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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MON

the new modern 모던한 트렌드가 부활했다

디자인계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는 게 우주적으로 느껴진다. 간결한 북유럽 트렌드와 차가운 인더스트리얼 무드가 한동안 유행을 휩쓸고 간 자리, 2017년에는 모더니즘이 부활할 것이다. 그것도 가장 화려하고도 우아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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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봄/여름 트렌드는 전 세계적으로 같은 ‘응답’으로부터 나왔다. 단아하면서도 고요한 무채색의 우드 퍼니처들과 간결함을 숭배한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단정함이 지겨워질 무렵, 노출 콘크리트 천장에 금속으로 도배한 가구를 채운 대담함이 거칠어 보일 때가 됐으니까. 활발하고 역동적인 동시에 따뜻하고 우아한 무드, 이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대조가 찾아올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세상은 지금보다 활기 넘치고 강렬한 대비와 리액션을 원하고 있다. 어떤 장르로도 설명할 수 없고 때론 비논리적이어도 마음에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집이 안전한 성역이고 다채로운 개성보다 차분하고 편안한 휴식처여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길. 새로운 스타일의 인테리어 감각은 용감하다. 때론 통제력을 벗어날지라도 선과 벽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해야 지겹디 지겨운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개념을 ‘뉴 모던(The New Modern)’이라 부른다. 



    (위) 디모레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멕시코시티의 카사 파예트(Casa Fayette).
    (아래) 디모레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프랑스 파리 생-마크(Sanit-Marc) 호텔의 내부.


    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학교에서 개론 강의를 듣는 것처럼 설명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기존 문법을 해체하기 위해서 모더니즘이 등장했고, 시대를 가르는 완전한 차단기 역할을 했다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에밀리아노 살시(Emiliano Salci)와 브리트 모란(Britt Moran)이 설립한 밀란 베이스의 디모레 스튜디오(Dimore Studio)는 데뷔 초까지만 해도 도저히 집이나 상업 공간에는 적용할 수 없는, 다분히 작가주의적인 고독함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 순간 전 세계 부티크 호텔을 수도 없이 디자인했고, 그들이 만든 공간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가구들로부터 풍부한 감수성이 끌려 나왔다. 메탈릭한 소재와 석재가 조합되거나 서로 충돌을 일으킬 법한 패턴이 연결되곤 하지만, 모두가 이런 디자인에서 재미를 느꼈고 그런 감동 때문에 성공했다. 그들의 가장 빛나는 최근 작업은 런던 타워 브리지 인근의 호텔 ‘라릿’의 데커레이션이다. 인도의 라릿 수리 호스피털리티 그룹(Lalit Suri Hospitality Group)에서 소유한 유서 깊은 건물을 개조한 호텔로 18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영국의 문화유산 관리제도 아래 ‘그레이드 II(Grade II; 특별한 중요성 때문에 보존가치가 충분한 건물)’ 명단에 올라갈 만큼 가치 있는 건물은 한때 남학생 기숙사로 사용된 곳이었다. 디모레 스튜디오가 손대지 않았다면 전형적으로 톤다운된 컬러를 칠한 후, 우드 패널링을 덧대 심플하고 절제된 레너베이션이 단행됐겠지만 그들은 웅장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꽉꽉 채워 넣었다.



    (위) 생-마크 호텔 객실 내부는 더스티한 핑크 컬러를 벽면 전체에 칠했다.
    (아래 왼쪽) 지난해 밀란 디자인 위크 때 디모레 스튜디오가 선보인 공간 내부.
    (아래 오른쪽) 샤인 컬렉션 수납장은 Meridiani.




    사랑스러운 디테일로 나무 소재를 발코니에 사용했고, 천장은 깊고 푸른 바다색으로 칠했다. 블루 테마를 기본으로 다양한 색깔과 소재를 믹스한 공간은 부티크 호텔의 경쟁이 치열한 런던에서도 발군의 감각을 뽐낸다. 파리를 예로 들면,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파리 아파트들을 다수 지은 건축가 조셉 디랑(Joseph Dirand)이 선구적이다. 저렴한 합성 소재 대신 대부분 자연 소재를 사용했고, 장식적인 패턴의 마루 위에 컬러플한 대리석을 과감하게 쓰고, 마감에는 그린 컬러 계열의 벨벳을 아낌없이 펼쳐놓았다. 이런 공간을 샘플로 삼으라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 인테리어를 자신의 공간으로 들여오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없애야 하는 것이 컬러플한 가구와 화려한 패브릭, 특이한 마감재를 두려워하는 습관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드레이핑한 벨벳과 만져보고 싶은 텍스처, 컬러플한 유리, 이국적인 마감재, 빈티지 거울 같은 것들은 현명한 디테일이지 실용을 방해하는 공작단이 아니다. 서구에는 스텔스 웰스(Stealth Wealth)란 말이 있다. ‘과시하지 않는 부’라는 뜻이다. 황동으로 휘감은 욕실이나 이마에 떨어질 것 같은 샹들리에, 거실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는 소파 같은 것들은 은유적이지 못하다. 과시와 과감함의 차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다. 또 어떤 이들은 뉴 모던을 그저 ‘70년대의 회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위) 생 마크 호텔의 라운지. 컬러플하고 작은 오브제들이 수놓인 패턴을 패브릭에 폭넓게 쓰고, 가구들은 비비드한 원 컬러로 대조를 이루도록 했다.
    (아래 왼쪽) ‘안야(Anya)’ 커피 테이블은 Fendi Casa.
    (아래 오른쪽) 그린과 레드와 화이트 컬러 마블로 출시한 세 가지 TS 테이블은 Gubi.


    오일 쇼크로 인한 현실을 잊고자 화려한 팝 컬러와 과잉을 미덕으로 한 시대였기에 몇몇 포인트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당시처럼 흥청망청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2017년 버전의 뉴 모던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심사숙고와 경험, 디테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취향을 얼마나 심오하게 고민했는가가 큰 차이를 만든다. 대리석이나 오닉스를 DIY로 사용한다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래커나 가죽을 쓴다 해도 철저한 숙련 없이는 너덜너덜하고 얼룩덜룩한 습작만 남기 일쑤다. 실용적이라는 거짓말로 펠트나 시트지를 덧댄 무언가를 집에 두라고 강요했던 ‘집방’ TV 프로그램들, 플라스틱이나 합판으로 만들어진 공산품 가구들, 창고나 다용도실을 확장했다고밖엔 말할 수 없는 철제 수납 선반들이 가득한 곳에서 지속 가능한 미적 감각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이 법칙은 상업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팔고자 하는 제품으로 꽉꽉 채운 디스플레이, 물건이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은 숍은 비싼 임대료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다. 대신 취향을 소중히 하기 위해 제품 아닌 스타일을 선보이는 브랜드의 매장들이 핫 플레이스라는 이름을 얻는다. 



    (위) 생 마크 호텔의 욕실. 차가운 블루 컬러로 마치 수영장 같은 분위기를 준다. 

     (아레) 플라워 패턴의 그랜드 피아노 소파는 Gubi.


    집이든 카페든 매장이든 핵심은 진중한 소재를 유쾌하게 재해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뉴 모던은 ‘집’에 대한 유쾌한 예찬이다. 안전함을 강조하기보다 좀 더 개성을 즐기는 순간을 추구하지만, 지금은 어차피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렇다고 인테리어를 혼란스러운 놀이터로 여기라는 말은 아니다. 자유롭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페인팅으로 실험하고, 컬러로 악센트를 주되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집의 가치가 절로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