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플라스틱 대란, 착한 소비 가능할까?_선배's 어드바이스 #42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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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플라스틱 대란, 착한 소비 가능할까?_선배's 어드바이스 #42

이제는 누구나 먹고 있는 플라스틱, 분리 배출만 잘 하면 괜찮은 걸까?

송예인 BY 송예인 2020.12.07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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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빨대 꽂힌 거북, 비닐 포장에 목이 졸린 펭귄, 뱃속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죽은 새…. 즉각적으로 경각심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단면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도 훨씬 심각했다. 과학 전문 저널 〈사이언스〉의 지난 10월호, 8월호 보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급진적인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계획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2030년까지 연간 최대 5천3백만 톤이 배출돼, 2040년에는 7억1천만 톤이 처리되지 못한 채 자연에 쌓일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이마저 최상의 장밋빛 전망일 뿐, 실제 플라스틱은 줄긴커녕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생산되고, 쓰레기도 그렇다는 사실이다. 연도별 플라스틱 생산량, 쓰레기 배출량 모두 가파른 상승곡선 그래프다. 지난 11월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는 그간 배출된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2억2천만 톤 중 재활용된 양을 단 3천만 톤으로 추정했다.
 
 

배달 용기 산성, 플라스틱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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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6년 기준 미 해양 보호 협회 조사에서 한국은 미국, 영국 다음으로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나라란 오명을 안았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배달 음식과 즉석밥, 도시락은 더욱 특수를 맞았는데, 용기를 잘 씻어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돼 다른 플라스틱 제품이 되고 그걸 다시 사 쓰는 선한 순환에 동참하면 괜찮을 거란 생각에 모두는 죄의식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었다. 유튜브 매체 〈닷페이스〉 취재에 따르면 그 대부분은 올해 내내 선별업체 야적장에 거대한 플라스틱 산성이 되어 쌓여 가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플라스틱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분리 배출을 하더라도 음식이 묻은 배달 용기, 음료 테이크 아웃 컵, 즉석밥 용기, 알루미늄 덮개가 붙은 음료병, 빨대와 병뚜껑 같은 작은 플라스틱, 화장품 펌프, 업소용 랩, 이어폰 등 작은 전자제품 등은 애초에 재활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심지어 생분해 비닐도 소각되고 있었다. 배달 음식 용기 같은 폴리프로필렌은 잘 씻어서 배출하면 원래는 수출 업체나 재생업체에서 가져가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낮은 유가가 유지되면서 새 플라스틱이 더 싸져 재활용할 동기가 사라져 버렸다. 2017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면서 국내에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일었다. 내년부터는 고형 폐기물 전체를 수입 금지하며 자국 내 플라스틱 음식 용기도 신고제를 적용, 더욱 까다롭게 관리할 예정이다. 수출 길 하나가 막히고 코로나 19와 함께 배달 음식 용기, 일회용 식기 쓰레기가 폭증하자 기껏 선별까지 해 놓은 플라스틱은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가야만 모습을 감출 수 있게 됐다. 세계 각국 사정이 비슷해서 플라스틱 원료 생산자인 거대 정유업체들은 처리 능력도 없는 아프리카 빈국들이 쓰레기를 떠맡도록 로비를 벌이고 있다. 재활용될 거라며 마음 편히 플라스틱을 버릴 곳은 이제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의미다.
 
 

