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숲으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BEAUTY

떠나요, 숲으로!

바쁜 일상, 극도의 우울감과 피로.... 두통약이나 술보다 건강한 해답은 피톤치드 가득한 '숲'일지도 모른다.

ELLE BY ELLE 2019.11.15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 선선한 바람이 집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계절이다. 패들보드, 웨이크보드, 프리다이빙 등 지난여름 내내 강과 바다에서 몸을 적시며 자연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힐링을 만끽한 바. 자연과 함께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워터 스포츠는 춥고, 등산은 부담스럽고.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엘르> 영국 10월호와 <엘르> 미국 4월호에서 삼림욕 기사를 발견했다. 일본어로 ‘신린요쿠(Shinrin-Yoku)’, 영어로 ‘숲 목욕(Forest Bathing)’이라 불리는 삼림욕. 풀어서 나무가 가득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걷는 산책이 최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웰빙 트렌드로 급부상 중이라 했다. 그래, 이거야! 지난해까지 연달아 방문한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이 떠올라 무릎을 쳤다. 삼림욕은 80년대 일본 정부가 실내에 앉아 일하는 근로자들이 자연과 단절되는 것을 우려해 시민들을 밖으로 내보내고자 시작한 캠페인에서 유래됐다. 이후 피톤치드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삼림욕이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을 완화하며 면역력 강화, 심지어 암 퇴치 단백질까지 증가시킨다는 것을 증명했다. 식물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공기 중에 내뿜는 일종의 천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가 인간에게는 아주 유익한 셈. 그렇다. 나는 피톤치드가 절실하다!
곧장 서울 근교의 삼림욕장을 검색했다. 결정장애가 올 법한 수많은 삼림욕장 중에서 최종 선택은 가평에 있는 잣향기푸른숲.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 숲이 국내 최대로 분포해 있고, 경기도 내 15개 삼림 휴양지 중 피톤치드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 했다. “좋아. 근데 나 묵언수행해도 돼? 말하기 시작하면 눈물 날 것 같아서” 함께 가자는 제안에 친구가 답했다. 연애 문제로 힘겨워하던 그녀에게 OK를 외치고 떠난 가평. 예상대로 묵언수행은 불가능했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초록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 새소리, 이름 모를 벌레 소리에 눈물 대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흙길에 떨어져 있는 잣나무 열매(솔방울과 흡사하다)를 까서 한가득 쥐여준 맘 좋은 중년 부부와 이들을 따라 발로, 손으로 직접 잣을 채집해 먹으며 깔깔대기도. 그러다 쉬고 싶을 땐 나무 그늘 아래 벤치를 하나씩 잡고 누워 20~30m 높이로 쭉쭉 뻗은 잣나무와 파란 하늘을 보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자연이 어루만져준 덕분일까? 기분이 한결 나아진 친구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신나는 음악에 몸을 흔들었다. 잣나무 숲에서 고이 가져온 잣을 꺼내며 든 생각. ‘식물을 좀 더 잘 알면 좋겠다.’ 뉴욕과 LA에는 인증된 삼림 테라피 가이드 투어가 있다던데.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국내 ‘숲 해설’ 프로그램도 어마어마했다. 가까운 서울숲, 양재시민의숲부터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힐링 숲 산책, 휘닉스 평창의 웰니스 숲길 트레킹, 해비치 호텔앤리조트 제주의 테마가 있는 숲길 이야기, 제주 WE 호텔의 힐링 포레스트 등 호캉스를 하며 숲에서 전문가와 함께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더라! 검색 끝에 예약한 용인 자연 휴양림 숲 해설 프로그램. 산 내음이 폴폴 풍기는 입구에 노트와 펜을 든 예닐곱 명의 점잖은 어른들이 모여 있었다. “마침 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예약을 취소했네요. 성인 눈높이로 설명하겠습니다.” 박석원 숲해설가를 포함해 일행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숲으로 들어섰다. 솔잎이 한 잎맥에 두 장(젓가락!)인 국산 소나무와 석 장(포크!)인 미국산 리기다 소나무의 구별법부터 버드나무가 자라는 땅은 수맥(물)이 흐르기 마련이니 피해야 할 땅이라는 풍수지리 등. 넓고 얕은 지식을 하나하나 체득했다. 삼림욕 초보자로 혼자 발목 양말을 신은 탓에 발목에 집중적으로 모기의 습격을 받자 싱그러운 향 덕분에 모기가 피해간다는 산초나무 잎을 건네받아 붙였고 거짓말처럼 더는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딱’ 소리를 내며 세차게 떨어지는 밤을 피하고(모자는 필수다) 인기척에도 도망치지 않는 다람쥐와 개구리를 관찰하다 보니 1시간 30분의 탐험이 순식간에 끝났다. 자연과 소통한 시간.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하는 길, 마지막 피톤치드를 흡수하고자 크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수액에서 나는 향인 듯 달콤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였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허기를 채우려고 방문한 식당에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무리를 개의치 않게 된 건 숲에서의 시간이 스트레스를 꽤 덜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패션위크를 위해 방문한 런던은 공원이 무려 3000개나 되는 도시였다. 집 앞을 나서면 자연스럽게 공원에서 노닥거릴 수 있는 ‘그린 시티’. 런더너들을 부러워하며 공원을 거닐다가 문득 나무와 종종 포옹한다던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나 나무 한 그루를 꼭 안았다. 차가운 나무껍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옷에 나무 껍질이 묻어도, 벌레가 옮겨와도 훌훌 털어내면 그만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버섯을 따고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삼림욕 SNS를 본 지인이 쪽지를 보내왔다. 겨울이 오기 전에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다시 한번 숲을 찾을 예정이다. 기계나 인터넷 따위 없는 진정한 녹색 행성으로 풍덩!  
 
 

FEEL THE FOREST A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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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천나리
    사진 MORFIN XIMENA(MODEL)/전성곤(PRODUCT)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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