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국 대표, JOH 조수용의 집

파리의 <엘르 데코> 인터내셔널팀이 취재한 아시안 홈. 한국에서 개인의 취향이 가장 돋보인 공간으로 포착된 JOH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수용의 집을 소개한다.::JOH,조수용,크리에이티브 디렉터,홈,인테리어,건축,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5.12.04

외관의 구조와 콘크리트 소재를 똑같이 실내로 불러들여 마치 하나의 커다란 판처럼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콘트리트로 지은 하우스엔 창문들이 불규칙하게 나 있다. 이 집의 주인인 조수용은 “마치 그래픽 효과 같다”고 말한다.




사다리는 페인팅 스틸 소재. 구조적으로 메자닌을 만들고 싶었을 뿐 특별한 용도는 없다는 사다리에 걸터앉은 조수용.




아일랜드 키친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레스토랑 키친에서 영감을 얻었다. 싱크대 수도는 Grohe. 다이닝 테이블은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익스텐더블 다이닝 테이블’로 Vitra. 다이닝 체어는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할’ 컬렉션으로 Vitra. 테이블의 트레이와 저그와 촛대는 Tom Dixon. 접시들은 서울의 도예가 오정실 작품. 다이닝 테이블의 모빌은 도쿄에서 사온 것. 오른쪽의 도어는 아내의 작은 오피스 공간으로 이어진다.




 

주문 제작한 침대는 오크 소재, 벽면 조명은 미켈레 데 루키와 지앙카를로 파시나가 디자인한 ‘톨로메오’ 컬렉션으로 Artemide. 침대 뒤의 아트워크는 강윤정의 ‘드로-크리에이티브(Draw-Creative) #71411032’ 페이퍼컷 작품. 베드 리넨은 Kittybunnyponny.




버드 트리는 핀란드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것으로 Lovi. 레드 컬러 사다리는 안드리스 앤 히로코 반 옹크(Andries & Hiroko Van Onck)가 디자인한 ‘누오바스텝(Nuovastep)’ 모델로 Magis. 배경의 데스크 체어는 Varier.




커피 테이블은 ‘D 테이블’, Karimoku 60. 테이블에 놓인 지오메트리 꽃병은 Fermliving. 대리석 ‘서울(Seoul)’ 트레이와 ‘비나리(Binary)’ 촛대는 Kimhyunjoo. 체어는 찰스 앤 레이 임스가 1950년에 디자인한 RAR 체어로 Vitra. 바닥 매트는 Chilewich. 소파는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수이타(Suita)’ 모델로 Vitra. 오른쪽 스피커는 PenAudio. 스토브는 Sammifire.




형제의 침실은 서로 마주보았을 때 똑같은 구조를 취한다. 문 없이 슬라이딩 파티션으로 방을 분리했고 벽면을 거대한 보드로 활용한다. 데스크 체어는 Muji. 베드 리넨은 Kittybunnyponny.




친구들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남자들의 작업실 같은 공간. 소파와 암체어는 ‘K’ 컬렉션, 스툴은 ‘스태킹 스툴’, Karimoku 60. 테이블은 세덱에서 구입했다. 옐로 테이블 램프는 할게이르 홈스트베 (Hallgeir Homstvedt)가 디자인한 ‘톱(Topp)’ 모델로 Established and Sons.




샤워 설비는 Hansa. 욕실 용품은 Aesop. 목욕 타월과 브러시는 Jaju.



