 각국의 치즈까지 없는 게 없다.

     

     

    <미슐랭 가이드> 2스타를 받은 벨칸토에만 서른다섯 명이 한 팀으로 일한다.

     

     

    돼지고기와 식초와 고수, 박하가 어우러진 양상추 랩.

     

     

    포르투갈 전통 빵 ‘볼로 도 카코’를 응용한 샌드위치.

     

    “먹는 것에 열광해요.” 리스본 토박이인 호세 아빌레즈(Jose′ Avillez)는 자신을 설명하기 앞서, 외모가 주는 편견에 대한 해명(?)부터 시작한다. “보기에 마른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저는 먹기 위해 요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포마드로 정리한 헤어와 잘 다듬은 턱수염이 눈길을 끄는 호세 아빌레즈. 앞치마가 없었다면 세련된 취향을 지닌 젊은 사업가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뛰어놀기 바쁜 여덟 살에 화로에 정신을 빼앗긴 그는 주방을 놀이터 삼아 자라났다. 대학에 들어가 경영과 마케팅 등을 공부했으나 졸업을 앞두고 요리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맛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 정신으로 각종 이력을 쌓아나갔다. 포르투갈 요리계의 대모인 마리아 드 로데스 모데스토(Maria de Lourdes Modesto)에게 미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면, 카스카이스(Cascais; 리스본 근교 해변 도시)에 자리한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 포르탈레자 도 귄초(Fortaleza do Guincho)에서 셰프 안토니에 웨스터만(Antonie Westermann)과 일한 것을 시작으로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에릭 프레송(Eric Frechon) 등 이름난 스승들에게 요리를 배웠다. 무엇보다 전설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에서 일했던 시간은 그의 요리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라 할 만큼 중대한 경험이었다.


    현재 호세 아빌레즈는 포르투갈을 너머 전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셰프 중 한 명이다. 리스본에만 6개의 레스토랑이 있고, 오포르토(Oporto; 포르투갈 북부 도시)에도 1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직원 수를 합치면 300명이 넘는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보는 직원 말고 실제로 부엌에서 요리하는 이들로만 말이다. 리스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우리는 서빙된 차가 식기도 전에 허겁지겁 비워내고 길을 떠나야 했다. 목적지는 그의 거주지이자 그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업장이 있는 시아두(Chiado) 지구. 지난해 8월, 새로 문을 연 배이로 도 아빌레즈(Bairro do Avillez)는 리스본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이며, 이곳에서 식사하기 위해서는 행운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빌레즈는 내재된 창의력을 맘껏 발휘해 널찍한 공간에 3개의 독립된 구역을 만들었다. 샌드위치나 크로켓 등 안주류를 즐기는 타베르나(바) 구역과 각종 고메 제품과 주방용품을 파는 메르세아리아(식료품) 구역, 전통 격식을 갖춘 포르투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파테오(식당)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레스토랑 뒤편에 벌레스크 쇼를 떠올릴 만한 또 다른 비밀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귀띔한다.


    시아두 지구는 보헤미언적 취향이 흐르는 생기 넘치는 카페 밀집 지역이다. 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포르투갈 문학의 거장들이 오가던 동네다. 1988년 큰 화재가 발생한 이후 폐허처럼 방치돼 있던 건물들 틈에 예술가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던 2011년, 호세 아빌레즈 역시 이 지역의 어둡고 좁은 거리 중 하나를 골라 그의 첫 레스토랑 칸틴호 도 아빌레즈(Cantinho do Avillez)를 열었다. 시아두 지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아빌레즈의 명성도 높아졌고, 그의 미식 제국도 점점 확장됐다. 카페 리스보아(Cafe′  Lisboa), 미니 바(Mini Bar), 피체리아 리스보아(Pizzeria Lisboa), <미슐랭 가이드> 2스타를 받은 벨칸토(Belcanto)까지. “처음엔 하루 스무 명 정도의 손님만 받는 레스토랑을 열려고 했어요. 그런데 엉겁결에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처음 2년 동안 ‘내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굉장히 힘든 나날이었으니까요. 주방을 좋아하는 것과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더군요.” 그는 팀을 통솔하는 것과 휴식할 짬을 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원래 전 스스로에게 꽤 혹독한 사람이에요. 그러나 모든 인간은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깨달음이 왔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휴식’입니다. 주방에는 늘 순서가 있어요. 하나를 시작하면 하나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 경영이란 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무엇과 씨름하는 기분이긴 하지만요.” 커다란 성공을 거뒀음에도 여유보다 신중함과 겸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이 일은 저를 찾는 손님들을 위한 것 같아요. 아티스트인 양 대접받으며 창조를 위한 창조를 하고 싶진 않아요. 손님들이 자기 음식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음식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셰프들도 있어요. 저는 제 방식대로 현재의 포르투갈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통적인 맛도 존중하고 싶고요.” 이 용감한 셰프는 진짜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일등이 된다는 건 굉장히 고독한 일이란 걸 다른 유명 셰프들을 보며 절절히 느꼈어요. 제게 용기와 열정을 가르쳐준 스승들은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서도 알려줬죠. 제 직업은 요리사이고, 늘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해요. 다행인 것은 내 옆에 나보다 더 훌륭한 팀원들이 함께한다는 거예요. 스스로를 믿으면 주변 사람들이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도와줄 거란 믿음도 생기더라고요. 요리사가 아니라 철학자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