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 디자이너 이지선의 공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슈퍼우먼 디자이너 이지선의 공간

디자이너 이지선의 집, 이 공간에서 그녀는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삶을 아름답게 어우르며 살고 있다.

ELLE BY ELLE 2017.06.28

서래마을의 조용한 빌라, 집 앞에 이르자 현관에 화려한 골드 리스가 달려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자 패션 브랜드 ‘제이 어퍼스트로피’의 디자이너 그리고 수십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 이지선의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면에 몰딩된 회색 벽과 패턴이 그려진 타일 바닥이 메인 공간으로 인도해 주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그 뒤로 얌전한 강아지 ‘칸’이 조용히 손님을 맞는다. 이사한 지 반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미 그녀의 집은 SNS에서 핫 플레이스이기에 방문 전부터 궁금증이 커진 상태. 블링블링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그녀의 집 첫인상은 요란스럽지 않은 차분함이 느껴진다. “신혼 집은 도곡동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시작했어요. 둘이 살기엔 부족함이 없었죠. 시간이 지나 딸 태희가 태어나고 약간 집이 비좁다고 느끼던 찰나, 어느 날 창가에 둔 식물에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살아나지 않는 걸 보고 고층 건물에서 사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원래 땅을 좋아하거든요.” 세 가족에게 맞는 집을 찾기 위해 그녀는 서울에서 주택이 남아 있는 동네들은 죄다 가봤다. “주택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이 집은 정원이 딸려 있어 빌라여도 삭막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좋았어요. 서래마을 역시 조용하면서도 조금만 나가면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어서 마음에 들었고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거실 밖으로 꽤 넓은 테라스 겸 정원이 보였다. “날이 풀렸을 때 왔으면 바비큐도 하는 건데! 왜 안 믿으세요? 이사 오고 나서 진짜 매주 파티를 했다니까요!” 유쾌한 그녀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집 안을 슬쩍 둘러보니 일관된 톤이 차분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블랙과 웜 그레이, 화이트로 전체적인 톤을 잡고 골드로 포인트를 줬어요. 골드가 너무 튀지 않게 선적으로, 예를 들면 수전이라든지 조명 같은 요소로 풀었는데 그게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전체적인 색을 잡고 난 후에는 그 위에 패턴과 텍스처를 얹었어요. 송치 소재의 의자라든가 타일 같은 패턴 플레이를요.” 곳곳에 놓인 아트 피스들도 눈에 들어온다. 뉴욕 베이스의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부터 세잔의 리얼 아트워크 그리고 이국적인 아트 피스들이 공간에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것들도 있고, 대부분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들이에요. 오래전부터 여행 가면 꼭 작품들을 샀어요. 값을 떠나 그 자체로 보기만 해도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들이라 의미가 커요.” 전체적인 컬러 선택부터 그 위에 얹어진 요소들, 겉모습보다 훨씬 탄탄하게 계획된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고치기 전의 집은 어떤 형태였는지 궁금해진다. “말 그대로 중후한 ‘할아버지 집’이었어요. 수년간 전혀 손도 안 댄 집이었죠. 이왕 공사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바닥의 난방 배관부터 섀시까지 정말 새로 집을 짓는 것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고치고 들어왔어요. 이 집에서 오래 살고 싶었거든요.” 집 전체 공사를 진두지휘한 그녀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생각할 새도 없이 바로 “부엌이죠!”라고 대답한다. 부엌에 들어서니 조리대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벽이 눈에 띈다. “사실 인테리어 업체는 스테인리스스틸에 흠집이 많이 날 거라고 반대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이 집의 역사(?)가 될 테니까 사용감이 느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흔히들 부엌에 있을 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게 싫어서 부엌에 있을 때도 주변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조리대 앞에서 고개를 돌려보니 집 안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경 쓴 부분이긴 해요. 식탁 테이블에만 앉지 않고 창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창 옆에 의자를 쭉 놓았어요. 친구나 가족들이 찾아와도 밥 먹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밍글링할 수 있어서 잘한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딸 태희 방도 가까워 지켜보고 놀이하기도 좋고요.” 부엌 한가운데 중문을 없애고 넓은 공간으로 만들면서 이 공간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딸의 침실과 놀이방이 자리 잡고 있다. 부엌은 가족이 모이고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가장 활기 넘치고 북적거리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화 속에서 묻어나는 그녀의 우선 순위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남편과 타일 패턴부터 천장 높이까지 결정하면서 만든 집이기 때문에 벌써 정이 많이 들었어요. 태희도 이사하고 나서 이 집을 정말 좋아해요. 정원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조그만 식물들도 심고요. 이 집에서는 사람 냄새 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평생 살아야겠죠?” 그녀와 남편의 라이프스타일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고 딸 태희와의 현재진행형 이야기가 담긴 곳, ‘이 집에서 가족은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해피 엔딩이 떠오르는 집, 바로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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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photographer 김선혜
    editor 임세은
    art deigner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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