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토토토…주4일제가 온다_돈쓸신잡_#21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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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토토토…주4일제가 온다_돈쓸신잡_#21

주4일제를 실험한 결과는 놀라웠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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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업할 맛이 싹 가셨다”
이틀 쉬니 ‘월요병’ 더 심해졌네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습니다
 
2005년 위와 같은 걱정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왜 그랬을까. 오랫동안 유지해온 주6일제가 본격적으로 주5일제로 바뀌는 해였기 때문이다. 사측도, 노조도 주5일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사측에서는 생산성이 줄어든다며 걱정했고, 노조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하리라며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측과 노조가 대립하지 않고 한목소리를 낸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기업과 노동자만 이 화두에 뛰어든 게 아니다. 불교계에서는 주말에 산을 찾는 사람이 늘며 자연스럽게 신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주5일제를 반겼다. 반대로 기독교계에서는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교회를 찾는 신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격론을 벌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가. 주5일제는 싫고, 주6일제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불만을 품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아, 주5일 근무도 많다고 불만을 품는 경우는 봤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4일제가 화두다. 아이슬란드는 특정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약 4년간 주4일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 덜 일 했지만, 생산성은 그 전과 비슷했고 그 대신 직장인의 삶의 질은 확 올라갔다. 아이슬란드는 이제 실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일본, 스페인도 꽤 진지하게 주4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기업마저 관심 갖는 주4일제

우리나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4일제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0명 중 88명은 주4일제에 대해 찬성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주4일제 도입을 내걸었다. 그리고 몇몇 기업들은 한발 앞서 실제로 주4일제 실험을 하는 중이다. 당연히 본격적으로 주4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사회 곳곳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이다.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단축될 때도 이 갈등은 몇 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의 양상과는 조금 다르다.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을 때 기업들은 “이러다 우리 다 죽어”라는 마음으로 결사반대했다. 그런데 이번엔 오히려 먼저 관심을 두고 앞장서서 주4일제 실험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있다. 왜 그럴까? 인간에게는 다소 두려운 소식일 수도 있겠지만, 점점 기업은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AI, 알고리즘,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는 중이다. 당장 텔레비전만 켜도 가상 인간이 찍은 CF가 나온다. 즉, 기업 입장에서도 굳이 직원을 오랫동안 회사에 잡아놓을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주4일제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주4일제가 축복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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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노예를 이렇게 정의했다. “하루에 주어지는 시간 중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자는 노예다” 니체의 정의에 따르면 나는 노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자가 노예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한다고 하더라도 출근 준비, 출퇴근 시간을 더하면 노예의 반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덜 일 하고 싶고, 조금 더 쉬고,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결국 이런 본능들이 한데 뭉쳐서 전면적인 주4일제 시대를 연다고 치자. 그럼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취미를 즐길 기회가 늘어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소비도 여행도 게임도 연애도 더 많이 할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세상은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모든 것들이 좋아지기만 할까? 이건 어디까지나 덜 일 한다고 해도 소득이 줄어들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4일제에 대한 논의는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넘어올 때와는 모양새가 다르다. 당시에는 정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기업은 반대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부에서 운을 떼기도 전에 먼저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있다.  
 
나는 살짝 불길한 상상도 해본다. 주4일제 실험을 하는 기업 중 어떤 곳은 분명히 이 실험을 통해 인간 노동력의 가치가 얼마나 하락했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굳이 인간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선 인간을 배제할 것이다. 실제로 은행만 해도 대부분의 거래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그 결과 은행들은 꽤 공격적인 방식으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런 칼바람이 부는 게 어디 은행뿐일까.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인간의 노동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시대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의 가치를 지킬 것인가’이다. 아무리 주4일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진 스킬이 더 이상 쓸모 없어지면 그때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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