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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법의 성

100년 넘은 올리브나무 아래서 요리하거나, 바닷물을 끌어온 수영장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지붕 위의 테라스 산책로를 걷는 것. 거대하고 새하얀 마법의 성에서 건축가, 루카 봄바세이가 보내는 일상이다.::건축,건축가,루카봄바세이,화이트,화보,인테리어,익스테리어,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6.06.27

트룰로의 화이트 외관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수영장 주변에 시멘트로 조성된 데크는 땅과 같은 브라운 컬러로 통일했다. 현지에서 공수한 돌로 테이블 형 의자를 만들어 그 위에 카를로 칼다라(Carlo Caldara) 작품으로 유명한 청동 소재의 조각상, 신데렐라 맨(Cinderella Man)을 놓았다.        



트룰로 내부 라운지에 있는 마우리지오 갈란테(Maurizio Galante)가 디자인한 의자 카나페 캐터스는 Baleri. 하늘의 구름 패턴을 묘사한 조명은 5.5 Designstudio. 책장 모양의 캐비닛은 프런트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제품.



마르티나 메를리니(Martina Merlini)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외벽에 새 벽화를 그리고 커다란 둥지를 지붕에 얹었다.



올리브나무 근처에는 수영장이 있다. 나무 뒤쪽으로는 키친 디자이너 엘리아 만지아(Elia Mangia)가 디자인한 나무 소재의 주방 작업대가 있다.




외부 작업대를 통해 내부 트룰로로 들어가는 입구. 내부와 외부는 블랙과 화이트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루카는 이 대비를 통해 각 공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건축가 루카 봄바세이가 테라스형 지붕에 연결된 산책로 위를 건너고 있다. 외관의 앞에 보이는 탑은 코시모 카르도네(Cosimo Cardone)의 저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열 두개의 스틸 체어 중 4개를 위로 쌓아 연결했다.


욕실 지붕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둥지가 올려져 있다. 메를리니의 작품 아실럼(Asylum)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애덤 굿럼(Adam Goodrum)이 만든 의자 위에 엘리아의 만지아가 디자인한 조명이 놓여 있다. 사방이 온통 까만 벽에는 슬림 아론스의 사진작 <너바나의 사람들, Guests at Villa Nirvana>이 걸려 있다.



“나는 풀리아 사람도 아니고, 이곳에 아는 사람도 없어요. 그저 근처에 있는 트롤리를 보기 위해 여행 왔다가, 몇 년째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만큼 아름다운 곳임은 분명해요.” 이탈리아 남동쪽에 있는 살렌토 반도,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은 오스투니 지역의 하얀 마을은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집주인이자 건축 디자이너인 루카 봄바세이(Luca Bombassei)의 이름을 딴 ‘봄바트룰로’가 이 하얀 성의 이름이다. “가까운 곳에 건축가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의 페세트룰로(Pescetrullo)가 있어요. 그의 대표작이자 천재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죠. 그 집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어요.”


루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앞마당이다. 이 집의 핵심 공간이기도 한 이곳은 최근에 새롭게 세운 담벽 두 개가 넓은 앞마당을 가로지르며 우뚝 서 있고, 한 벽과 다른 벽 두 개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세웠더니 자연스럽게 내부 공간이 생겼다. 외관 벽과 붙어 있는 계단 디자인 역시 루카의 아이디어다. “마당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어요. 지리적으로 바다와 가깝고, 사방이 조용해요. 외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도 눈이 어지럽다거나 귀가 시끄럽지 않죠. 지붕도 모두 테라스 형식이에요. 저 위를 한번 보세요. 연결된 통로가 보이나요? 산책로예요.” 늘 하던 행동인 양 자연스럽게 계단 위로 올라가 지붕을 건너, 산책로를 걷는 그의 모습은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유롭다. 계단 안쪽에 마련한 원목 테이블 앞에는 벽과 컬러를 맞춘 하얀 의자들을 가지런히 나열했고, 그 위로는 한눈에도 꽤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공간에 입체감을 더한다. “이 앞마당의 진짜 주인공은 100년 넘은 올리브나무죠. 터를 이곳에 잡은 진짜 이유기도 하고요.” 덕분에 테이블과 야외용 주방 작업대 아래에는 자연스럽게 나무 그늘이 생겼고, 강력한 바닷바람을 피하기에도 여기만한 피난처가 없다고. 문득 바닷바람이 심한 이곳에 화이트 외벽 관리가 괜찮은지 궁금해졌다. “내외부를 완전히 분리된 공간으로 하고 싶어 외부는 화이트를, 내부에는 블랙을 사용했는데 잘한 선택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매년 새 단장을 위해 석회로 덧칠하는 작업도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그의 말대로 온통 까맣다. 과감하게 벽을 블랙으로 칠했지만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바닥 때문인지 어둡다는 생각은 없다. “콘크리트에 왁싱 처리를 했어요.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빛이 반사되면서 더 반짝이더라고요.” 주변에 위트와 유머가 숨어 있는 가구와 소품들은 공간에 생동감을 주는데, 시크함으로 무장한 곳이라서 그런지 반전 묘미가 쏠쏠하다. 절대 앉을 수 없을 것 같은 가시 박힌 선인장 소파, 하늘의 구름까지 사실적으로 그린 조명, 빼곡하게 책이 꽂힌 책장인 줄 알았더니 실은 물건을 수납하는 캐비닛까지, 모두 그가 수집한 가구들이라고. 요즘 루카는 식용유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올리브를 수확하고 정원에서 야채를 기르며, 직접 기른 작물로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좋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은 때, 아주 우연히 마주친대요. 이 아름다운 땅에서 즐겁게 시작한 망명(?)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게 보이고, 인생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가치가 생겼어요. 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이미 만난 것 같아요.”

Credit

  • photographer Helenio Barbetta
  • writer Rosaria Zucconi
  •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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