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김윤미의 감각의 제국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스타일리스트 김윤미의 감각의 제국

누구보다 바깥 생활에 익숙한 스타일리스트 김윤미이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집이다. 그녀의 취향으로 무장한 패셔너블한 홈에 <엘르 데코>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ELLE BY ELLE 2016.01.29

모던한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 거실. 가죽 소재의 암체어는 덴마크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아이템이다. 벽에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시우의 그림들이 쭉 걸릴 예정이다.




부부의 침실. 둘 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큰 방은 딸에게 양보하고, 침실에는 침대만 두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한 시우 사진을 액자에 넣어 소품으로 활용했다. 벽에 걸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은 무심한 센스가 엿보인다.




SIU 패브릭 이니셜은 지난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여행에서 건진 아이템이다.




키즈 룸의 좋은 예, 시우방.




노르딕 브로스 디자인 커뮤니티의 디자이너 신용환이 그녀의 집을 위해 만든 도면. 




다이닝 룸의 한쪽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책장. 벽에 걸 수 있는 책장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보고 주문한 제품인데, 오더메이드 제작이라 파리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5개월이나 걸렸다.




주방은 따로 없이 식탁만 놓아 사람이 모이는 공간에 여유를 두었다.




방을 터서 개수대를 설치하고, 주방으로 개조했다. 유럽 가정집에서나 볼 법한 구조로, 블랙 앤 화이트의 컬러 매치가 시크하다. 주방뿐 아니라 모든 방에 블랙 타일을 깔아 누구나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벽돌 패턴의 화이트 타일을 벽에 붙여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선반 위에는 그녀가 아끼는 마리메꼬와 아라비언 핀란드 같은 북유럽 식기류들이 자리한다.




깨알같은 소품들로 무장한 시우 전용 욕실은 이 집에서 가장 탐나는 공간




작은 소품 하나에도 디자인을 놓치지 않았다.




화장실에도 타일을 깔았는데, 패턴이 공간마다 조금씩 다르다.




벌집 모양의 타일이 아이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한다.



이사를 했다는 건지, 아직 안 했다는 건지, 이사는 했는데 정리가 안 됐다는 건지. 소문만 무성한 스타일리스트 김윤미의 집을 취재하기 위해 에디터가 기다린 시간만 여섯 달, 그 사이 책은 두 권이 나왔고, 계절도 똑같이 두 번이 바뀌었다. 집 잘 꾸미고 살기로 유명한 그녀라서일까, 새 집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 가운데 인스타그램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사진들을 지켜보던 중, 이제는 와도 좋다는 호출을 받았다. 금호동 집으로 향하는 일요일 오전,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은 그칠 생각도 없이 거세지기만 했다. 


“2012년에 <엘르 데코>에서 집을 공개했는데, 딱 3년만이네요. 그때도 이맘때였어요. 10년 살겠다고 거실부터 주방까지 다 뜯어고쳤는데, 또 이사를 왔네. 벌써 네 번째예요. 이 집에서는 진짜 오래 살아야지.” 신혼집 이후 자그마한 빌라, 딸 시우가 생기면서 선택했던 아파트 1층집 그리고 지금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파트까지. 모든 사람들이 다들 바쁘다고 하소연하지만 기자 생활 15년, 스타일리스트 5년을 거친 김윤미의 지난 시간은 특히 바빴다. 화려한 것들로 무장한 패션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패션만큼 라이프스타일에도 관심이 많아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집을 꾸몄고,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도 부엌에 달거나, 책장에 세우거나, 벽에 걸 수 있는 제품들을 빼먹지 않고 사온 그녀였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상 장르에 상관없이 예쁜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비주얼 욕심이 많다 보니까 패션이든 가구든 예쁜 거 보면 못 견디겠고. 하나 둘 사다 나르기 시작하니까 많아졌어요. 그래도 이번에 이사 오면서 많이 버렸어요. 걸러낼 때가 된 거지.” 그러고 보니 전에 살던 집보다 확실히 적다. “옷이나 집이나 오래 봐도 좋은 게 좋더라고. 질리지 않는 것들. 다행히 이 집에 오면서부터 빈 공간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익숙해지려나 봐요. 덜어내는 것에.


