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이엔드의 법칙, 샐러드보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새로운 하이엔드의 법칙, 샐러드보울

자신만의 공간 언어를 창조해낸 샐러드보울 구창민 소장과의 대화.

김초혜 BY 김초혜 2023.07.13
 
MMCA 과천 동그라미 쉼터. 자연이 변하는 걸 목격할 수 있는 창을 여러 개 냈다.

MMCA 과천 동그라미 쉼터. 자연이 변하는 걸 목격할 수 있는 창을 여러 개 냈다.

새로운 하이엔드의 법칙, 샐러드보울

집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샐러드보울이 생각하는 좋은 주거공간은 이유를 쉽게 찾을 수는 없지만 ‘편안하네, 좋네, 깔끔하네’ 이렇게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컬러나 시각적인 요소에 힘을 빼고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좋은 자재로 디테일을 잡아가는 거죠. 대부분 디자인할 때 시각적인 쾌감을 중심에 둔다면, 우리는 촉각적인 요소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발에 밟히는 마루의 질감, 벽의 촉감, 나무의 결, 자연스러운 무드의 돌까지. 오히려 인위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긴 여백을 남겨두는 편이에요.
 
구창민 소장은 식물에 대한 책을 모아 자연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구창민 소장은 식물에 대한 책을 모아 자연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MMCA 과천 어린이미술관도 샐러드보울을 통해 집 같은 공간으로 거듭났어요
‘아이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저희가 도록에 쓴 첫 문장이에요. 왜 항상 아이들의 공간은 알록달록해야 하고, 도형으로 가득해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어린이의 취향을 가둬 놓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른들의 공간처럼 만들려고 했죠. 어린이미술관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은 어차피 매번 바뀔 테니까 바닥에 원목을 깔고 집처럼 편안하게 했어요. 실제로 이곳에 다녀간 아이들의 반응은 분명했어요. “우와, 좋다!”
 
MMCA 과천 동그라미 쉼터. 자연이 변하는 걸 목격할 수 있는 창을 여러 개 냈다.

MMCA 과천 동그라미 쉼터. 자연이 변하는 걸 목격할 수 있는 창을 여러 개 냈다.

MMCA 과천의 동그라미 쉼터 역시 샐러드보울의 인상적인 프로젝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동그라미 쉼터가 미술관을 오가는 관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곳이 되길 바랐어요. 처음 이곳을 둘러봤을 땐 막힌 공간이었거든요. 벽면을 뜯고 12개의 창을 만들었어요. 창마다 나무가 만든 장면이 다르게 보이고, 모든 곳에서 새로운 빛을 마주할 수 있도록이요. 자연을 실내로 들였더니 관람객이 천천히 산책하듯 걷더라고요. 쉬고 싶을 때 바닥에 앉을 수도 있고, 아이가 뛰어 올라가서 구경할 수 있도록 바닥을 코르크로 지형처럼 구현했어요. 실외가 ‘코어’라면 실내는 표피처럼 정원을 둘러싸며 순환하듯 이어져요. 코르크도 나무의 표피잖아요. 이곳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샐러드보울이 만든 아파트. 히든 도어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할 수 있다.

샐러드보울이 만든 아파트. 히든 도어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할 수 있다.

 샐러드보울이 만든 아파트. 히든 도어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할 수 있다.

샐러드보울이 만든 아파트. 히든 도어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할 수 있다.

레이어 청담을 위한 모델하우스.

레이어 청담을 위한 모델하우스.

주거단지 레이어 청담을 브랜딩하고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도 맡았습니다
샐러드보울은 주거공간 디자인을 중심으로 일하는 스튜디오이고, 이 점에서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분명 있어요. 저는 20평 아파트와 커다란 프로젝트에 임하는 디자이너의 태도가 같아야 한다고 믿어요. 우리의 언어로 다른 곳에서는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고 싶었죠. 레이어 청담은 공간 이름부터 브랜드 스토리 기획, 60가구를 위한 공간디자인까지 모두 참여했어요. 디자인의 정체성과 브랜딩을 함께 만들어가니 이질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러운 맥락이 생기더라고요.레이어 청담에서 일상이 휴식이 되는 하이엔드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샐러드보울이 만든 아파트. 히든 도어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할 수 있다.

샐러드보울이 만든 아파트. 히든 도어로 공간을 나누고 연결할 수 있다.

열린 공간의 라운지에서는 상담사가 고객을 환대한다.

열린 공간의 라운지에서는 상담사가 고객을 환대한다.

샐러드보울은 좋은 소재에 집중해 공간을 만든다.

샐러드보울은 좋은 소재에 집중해 공간을 만든다.

레이어 청담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하이엔드란
청담동은 한국 부촌의 중심지잖아요. 어떤 공간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다 도달한 결론은 우리가 늘 생각해 오던 ‘좋은 집’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럭셔리한 집은 이미 샐러드보울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대리석을 쓰고 화려한 장식을 더하는 대신 촉감과 편안함에 집중하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시각보다 더 섬세한 영역은 촉감이예요.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하이엔드고요.
 
 ACR 커피에는 한국적인 기둥과 선이 있다.

ACR 커피에는 한국적인 기둥과 선이 있다.

공간의 작은 요소에 몰두하는 이유는
카페 ACR 커피를 만들 때 너무 ‘힙’한데 불편해서 머무르고 싶지 않은 카페가 아니라 매일 가도 편안할 수 있는 곳이길 바랐어요. 주거에서 쓰이는 촉감을 가진 소재로 카페 공간을 구성했죠. 바닥은 마루로 깔고, 가구도 원목으로 만들었어요. 테이블은 자세히 보면 다리가 사선으로 돌아가 있어요. ‘테이블 다리는 왜 항상 직선으로 서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서 변화를 시도했어요. 우리는 이렇게 작은 요소에서 재미를 찾아요. 디테일이 모여 공간이 만들어지지만, 저는 다른 부수적인 요소보다 공간 자체가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 딱 들어섰을 때 ‘그냥 좋다’는 느낌만 받으면 된다고 봐요. 그런데 왜 좋을까 가만히 그 이유를 찾아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포개 두는 거죠. 그조차도 발견되지 않아도 된다고 봐요.
 
콘크리트 기둥을 따라 만든 원목 가구는 건물의 원래 구조를 활용해서 디자인했다.

콘크리트 기둥을 따라 만든 원목 가구는 건물의 원래 구조를 활용해서 디자인했다.

디타워에 있는 중식당 이윤은 요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조명을 설계했다.

디타워에 있는 중식당 이윤은 요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조명을 설계했다.

나무의 결이 돋보이는 중식당의 의자.

나무의 결이 돋보이는 중식당의 의자.

상업공간에 새로운 문법을 만든 거군요.
주거에서 쓰는 언어를 상업공간에 담아냈을 때 집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연결돼요.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을 작업했지만, 누가 봐도 샐러드보울이 했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만의 뚜렷한 색이 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우리가 공간을 만들 때 찾아 헤매는 수전이나 조명, 손잡이 등은 이미 누군가 디자인한 것들을 조합한 거잖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의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설계하고 싶어요. 물론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 더 잘해내고 싶고요. 엄청나게 크고 멋있는 걸 하고 싶다기보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았던 것까지 섬세하게 살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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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초혜
    COURTESY OF HONG KI WOONG
    디자인 김민정
    디지털 디자인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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