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도_돈쓸신잡 #2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아이돌이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도_돈쓸신잡 #2

응원봉 보다 더 강력한 엔터 주식.

김초혜 BY 김초혜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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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2007년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해 나는 대학교 신입생이었다. 하지만 1학기만 다닌 후 휴학했다. 한 번만 더 수능을 보고 싶었다. 반수 생활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 노량진이라는 동네에 갔다. 자취방, 독서실, 학원을 오가며 때론 컵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친한 친구들 상당수는 대학교 첫 여름방학을 낭만적으로 보냈다. 누군가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누군가는 전국 일주를 떠났다. 나는 닭장 같은 독서실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풀었다. 식당에서 음식 주문할 때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도 많았다. 약간은 침울했다.
 
그 시기에 소녀시대가 데뷔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 순간 청량음료를 마실 때처럼 갈증이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도 잘 안 들었던 아이돌 음악에 그렇게 빠져들었다.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한 소녀시대 데뷔곡은 침울해진 노량진 반수생에게 분명히 어떤 구원이었다.  
 

SM엔터에 투자한 소녀시대 팬

2011년 한 투자 커뮤니티에 SM엔터 주식 수익률 인증 글이 올라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게시물은 아직도 회자가 된다. 이 투자자 역시 나처럼 2007년 소녀시대 데뷔 무대를 보고 곧장 팬이 됐다. 그는 단순히 소녀시대 노래를 듣는 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소녀시대가 승승장구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2008년 SM엔터 주식을 샀다. 그것도 아주 싸게 샀다.  
 
2008년 경제 위기가 닥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먹구름이 들이닥쳤다. 기업 주가는 말 그대로 폭락했다. 당시 SM엔터 주가는 1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바로 그때 SM엔터 주식을 한 주에 920원 주고 2249만원 어치를 산 것이다. 그의 예상처럼 소녀시대는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SM엔터를 먹여 살렸다. 이 투자자의 3년 수익률은 2791%였다. 2249만원은 6억5000만원이 됐다.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이 사람이 현재까지도 SM엔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2249만원은 대략 15억원이 돼 있을 것이다.   

K팝이라는 유니버스  

BTS가 처음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을 때 한국 사람들은 국뽕에 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얼떨떨해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BTS가 아리아나 그란데, 위켄드,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 에드 시런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스타를 제치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일은 이제 놀랍지 않다. 아니, BTS 자체가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됐다. BTS뿐만이 아니다. 트와이스, 세븐틴, 블랙핑크도 빌보드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말 그대로 ‘진격의 K팝’이다.  
 
무엇이 K팝에 날개를 달아줬는가. BTS의 말에 힌트가 있다. 그들은 큰 무대에서 상을 받으면 항상 팬클럽 아미(ARMY) 챙긴다. BTS는 이렇게 말한다. “아미가 없었으면 우리도 없었을 겁니다”  
@bts.bighit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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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힘은 ‘팬덤의 힘’ 그 자체다. 물론 아리아나 그란데, 위켄드 역시 팬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국 팝스타 팬들은 느슨한 연대로 연결돼 있다. 반면 K팝 팬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철두철미하다. 충성심도 강하다. ‘강철부대’에 등장하는 특수부대 UDT, 707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K팝 팬덤에는 경제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똑같은 앨범을 1개 이상 사는 일은 분명히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다. 하지만 K팝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때론 ‘스밍 총공’(음원 스트리밍 총공격)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도 한다.
 
아미처럼 거대해진 팬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다. 이 생태계 안에는 여러 갈래의 커뮤니티가 공존한다. 어떤 팬들은 BTS라는 이름을 내걸고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금을 모은다. 트럼프에 맞서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K팝 팬덤은 아이돌 그룹과 별개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팬덤의 힘이 모이고 모여서 오늘날 K팝 신화를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역시 팬덤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위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을 창조하는 중이다. 그 안에서 전 세계 팬들은 서로 소통하고, 때론 아이돌을 만나기도 한다. 지난해 BTS가 위버스를 통해 공연했을 때 전 세계 동시접속자만 270만명이었다.
 

투자 포인트  

속된 말로 “최고의 덕질은 결국 현질”이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대상에게는 때론 ‘돈쭐’을 내줄 필요가 있다. 음원을 구매하고, 음반을 사고, 굿즈를 사고, 콘서트 티켓을 사는 방식이다. 모두 좋다. 하지만 한 번쯤 이 아이돌을 진짜로 소유해보는 경험은 어떨까. 바로 주식이다.
 
조금 차갑게 들리겠지만 아이돌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상품’이다. 그것도 아주 근사한 상품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이브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보유하는 건 BTS를 보유하는 것과 같다. SM엔터 주식을 사는 건 NCT, 에스파라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동시에 그들을 보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SM엔터에 투자해 구원을 얻은 사람의 사례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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