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봄 산책 코스는? 반지수의 #취향일지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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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봄 산책 코스는? 반지수의 #취향일지도

전혜윰 BY 전혜윰 2024.03.12
일상의 다정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반지수를 만났습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꾸준히 업로드하다 도쿄 진보초에 위치한 ‘보헤미안 길드 서점’ 일러스트로 주목을 받고 책 표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책 표지를 그렸으며, 〈반지수의 책그림〉, 〈보통의 것이 좋아〉를 쓰며 자신의 목소리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신간 <반지수의 책그림>에는 서점, 헌책방, 도서관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책’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한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정은문고 대표님이 ‘책 표지를 그리는 작가는 어떤 책을 읽고, 책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제안 주셨어요. 처음엔 ‘내가 책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을까’ 싶어서 거절했다가 대화를 나눠보니 재밌겠는 거예요. 그래서 “제 평생에 걸친 책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보겠습니다!”하고 쓰게 됐습니다.
 
책에 소개한 공간 중 가장 자주 방문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banzisu

@banzisu

연남동에 있는 '스프링 플레어'를 자주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예술, 인문 분야의 책이 많이 모여져 있어서 저에게는 ‘노다지’죠. 대형 서점에 가면 좋아하는 걸 찾아다녀야 하는데, 여긴 그게 비해 한참 작지만 제게 딱 필요한 책만 골라 놓아둔 느낌이라 가면 꼭 한 권이라도 사서 나오고 영감도 많이 얻는 곳입니다.
 
공간을 그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린 시절 ‘내 방’이 없었던 것에 대한 결핍이 항상 있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살고 싶은 방과 집을 상상했죠. 엄마가 보는 잡지나 책에서 방이나 건물 사진이 나오면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어떤 작품을 그려야 하지’ 고민할 때도 자연스럽게 공간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공간을 그리기 위해 어떤 특징들을 주로 관찰하나요.
새로 생기거나 모던한 공간보다는 빨간 벽돌이나 빈티지한 울타리, 울창한 나무처럼 옛날부터 있었던 것을 그리고 싶어해요. 그리고 따뜻한 빛이 닿는 느낌을 좋아해서 주로 낮을, 밤을 그릴 때는 조명이 켜진 공간을 그립니다.
 
일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작가님이 요즘 봄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집 앞에 천변이 흐르거든요. 날이 좀 따뜻해지니까 산책하러 나온 사람이 많아졌더라고요. 공기 냄새도 확실히 달라졌어요.
 
2021년에 발표한 <보통의 것이 좋아>는 ‘산책’과 관련된 책이에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다니구치 지로의 <산책>, 여러 인터뷰에서도 ‘산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하셨는데요. ‘산책러버’로서 봄 산책 코스가 있나요.
홍제천 산책을 제일 좋아해요. 예전에 살던 집이 홍제천이랑 가까웠어요. 오리에게 밥 주는 사람,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는 아주머니들…. 그런 게 참 정겨운 것 같아요. 게다가 한강 공원, 안산, 궁둥공원이 근처에 있고, 연희동 쪽으로 가면 동네 분위기가 서울 같지 않게 호젓하고 좋습니다. 그리고 홍제천은 벚꽃이 많이 없는데 바로 옆 동네에 있는 불광천은 벚꽃이 많아서 특히 봄 산책 코스로 추천해요. 여의도보다 좋을 거예요!
 
도쿄 진보초의 서점 그림이 알려져 책 표지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달 진보초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게 됐어요. 처음 그린 풍경 그림의 배경이었던 후암동에선 첫 풍경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그렸던 풍경 가운데서 또 무언갈 할 수 있다면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나요.
‘스프링 플레어’를 너무 좋아해서 책 표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에도 '내 책이 이곳의 라인업에 들어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반지수의 책그림〉과 〈보통의 것이 좋아〉를 진열해주셔서 꿈을 이뤘어요. 그리고 제 그림이 일본 작가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편이라 일본 서점에 제 책이 진열된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진보초 고서점은 버킷리스트에 넣어둘 정도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고 밝혔죠. 이렇게 버킷리스트에 넣어놓은 장소가 또 있을까요.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Unsplash.런던 내셔널 갤러리, Unsplash.빈 벨베데레 궁전, Unsplash.
서양 인상주의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미술관 여행’을 갈 계획을 짜고 있어요.가장 가보고 싶은 미술관은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내셔널 갤러리,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이에요.
 
@banz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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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 <패밀리 트리>표지는 일본 여행 중 열흘간 머물렀던 숙소를 그린 것이었는데요. 80년 된 ‘니노미야테’은 어떻게 알게 됐고, 숙소에서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나요.
남편이 홈스테이를 했던 일본 마츠야마로 추억 여행을 계획하다가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발견했어요. 80년 된 2층짜리 주택인데 코로나가 막 끝난 시점이라 그런지 10박 이상을 하면 하루에 6만 원 정도로 너무 저렴한 거예요. 작은 마을에 상가도 서점과 이자카야뿐이었는데, 그 이자카야를 매일 가다 보니 주민들과 친해졌어요. 귀국 전에도 그곳에 모여 함께 술 마시고 노래를 불렀죠. 사장님 부부가 저희를 대접해주시고, 저는 보답으로 이자카야 풍경을 그려서 선물로 드렸답니다.
 
고택의 호스트도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나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 4~5명이 모여서 운영하는 숙소였어요. 마을의 부흥을 위해 이주한 이들은 근처에 서점도 같이 운영하는데 거기에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 일본판이 딱 꽂혀있는 거예요. 제가 한국판 표지를 그렸다니까 신기해하더라고요.
 
그 밖에 책 삽화로 그린 공간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banz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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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천, 연남동, 성산시영아파트 부근. 특히 성산동은 홍대에서 엄청나게 멀지도 않은데 뻥튀기 장수, 장 보는 할머니, 산책 나온 사람 등 주민들의 정감 있는 모습이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엘르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마음에 들었던 곳과 소개해주고 싶은 공간이 비슷한가요.
맞아요. 홍제천에서도 한 군데를 꼽자면 '보틀라운지'라는 카페가 있어요. 마감을 끝내고 이곳에서 힐링하던 기억이 나요. 카페 뒤 작은 뒷마당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거든요. 친환경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곳이라 샴푸나 파스타면 등을 ‘보틀(병)’에 담아 구매하는 리필 스테이션도 운영해요.
 
그리고 해외에서 하나 꼽자면 일본 오노미치요. 한국인이 많이 없는 여행지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산과 바다를 모두 갈 수 있는 소도시예요. 산 위 ‘고양이 길’에서는 고양이를 잔뜩 마주칠 수 있고, 한적한 바닷길은 산책하기 좋아요. 기차역을 중심으로 바다가 보이는 바, 새벽 1시에 문 여는 서점, 빈티지숍 등 특색 있는 가게가 모여 있어서 적극 추천합니다.
 
2024년을 어떻게 채워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책 표지 작업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 보람 있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이제 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비전공생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 컬러링 북 등 2~3년 전부터 준비하던 책들이 올해 3~4권 정도 나오게 되어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에요. 장기간 목표했던 상태에 도달하는 한 해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취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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