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전시! 인류와 자연, 공동의 생존을 위한 기도_인싸 전시 #22 #ELLE그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환경을 위한 전시! 인류와 자연, 공동의 생존을 위한 기도_인싸 전시 #22 #ELLE그린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부터 환경파괴를 심각하게 염려하며 이를 예술 작품에 담아온 선구적인 아티스트가 있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1.04.16
1966년, 열여덟 살의 작가가 칠레의 콘콘(concon) 해변에서 프레카리오스 시리즈를 시작하던 당시의 모습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1966년, 열여덟 살의 작가가 칠레의 콘콘(concon) 해변에서 프레카리오스 시리즈를 시작하던 당시의 모습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삼청동 리만 머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의 개인전 〈키푸 기록(Quipu Girok)〉에서 내추럴 본 아티스트의 ‘에코 프렌들리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해변에서 주운 폐기물로 만든 작은 조각들을 썰물에 휩쓸려 가도록 설치한 작품들, 멸종 위기에 처한 황제나비가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던 허드슨강을 따라 걷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우리는 인류와 자연, 공동의 생존을 위한 세실리아 비쿠냐의 절박하고 아름다운 기도를 듣는다.
 
리만 머핀 갤러리에 프레카리오스가 설치된 전시 전경.

리만 머핀 갤러리에 프레카리오스가 설치된 전시 전경.

리만 머핀 갤러리에 프레카리오스가 설치된 전시 전경.

리만 머핀 갤러리에 프레카리오스가 설치된 전시 전경.

세실리아 비쿠냐는 1948년 칠레 안데스산맥 기슭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현재 70대 중반인 작가는 과학자, 문인, 예술가들로 이뤄진 대가족과 서재를 공유하며 자란 유년 시절부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이미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열며 작가로 활동하던 20대 중반, 살바도르아옌대의 대통령 당선에 반대하여 일어난 군사 쿠데타를 피해 런던과 콜롬비아로 망명했고, 이후 뉴욕에 정착하여 아티스트, 영화 제작자, 시인, 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놀라운 건 그녀가 50~60년 전부터 환경파괴와 인권, 문화 동질화 현상 등 현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회화, 시, 노래, 설치 작업,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매체를 섭렵하며 말해왔다는 것이다.  
 
전시 타이틀과 동명의 작품 〈키푸 기록〉. 고대 안데스어와 한국어를 조합한 것으로 각각 ‘매듭(키푸)’과 ‘기록’으로 번역된다. 키푸는 5천 년 전 고대 안데스산맥에 살던 원주민들이 염색한 끈으로 만든 매듭을 이용해 세금, 인구, 날짜 등을 표시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기록을 남기던 언어 체계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이 키푸를 이용해 설치와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잊힌 선대의 문자 체계를 되찾고자 하는 바람에 기초한 저항적 예술을 펼쳐왔다.

전시 타이틀과 동명의 작품 〈키푸 기록〉. 고대 안데스어와 한국어를 조합한 것으로 각각 ‘매듭(키푸)’과 ‘기록’으로 번역된다. 키푸는 5천 년 전 고대 안데스산맥에 살던 원주민들이 염색한 끈으로 만든 매듭을 이용해 세금, 인구, 날짜 등을 표시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기록을 남기던 언어 체계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이 키푸를 이용해 설치와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잊힌 선대의 문자 체계를 되찾고자 하는 바람에 기초한 저항적 예술을 펼쳐왔다.

리만 머핀 갤러리 2층 벽면에는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장난치듯 만들었을 법한 자그마한 조각들이 설치돼있다. 깃털, 돌, 조개껍데기, 헝겊과 더불어 사람들이 버리고 간 폐기물들을 활용한 설치 작업 시리즈 〈프레카리오스(Precarios)〉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1966년 시작했다. 십 대 후반 해변에서 놀다가 갑자기 몸을 타고 흐르는 바람의 움직임, 바다와의 눈 맞춤을 통해 무엇인가를 깨달았고 자연과 합일되는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주위에 놓여있는 나무 막대를 수직을 내리꽂으며 작품이 탄생했다. ‘불안정한, 위태로운’이라는 뜻의 프레카리오스는 ‘기도’를 의미하는 라틴어 ‘프레키스(précis)’가 어원이다. “칠레는 1960년대부터 이미 물이 부족하기 시작했는데, 1973년 쿠데타 이후 독재정권은 물을 사유화했습니다. 그때부터 프레카리오스는 ‘물의 안녕을 위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진행형 설치 작업 시리즈인 〈프레카리오스〉를 여러 차례 변주했다. 실제로 바닷가 모래사장에 설치하고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게 놔두거나 이와 같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전시장에 모래 사장을 펼쳐 프레카리오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번 리만 머핀 전시에서는 전시장 벽에 매달아 각 오브제의 연약함과 마치 이들이 스스로 모여 작품을 이룬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개별 작품들의 디테일을 상세히 감상할 수 있다. 1970년대 서부 유럽에서 주창되어 현재까지 형성 중인 에코 페미니즘을 그대로 설명하는 듯한 이 작품,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매우 시적으로 풀어낸 작가의 가장 오래된 시리즈를 눈여겨봐주시길.  
1960년대부터 작가는 키푸를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자기 몸을 묶거나 사람과 사람을 엮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작업 전반에 주요 제재로 등장시켰다. Cecilia Vicuña's performance during Documenta 14, Kassel. Photo by Daniela Aravena.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1960년대부터 작가는 키푸를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자기 몸을 묶거나 사람과 사람을 엮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작업 전반에 주요 제재로 등장시켰다. Cecilia Vicuña's performance during Documenta 14, Kassel. Photo by Daniela Aravena.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Site-specific performance, New York City, 2006 Photo by Tara Hart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Site-specific performance, New York City, 2006 Photo by Tara Hart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삼청동 리만 머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의 개인전 〈키푸 기록(QuipuGirok)〉에서 내추럴 본 아티스트의 ‘에코 프렌들리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해변에서 주운 폐기물로 만든 작은 조각들을 썰물에 휩쓸려 가도록 설치한 작품들, 멸종 위기에 처한 황제나비가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던 허드슨강을 따라 걷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우리는 인류와 자연, 공동의 생존을 위한 세실리아 비쿠냐의 절박하고 아름다운 기도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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