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으로 사유하기, 건축사무소 에스오에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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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으로 사유하기, 건축사무소 에스오에이

싸일로, 대구 미래농원, 신사동 근린생활시설. 건축물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건축사무소 에스오에이.

김초혜 BY 김초혜 2023.11.19

SoA

건축적으로 사유하기, 건축사무소 에스오에이 
2023년에 완공한 싸일로.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특성을 반영해 외부와 연결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다.

2023년에 완공한 싸일로.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특성을 반영해 외부와 연결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완공한 신사동 근린생활시설의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입니다
주거지역에는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일조사선 제한이 있어요. 이웃집의 채광을 막지 않도록 집의 모양을 사선으로 깎아내리는 형태로 지어야 하죠. 가로수길 일대의 주거 지역에 상업 용도로 쓰이는 건물을 지으면서 주변과 콘트라스트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2종일반주거 지역에는 벽돌로 지은 다세대 주택이 많잖아요. 주재료인 적벽돌을 쌓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조립해 봤어요. 아주 얇은 벽돌을 쓰되 벽돌의 구멍을 관에 켜켜이 매달았어요. 씨실과 날실을 교차해 직물을 만드는 것처럼 벽돌을 엮어 표면으로 만든 거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예부터 쓰이던 재료를 새롭게 해석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한국 최대 천주교 성지에 들어선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는 나무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숙소동 외관.

한국 최대 천주교 성지에 들어선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는 나무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숙소동 외관.

 대회의실과 강의실로 이뤄진 컨퍼런스동의 모습.

대회의실과 강의실로 이뤄진 컨퍼런스동의 모습.

 대회의실과 강의실로 이뤄진 컨퍼런스동의 모습.

대회의실과 강의실로 이뤄진 컨퍼런스동의 모습.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센터 ‘싸일로’도 올해 공개됐어요. 제조를 위한 임대 공간이 도심형 공장이자 전시 · 상업 기능까지도 갖게 됐어요
성수동 수제화 공장은 소상공인이 직접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본청에서 주문한 상품을 납품하는 하청 형태입니다. 지원센터라는 공간이 저렴한 임대료 외에 소규모 사업체에게 지원하는 혜택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개별 공장이 전면에 나서도록 디자인하고, 그중에서도 전시와 홍보, 판매 등의 기능을 가진 공간이 최전면에 보이도록 설계했어요. 소비공간과 생산공간을 입체적으로 엮으면서 소공장들이 스스로 브랜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한국 최대 천주교 성지에 들어선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는 나무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숙소동 외관.

한국 최대 천주교 성지에 들어선 내포-해미 세계청년문화센터는 나무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숙소동 외관.

오래된 건축물의 일부를 남겨 디자인으로 해석했습니다
둥근 부분은 석유를 비축하는 실린더를 닮은 구조물인데 ‘비축하는’ 형태를 비유해서 저희가 생각하는 지원센터의 영역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모전을 출품했기 때문에 기존 건축물의 기억을 남기면서 그에 포섭되지 않는 디자인을 떠올렸어요. 성수동의 전형적인 건축 형태인 벽돌 건물의 일부가 세 개의 칼럼을 감싸는 방식으로 풀었고요. 기존 건축물에 깃든 기억이 새롭게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산책로처럼 보이는 대구 미래농원은 초록과 대조되는 외벽 컬러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산책로처럼 보이는 대구 미래농원은 초록과 대조되는 외벽 컬러를 가지고 있다.

건축물이 가진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는 에스오에이의 방식은 대구에서 펼친 프로젝트 ‘미래농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공간을 재구성한다는 개념에서 성수 싸일로와 대구 미래농원 모두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미래농원은 아버지의 농원이 문화상업시설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명명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단순히 새로운 건물 몸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건물의 벽에서 뻗어 나온 처마와 기둥, 회랑이 기존 농원에 있는 식생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길 바랐어요. 미래농원을 거닐면 풍경이 한눈에 보이지 않고, 내외부가 중첩되면서 깊이 있는 시퀀스가 느껴져요. 바닥에만 드리웠던 나무 그림자가 담장에 생기면서 공간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 보행이 가장 많은 곳에 자리 잡은 ‘레인 체인 포레스트’는 정의되지 않은 공간에 감각적 경험을 더한다.

아파트 단지 내 보행이 가장 많은 곳에 자리 잡은 ‘레인 체인 포레스트’는 정의되지 않은 공간에 감각적 경험을 더한다.

 2023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장 외관과 내부.

2023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장 외관과 내부.

 2023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장 외관과 내부.

2023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장 외관과 내부.

건축물을 짓는 것 외에도 공공미술, 전시 등 다채로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광명시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공공미술 작품인 ‘레인 체인 포레스트’를 설치했어요. ‘오늘의 날씨’가 컨셉트인데 비를 주제로 만들었습니다. 보통 건축물을 지을 때 비와 만나는 자리에 디테일이 생기게 돼요. 우수를 내리는 홈통이나 비가 들이치지 않는 처마 같은 걸 만드는 식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태도로 접근했습니다. 레인 체인은 비를 보여주겠다는 목적을 가진 기물은 아니지만, 이를 잘 보이게 하는 사물이에요. 비가 모여 작품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비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2023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준비할 때는 무언가를 짓는 게 아니라 없애는 것에 집중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밀도 있게 한 사유가 새 건축 프로젝트로 연결되고 확장되고 있어요.
 
 
 신사동 근린생활시설은 일조사선에 의해 삼각형 프레임처럼 보이는 높은 경사면이 생겼다. 통의동 브릭웰의 정원은 사유지를 주변과 어떻게 공유할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한 열린 정원이다.

신사동 근린생활시설은 일조사선에 의해 삼각형 프레임처럼 보이는 높은 경사면이 생겼다. 통의동 브릭웰의 정원은 사유지를 주변과 어떻게 공유할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한 열린 정원이다.

 신사동 근린생활시설은 일조사선에 의해 삼각형 프레임처럼 보이는 높은 경사면이 생겼다. 통의동 브릭웰의 정원은 사유지를 주변과 어떻게 공유할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한 열린 정원이다.

신사동 근린생활시설은 일조사선에 의해 삼각형 프레임처럼 보이는 높은 경사면이 생겼다. 통의동 브릭웰의 정원은 사유지를 주변과 어떻게 공유할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한 열린 정원이다.

에스오에이에게 좋은 건축이란
건축은 사회의 여러 지점과 연결돼 있어서 결코 단순해질 수 없습니다. 장소와 역사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돼요. 건축이 처해 있는 상황과 건축가로 살고 있는 우리 입장을 되새겨보는 게 저희의 습관이라 흥미로운 주제를 만나면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건축 역시 사회 안에서 하나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플레이어거든요. 너무 뭉근하거나 퍼지는 것보다 단단한 질문을 해 나가는 건축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잘 만들어야겠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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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초혜
    사진가 신경섭
    어시스턴트 이서진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COURTESY OF TEXTURE ON TEX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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