여섯 살 난 딸 시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건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그런데 오늘 이 집의 마스코트 시우가 없다. 아침부터 울어서, 옆 동에 사는 친정 엄마 집에 보냈단다. “시우가 어릴 때 너무 울어서 그게 빈티지 가구 때문은 아닌가 했었어요. 무슨 소리냐면, 난 원래 옷이든 소품이든 빈티지 제품은 안 좋아하는데, 가구만 예외거든요. 디자인이 워낙 예쁘니까. 유럽 출장 가면 깨끗하고 단단한, 앞으로 100년은 거뜬히 쓸 수 있는 빈티지 가구들을 꼭 사와요. 그런데 낡은 제품에 귀신이 산다는 옛말이 있잖아요. 이 가구들 때문에 시우가 우는 건 아닌지 한참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아끼는 것들인데 다 버려야 하나 얼마나 고민했는지.” 이렇게 지킨 제품들이 거실의 암체어와 테이블, 침실의 책장이다. 깨알같은 소품까지 합하면 스무 개는 족히 넘는다.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 탄생한 건 좋은 파트너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번에 집을 만들 때 인연을 맺은 노르딕브로스 디자인 컴퍼니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용환은 그녀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하면서 세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짰는데, 가장 공들인 방은 말할 것도 없이 시우 방이다. 이미 현관 입구부터 벽이며, 바닥, 문, 장식장까지 시우의 흔적들이 대단한데 아직 시우 방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게 함정이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안 해 놔도 시우 집인지 다 안다고(웃음). 꾸미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뭐.” 방문을 여는 순간, 책에서만 보던 키즈 룸이다! 동화책이 들쭉날쭉 꽂혀 있는 책장과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인형과 사진, 중앙에는 테이블, 그 앞뒤로 침대와 소파를 놓았다. 소파 옆에는 스탠딩 조명까지 세웠다. 이 방의 하이라이트는 시우 전용 욕실! 한 켠에 자그마한 욕조를 두고 공간 전체를 육각형 타일로 깔아 볼 일(?)을 보는 순간까지 상상력이 쑥쑥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한 엄마의 마음이다. 실제로도 시우가 화장실을 제일 좋아한다고. 구조도 그렇고, 화장실까지 딸린 걸 보니 이 방은 누가 봐도 안방이다. “맞아요. 이 방이 집에서 제일 커요. 이사 오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우 방을 어떻게 꾸며야 하나. 오래 살 생각을 하면 자란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 부부는 침실에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방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여기는 시우에게 양보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죠. 얘가 알까요? 우리의 이런 노력을.” 다이닝 룸에는 7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는 식탁을 놓았다.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드롭 조명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블루투스로 연결한 뱅앤올룹슨 스피커에서는 올드 팝이 흘러 나오는데, 이 완벽한 무드를 절정으로 끌어올린 건 오전 내내 걱정했던 가을비다. 산 위에 있어서인지,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다. 이 무드가 정말 오늘 촬영만을 위해 연출한 거라고? 벽면에 책을 빼곡하게 꽂은 선반을 달았고, 옆으로는 무심한 듯 잡지들을 마구 쌓았다. 그녀의 아카이브 같은 공간이다. “이사 오면서 제일 많이 버린 게 책이에요. 그래도 버리지 말걸 후회해요. 선반에 꽂기에는 너무 무겁고. 바닥에 그냥 이렇게 쌓아뒀는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안쪽까지 계속 쌓을까 봐요.”


그런데 주방이 없다. 다이닝 룸에는 오로지 식탁뿐인데 의자 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주방이 나온다. 이런 건 유럽 가정집을 군데군데 다녀본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공간 설계다! “원래 살던 집은 이 자리에 부엌이랑 식탁이랑 모여 있었어요. 공간은 세로로 긴 구조인데 꽤 복닥거렸겠죠. 마침 옆에 방이 있어서 그 공간을 트고 주방으로 만들었어요. 유럽에 가면 이런 구조가 많아요. 한국에서는 흔치 않긴 한데..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지만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했고, 조언도 많이 받았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히려 방 안으로 지저분한 것들을 모조리 넣어버릴 수 있어 속 시원하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렇다고 주방이 진짜 더럽냐고? 그것도 아니다. 화이트 컬러로 벽을 칠하고, 블랙 컬러의 타일과 컬러를 맞춘 수납장을 벽 쪽으로 밀었다. 벽돌 모양의 타일을 개수대 앞 벽에 붙여 스타일리시한 주방이 탄생했다. 벽에 달린 선반 위에 접시를 쪼로록 나열한 건 지난번의 집과 같은 방식이다. 바닥을 깔고, 선이 가는 메탈 소재의 테이블과 체어를 둔 거실 베란다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다. 시우가 TV를 많이 볼까 봐 그런 것도 있지만, 적어도 집에 세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서로에게 더 집중하고 싶어서란다. “불편한 거요? 전혀 없어요. 아침마다 박시우가 너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게 조금 힘든 정도(웃음)” 문득 이 공간에서 일상을 보낼 이 가족의 하루 일과가 낱낱이 궁금해졌다. “이제 이사온 지 6개월 됐는데, 6년 뒤에 다시 한 번 와 줄래요?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추억이 이 공간 안에 담길지 그때가 되면 또 많이 달라질 테니까요. 여기서는 진짜 오래오래 살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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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손은비
    PHOTOGRAPHER 김상곤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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