불가능에 가까운 플라스틱 안 쓰고 일주일 살기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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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플라스틱을 많이 안 쓴다는 자신이 있었다. 에코 백은 열풍이 불기 한참 전부터 갖고 다니며 공짜 비닐봉지도 거절하고 물건을 담았다. 배달 음식은 거의 안 먹었고 코로나 19로 식당에서 먹는 게 위험할 땐 유리 저장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해 왔으며 페트병에 든 생수, 탄산음료 등은 사지 않았다. 그런데도 단 일주일 ‘제로 플라스틱’에 도전했지만, 전혀 안 쓰기는 불가능했다. 포장 없이 무게로 파는 과일과 야채를 골랐더니 점원이 더 비싼 다른 품목 버튼을 눌렀고(실수라고 믿고 싶다), 고기는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랩 포장 말곤 없었다. 화장품, 세제, 섬유유연제 등은 내용물만 파는 ‘리필 스테이션’이 있긴 하지만 흔하지 않았고 락스나 변기 세정제처럼 강력한 화학물질은 플라스틱 용기가 안전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합성섬유 소재 옷도 빨긴 해야 했고, 밑창이 폴리우레탄 같은 플라스틱 소재인 스니커즈도 신어야 했다. 자동차와 자전거 타이어도 도로에 닳으면 고스란히 하수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소재였다. 마스크와 일회용 생리대는 피하기 어려운 부직포 형태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물에 녹지 않는 물티슈, 청소포, 대부분의 시트 마스크, 드라이어 시트도 같은 소재인데 이것들은 결연한 의지로 피할 순 있다. 의식도 못 하는 사이 현대인은 쉼 없이 플라스틱을 쓰고,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었다.  
 
 
 

정부와 기업은 무얼 하고 있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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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배출만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국민인데 정부와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여러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12월부터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다시 일회용품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거리 두기 1.5~2.5단계에는 고객이 요구할 때만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내년에는 일회용 종이컵도 이용을 제한하는 법 도입을 추진한다. 생수는 얼마 전 재활용을 까다롭게 하는 상표 띠를 없앤 형태 생산·판매가 허용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스티로폼 단열재 대신 쓸 수 있는 나무 단열재를 개발했다.
버려진 옷들을 수집하고 원단을 재활용해 새로운 옷으로 만든 파타고니아 리크래프트 컬렉션용기 대부분이 최소 80%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인 아베다. 튜브는 식물 유래 플라스틱과 혼합 소재500ml PET병 8.5개를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JW 앤더슨 리사이클 벨트 토트백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 플리스를 사용한 블랙야크 B그리즐리 후드 재킷전용 용기를 구입해 리필 제품을 채워 쓰는 이니스프리 리스테이 라인오코텍스 1등급, 로하스 인증, 비건 및 생분해 인증 순면 시트를 쓴 AHC 앱솔루트 리턴 솔루션 순면 마스크
 
페트병으로 악명 높았던 코카콜라, 펩시콜라는 자체적으로 꾸준히 사용량을 줄여 가고 있다. 국내 코카콜라, 요기요, WWF(세계 자연 기금)는 사회적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제휴해 페트병과 배달 용기를 ‘제로 웨이스트 박스’에 모아 보내면 100%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마켓 컬리는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교체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온·오프라인 모두 '올 페이퍼 패키지'로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재를 쓴다. 이마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안성점 등엔 한국산업환경기술원과 협업한 세제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스토어 광교점, 바디샵 강남대로점은 용기를 먼저 사면 자사 제품 내용물만 살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올가홀푸드 방이점에선 뉴질랜드 친환경 브랜드 ‘에코 스토어’ 제품을 리필 판매한다. 이니스프리 리스테이 라인은 핸드워시, 샴푸, 컨디셔너, 보디클렌저, 보디로션 등의 리필제품만을 취급한다. 전용 용기 ‘리스펜서’는 코코넛 껍질과 무기 소재를 혼합해 플라스틱을 약 30% 적게 사용했다. 키엘은 오래도록 매장에서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해 왔으며 아베다는 100%를 목표로 80% 이상 재활용 플라스틱을 쓴 소재로 용기를 만든다. 
 
패션 부문에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많다. 파타고니아는 패션업계 최초로 1993년 페트병으로플리스 제품을 만들었고 현재도 캐필린 베이스 레이어, 셸 재킷, 보드 쇼츠, 플리스에 재생 폴리에스터를 쓰고 있다. 1996년부턴 모든 면 제품에 유기농 면을 썼고 2019년부턴 재생 나일론 원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리크래프트 컬렉션'은 중고 의류를 해체해 얻은 원단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탄생시킨 상품들이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덮개와 폐차된 자동차 안전벨트, 폐타이어로 만드는 가방으로 유명하다. 물을 아끼기 위해 자재 세탁도 빗물로 한다.   
 