JOH WONDER

SEOUL, KOREA


지금까지 그가 해온 작업들이 모두 그러하듯 조수용은 획일화된 한국의 집 형태 역시 마뜩잖았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건설회사가 설계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어떤 직업을 가진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완전히 똑같은 포맷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죠.” 그가 말한다. “침대는 늘 똑같은 자리, TV도 똑같은 위치, 식탁이나 냉장고 위치는 아예 정해져 있죠. 그 자리에 두지 않으면 벽으로 막히거나 콘센트가 멀어서 불편하게 돼 있어요. 라이프스타일이 지나치게 통제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크고 호화로운 장소를 꿈꿀 필요는 없었어요. 제 라이프스타일이 적용될 수 있는 집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종종 타일러 브륄레(Tyler Brule)에 비유되기도 한다. 조수용은 구글에 잠식당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의 국산 검색 포털 네이버의 디자인 및 마케팅 디렉터로, 전국민이 의지하다시피 하는 초록색 네모 검색창을 만든 후 가장 박수받을 때 홀연히 떠나 자신의 이름을 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제이오에이치(JOH & Company)를 차렸다. 이후 레스토랑과 한 개의 바, 독특한 토트백 브랜드를 소유하고, 두 곳의 부티크 호텔 글래드와 네스트를 디자인했으며, 건축 및 기업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동시에 광고 없이 매달 하나의 의미 있는 브랜드를 샅샅이 파헤치는 <매거진 B>도 발행한다. 그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은 미니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판교 테크노밸리로부터 조금 떨어진 주택지구. 침실 세 개를 갖춘 231㎡ 크기의 집은 박공지붕 형태로 세모지게 생긴 2층 건물. 외관의 담백한 인상이 집 안까지 이어진다. 정갈한 꾸밈에 비해 구조는 꽤 특이한데, 그것은 건축에 관한 그의 다소 특이한 접근의 결과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기숙사를 연상케 하는 작은 복도를 따라 침실들이 1층을 차지하고, 탁 트인 2층의 넓고 높은 공간은 거실로 택했다. 광활할 정도로 탁 트인 거실을 확보하기 위해 욕실과 드레스룸은 1층 안쪽에 최소 공간으로 배치했고, 거실을 서재와 나눠 쓰는 대신 도서관처럼 거대한 서가 두 줄만 놓았다. 거실 바닥부터 지붕 꼭짓점까찌 8m에 이른다. 보통 거실을 가운데에 두고 침실을 마지막(혹은 꼭대기)에 설계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인 구조에 대해 물으니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만일 손님들과 1층에서 만난다면, 아무래도 밖을 지나는 사람들 눈에 띌 수도 있고 소음에서 자유롭지 않죠.” 가족이 모이고 낮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거실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하고, 주로 밤에 이용하는 침실은 블라인드로 차단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대개 건축가들은 외부 설계를 한 후 그 안을 채워 넣어요. 제 경우에 디자인은 내부에서 출발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제 삶의 방식에 대한 반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수용이 가장 염두에 둔 건 빌트인 형태로, 1층을 살펴보더라도 독립적인 가구라곤 의자 몇 개와 조명 정도다. 또 창문 배치도 색다른데, 각 창은 특별한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거실 서쪽 벽면의 좁고 기다란 창문은 석양을 받도록 고안했다. 덕분에 집 외관에서 보면 불규칙한 창문들이 구두점을 찍고 있는 듯하지만, 그래서 더 만족스럽다고 한다. “디자이너라 시각이 어쩔 수 없이 디자인을 좇게 돼요. 각각 다른 위치를 찾아 흩어져 있는 창문들은 밖에서 보면 마치 그래픽 효과 같아요.”


배경이 되는 벽면과 천장에는 콘크리트와 플라우드 등의 심플한 재료들을 사용했다. “대리석이나 마블스톤 같은 럭셔리한 소재는 좋아하지 않아요. 디자인 자체가 훌륭하다면 패턴에 기댈 필요가 없어요. 구조로서 충분한 힘을 지닌다고 생각해요.” 구조에 대한 그의 집착에 가까운 치밀한 계산은 펜던트 조명(일명 천장 형광등)까지 집에서 퇴출시켰다. “다른 요소에 방해받지 않은 채 집의 구조에만 시선이 머물게 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에요.” 함께 추방당한 또 한 가지는 바닥에 지렁이처럼 놓인 멀티 탭들인데, 이 역시 미관에 유난스러운 방해 공작을 펼치는 요소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신 모든 전기 기구의 위치를 예측해서 바닥과 벽에 콘센트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 엄청난 수고를 감당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소품이나 디테일을 무조건 없애버리려는 극단적 미니멀리스트라는 판단은 섣부르다. 그는 집에 있는 모든 스위치를 해외 출장 시 봐둔 제품으로 교체했고 머스터드 컬러의 섀시 프레임을 오직 이 집을 위해 주문 제작했다. “한국의 섀시는 외부용이든 실내용이든 검은색 아니면 흰색밖에 선택할 수 없어요. 이 집은 내부에도 콘크리트 벽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다소 차가운 인상을 융화시키려면 우드 컬러가 반드시 필요해요. 섀시 컬러 역시 우드 톤과 어우러지게 칠해야 했어요.”


집이 누군가에게 과시하는 공간은 아니라 해도 보여주지 않는 공간이라고 해서 방임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퍼져 있는 것만이 편안한 것은 아닐뿐더러 우리가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아늑함과 편안함을 더 쉽게 느낀다는 면에 착안해 스테인리스스틸 조리대를 갖춘 오픈 키친, 신발을 신은 채 현관에서 직행할 수 있는 지하의 플레이 룸(영화를 보거나 지인들과 파티를 할 수 있다), 상업 공간처럼 남성용 스탠드 소변기를 설치한 화장실 등 카페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두었다. 옥상에서 오픈 에어를 즐길 수 있는 월풀 욕조, 플레이 룸에 놓은 벽난로, 거실 한켠을 차지한 사다리 위의 다락(별다른 용도는 없는)과 같은 장치는 조수용 식의 장난기가 발동된 부분이다.


이 집이 가족에게 끼친 영향? 거실의 사다리 한쪽에 놓인 두 아들의 레고 건축 모형 작품이 이 질문에 답한다. 하나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판스워드 하우스이고, 또 하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건축 놀이를 즐겨요. 아이들이 디자이너가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Credit

  • writer Ian Phillips
  • photographer Stephen Julliard
  •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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