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 스페이스 탐방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코워킹 스페이스 탐방

더 이상 일할 공간이 없다고 카페를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위워크를 능가하는 한국형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이렇게나 다양하니까. 구글도 페이스북도 시작은 모두 창업자들의 조그만 작업실에서였다.

ELLE BY ELLE 2016.05.26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노출 벽돌 건물, 그 안에서 제멋대로 기른 수염에 컬러풀한 비니를 쓴 남자가 랩톱으로 작업하고 있다. 유리 칸막이로 나뉜 옆방엔 9cm는 족히 돼 보이는 힐을 신고 서서 일하는 여자도 보인다. 빈티지 가구와 디자인 조명들이 어우러진 로비엔 소파에 눕다시피 앉거나 걸터앉아 회의하는 팀도 있다. 이 사람들은 한가롭게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니라 모두 치열하게 자신의 업무를 보고 있는 중이다. 이게 뭐냐 하면, 2010년 뉴욕에서 설립돼 전 세계 40여 개 지점으로 폭풍 성장한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흔한 풍경이다. 지난겨울 뉴욕 여행 중, 나는 우연히 위워크에서 일하는 이와 친구가 됐다. 그 덕에 풍문으로만 들었던 위워크의 내부에 ‘침투’해 볼 기회가 있었다. 30만 달러로 창업해 5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한 이유는 곳곳에서 충분히 묻어 나왔다. 종이컵 대신 자유롭게 놓인 머그잔조차도 고 퀄리티였고, 건강보험이나 영수증 처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까지 여느 거대 기업 못지않게 모든 것을 누리도록 제대로 멍석이 깔려 있었다. 뜨내기 방문객일 뿐이었던 나도 감동한 만큼 사무공간이 필요한 이용자들은 더욱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비싼 월세를 지불하고 사무실을 임대할 수 없는 혹은 임대할 필요도 없는 벤처와 스타트업이 전 세계 젊은 도시에서 붐을 일으키며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겨났다. 그들은 수트를 입고 서류 가방을 들 필요도 없고, 정수기와 회의실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은 자기 집, 자기 방에서 혹은 카페에서 컴퓨터 하나만으로 일하곤 했다. 코워킹 스페이스도 처음엔 그들을 위한 초소형 사무실 임대 개념일 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비즈니스가 시작되자, 다른 입주자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는 시너지가 생겨났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외에 휴먼 웨어가 더해진 결과. 한국에서도 최근 1년여 사이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현기증 나게 늘었다.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생겨난 공간 중에서 <엘르 데코>가 고르고 고른 코워킹 스페이스들만 취재했다. 해외 셰어 오피스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기본적으로 탑재한 데다 한국식 비즈니스 문화에 필요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위워크도 곧 서울에 상륙한다는데, 오픈에만 목을 매고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양한 모양의 창문만으로 카우앤독의 공간 활용법을 짐작할 수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표본을 보여주는 카우앤독 1층의 공용공간. 가운데 테이블은 모임별로 모양을 바꿔 조립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타원형 구조의 계단식 컨퍼런스 룸. 통창과 율동감 있는 구조 덕에 장시간 회의에도 답답함이 없다.



때론 목욕 재계만으로 리프레시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샤워실.



‘쏘맨’에게 제공되는 공신력 있는 우편함 서비스.



예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3인용 회의실.



원목과 통창을 활용해 개방적인 2층의 또다른 회의실. 프레젠테이션용 TV도 갖췄다.


COW&DOG

카우 앤 독, 모든것을 셰어한다

성수동이 변화한 지는 오래다. 청운을 품은 젊은 창업가들이 모여든 덕에 실리콘밸리에 빗댄 ‘성수밸리’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1월, 이 동네에 시너지 효과를 내듯 자동차 공업사 자리에 노출 콘크리트로 새롭게 지어 올린 ‘카우앤독’이 문을 열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Daum) 창업자였던 이재웅 대표가 만든 소셜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와 공일스튜디오의 조재원 소장이 공유경제란 가치관에 공감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했기 때문에, 카우앤독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회원가입만 하면 특정 회의실을 제외하곤 1, 2층 공간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가입비용 없이 2만원의 디파짓을 내고 정식 멤버가 되면 음료 반값 할인, 사물함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고요.” 이은진 담당자의 말이다. 확실히 입주자들에게만 혜택이 제공되는 보통의 코워킹 스페이스와 다르게 조금 더 열린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카우앤독엔 평일 오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인구밀도에 비해, 시선이 부딪히지 않게 고려한 모듈 테이블이나 개인 폰부스, 다양한 회의실, 50인 이상의 컨퍼런스 룸 등 각자의 업무 환경에 최적화된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높게 느껴졌다. “소셜 인큐베이팅 회사이다 보니 일반 스타트업보다 사회적 기업들에 집중해서 더 지원하고 있어요. 대관료 50% 할인이나 오전시간 특정회의실 무료 개방 같은 혜택들로요. 회원 중에서도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들이 있는데, 좋은 제품을 우리끼리만 아는 게 아쉬워서 지난해 5월, 일반 셀러들과 함께 마켓을 진행했어요. 대중과도 접점을 넓힌 이벤트였죠. 올해도 준비 중입니다.” 카우앤독의 뜻은 ‘개나 소나’가 아닌 ‘함께 좋은 일을 한다(CO-Work & DO Good)’이다.

website http://cownd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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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photographer 김혁
    Contributing editor 정승혜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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