글로벌 패션 대기업들도 지속 가능(Sustainable) 라인 하나쯤 없으면 눈총을 받는 지경에 이르러, 프라다의 ‘리나일론’ 라인, 구찌의 ‘서큘러’ 라인, 노스페이스의 ‘에코 플리스’ 컬렉션과 ‘눕시 재킷’, 블랙야크의 PET병을 재생한 플리스 제품들, 나이키의 재고 섬유를 쓴 ‘레코드 바이 나이키’ 등이 속속 탄생했다. 올해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이벤트 상품 중에도 PET 병을 재활용한 크로스백이 있다. 아마존과 네타포르테 등 거대 유통 플랫폼도 플라스틱을 줄이고 재활용 소재로 포장하거나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인 상품 등을 별도 카테고리로 구별해 안내한다.  
 
 
 

있는 물건 최대한 오래 쓰기 & 재활용 제품 사기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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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의식과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 무언가를 살 때는 쓰는 동안 환경에 해악을 끼치진 않는가, 어떻게 버릴 것인가도 책임진다는 자세로 결정해야 한다. MZ세대는 기업의 도덕성이 구매에 중요한 기준이라고 한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아시아 6개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특히 한국 Z세대의 ‘윤리적 가치 소비를 한다’는 비율이 26%로 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소비 횟수가 많은 것도 MZ세대다. 특히 옷은 SPA 브랜드에 익숙한 10~30대의 경우 평균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는데 (오픈 서베이, ‘패션 트렌드 리포트 2020’) 그 대부분인 중저가 옷들은 폴리에스터, 나일론, 아크릴 같은 플라스틱 원료 합성 섬유 비율이 높아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버려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플리스와 극세사처럼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겨울 소재 역시 재활용된 것이 아니면 100% 새 플라스틱이 원료. 이들은 세탁할 때마다 미세 섬유 대량이 하수로 흘러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며 공기 중에도 플라스틱 먼지를 뿜어낸다. 파타고니아 조사에 따르면 플리스 재킷 하나를 세탁할 때 미세 플라스틱 최대 25만 개가 나온다고 한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 청정 해역에서도 수심 10m 이내 바닷물은 1㎥당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0.9개, 그중 섬유 형태가 81%, 2,300m 아래 퇴적물엔 1g당 평균 0.06개, 84%가 섬유였다고 한다(한국 해양과학기술원 2014~2015년).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심해부터 극해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로, 플랑크톤에서부터 쌓여 생태계 전체로 퍼져 우리 몸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이 있는지는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은 상태다.
 
사진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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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을 잘하기보단 새 플라스틱을 쓴 상품을 가능한 사지 않고, 이미 있는 걸 최대한 오래 쓰는 게 플라스틱 줄이기에 효과적이다. 생수를 계속 사 마시면서 페트병 재활용에 신경 쓰기보다 정수된 물이나 끓인 수돗물을 마시며 개인 물병을 쓰는 것이, 비닐봉지를 모아 잘 배출하기보다 더는 받지 않고 이미 있는 건 에코 백 대신 계속 쓰는 게 더 친환경적이란 얘기다. 최근 중고 상품 매매가 활발해진 건 플라스틱 감축 면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치약 짜개

플라스틱 방앗간의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치약 짜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플라스틱은 재활용 단체, 기업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인 테라사이클은 각국의 여러 기업과 협업해 공병 등 다 쓴 제품을 수거하고 재활용까지 책임진다. 서울 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은 ‘참새 클럽’에 가입한 후 병뚜껑처럼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면 치약 짜개 등 재활용 제품을 만들어 돌려준다. 화장품, 세제 리필 스테이션이기도 한 비영리 스타트업 ‘알맹상점’도 플라스틱 병뚜껑, 새 운동화 끈, 씻은 종이팩과 테트라팩, 말린 커피원두 가루, 실리콘, 브리타 정수기 필터, 작은 유리병과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 통(인당 3개 이하)을 기증받아 다양한 상품 재료로 재활용한다. 리페어라이프앤디자인은 실비로 키보드를 내부까지 세척하고 수리해 계속 쓸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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