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기록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못 말리는 기록광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종횡무진 적는다. 손의 근육을 움직여 종이에 느리게 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에.

ELLE BY ELLE 2014.01.13

 

 

김영진 일러스트레이터


 

몇 년간 의뢰받은 일러스트레이션만 그리다 보니 나만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다시 그리고 싶어졌다. 개인 작업으로서 일러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앞으로는 페인팅 영역을 확장해 볼 생각이 더해지자 자연스럽게 종이와 펜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이것저것 써보다가, 생각했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는 종이라서 지금은 몰스킨 노트에 정착했다. 그림은 노트 가운데 페이지
한 장에만 그린다. 평소 작업 노트에 스케치하는 느낌 그대로를 전시하고 싶어서 노트 자체를 액자에 넣은 ‘노트 시리즈’를 전시할 예정. 개인전은 1월 한 달간 평창동 카페 LOB에서 열린다. 

 

 

 

 

 

최철용 CY CHOI 패션 디자이너


 

펜을 좋아해서, 그림이든 글씨든 손으로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 평소 대화하는 중에도 손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컬렉션의 모든 초기 단계 아이디어도 손으로 먼저 그리고 쓴 후 후반 작업만 컴퓨터로 한다. 또 줄이 쳐진 노트처럼 반듯한 양식보다 A4 백지에 쓰는 걸 선호한다. 포맷이 갖춰져 있으면 왠지 그에 맞춰 정리하며 써야 할 것 같아서. 한 달 스케줄도 A4지에 출력한 달력을 쓰지, 다이어리를 따로 쓰지 않는다. 메모한 종이들은 바인더에 시즌만 구분한 후 별 기준 없이 랜덤으로 모아둔다. 나만 알아보는 룰이라 아무도 이해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나만 들춰보는 거니까. 

 

 

 

 

 

이송희 마이쏭 & 그랑씨엘 오너 셰프


 

컴퓨터를 쓰다 보면 생각까지도 엑셀 파일의 줄 간격에 맞춰 한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새로운 메뉴에 대해 늘 고민하는 만큼 길을 걷다가도 재미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무작위로 적기 시작했다. ‘그랑씨엘’이 벌써 10년이 됐는데, 보통은 레시피가 계속 똑같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버섯 크림 파스타라 해도 사람들의 입맛과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레시피를 구상했다가 쓸만한 것들만 끄집어내서 조합하는 과정에 노트가 꼭 필요하다. 글씨 옆에 동그라미, 네모를 그린 그림들은 음식을 담을 그릇으로 함께 그렸다가 플레이팅에 활용한다. ‘그랑씨엘’의 시그너처 컬러가 된 노란색만 보면 나도 모르게 모으게 돼서 노란색 노트가 여러 권이고, 펼쳐놓은 노트는 프랑스에서 사온 건데 초등학생들이 쓰는 공책이다. 너무 고급스러운 것보다 마구잡이로 써도 되는 편안한 노트 위에, 글씨가 굵게 나오는 1.0mm 빅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걸 제일 좋아한다.

 

 

 

 

 

박사 칼럼니스트


 

몇 년 전 한 달간 여행하면서 쓴 노트 두 권이 돌아와서 보니 꽤 의미 있었다. 그때 ‘서울에서도 노트를 못 쓸 이유가 뭐 있어?’란 생각이 들었고, 서울을 여행하고 있다는 심정으로 나의 현재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내가 했던 일들을 되새김질하거나, 내가 발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때 화두로 삼았던 것들이 여전히 중요한지를 찾아보고 싶었다. 계획을 써봤다가, 하루 일과와 동선을 그려도 봤다가, 마인드맵을 짜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잡지를 스크랩하는 등 노트 활용법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최근엔 트위터에 적은 글들도 모두 필사하고 있는데, 웹에 올린 생각까지도 모두 노트로 수렴하고 싶어서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두 시간 정도 꼬박 노트를 쓰는 데 몰두하고 있고, 한 달에 한 권 정도 쓴다. 손의 피로를 줄이자니 노트와 펜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지금은 플래티넘 데스크펜과 카본 잉크에 정착했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