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 김소라 개인전 ‘없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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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에르메스 김소라 개인전 ‘없음’

김소라 작가는 작품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지도, 명확한 답도 주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기억 속 조각들을 공간에 표현했고, 그 단상의 조각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들이 소통하기를 원한다.

ELLE BY ELLE 2010.10.08
바닥에 흐트러져있는 전선들, 숫자 조형물, 시멘트 라디오, 불안정한 전류가 흐르는 전구, 쓰러진 나무와 늙은 부표. 이것은 바로 김소라 작가의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 작품이다. 여느 예술품을 볼 때 그렇 듯, 작품에대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한데, 그녀는 자신의 오브제들에 대한 말을 아낀다. 다만 이번 전시 ‘없음’이 의미하는 것처럼 작가가 그 어떤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므로 생겨나는 다양성, 자유로운 움직임과 교류를 원한다.
작가 김소라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단상, 감각, 느낌, 만남과 기억들을 담아 낸 열 다섯 조각의 길고 짧은 ‘수필’들을 제안하고 있다. 그녀의 이 수필들은 관객과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서로 교차하고 섞이며,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을 탄생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성게모양을 한 자그마한 시멘트 덩어리로 이름은 갈라파고스. 섬에 사는 바다 거북의 이름에서 빌어왔다. 이 시멘트를 빚어 만든 라디오에서 각 국의 라디오 방송들이 두서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동하는 두 원의 움직임을 끝없이 따라가는 영상작업. 작곡가 인종우와 리차드 뒤다스가 만든 배경음악과 함께 흰색의 두 기하학적 형태가 이태원 골목길 구석 구석을 정처 없이 배회한다. 산책을 좋아하는 작가가 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성안테나였고, 이것은 이 영상작업에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 근교에서 채집한 수 백가지 서로 다른 길고 짧은 소리들을 작곡가 장영규가 믹싱한 16채널의 사운드 작업. 시장, 주방, 길거리, 공항, 학교, 동물원 등지와 수 많은 사람들의 음성과 노래 소리들은 서로 교차하고 믹스되어 추상적인 시공간으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총 열 한 개의 크고 작은 숫자 조각들의 모임. 작가는 숫자를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원을 본다. 존재란 곧 데이터들이 집합이며, 이 데이터들은 숫자로 환원된다. 즉, 모든 물질의 근원과 그 존재란 무엇인가를 다양한 숫자들의 집합을 통해 자문하고 있다.
쓰러진 나무와 긴 시간 바다에 떠 있던 부표를 캐스팅한 작품. 이 두 개의 단편들은 마치 소박한 교향곡의 연주를 듣는것과 같다. 어느 여름 폭풍우에 부러진 나무는 우발적 상황, 드라마틱한 사고, 시간의 멈춤을 노래하고, 세 발 좌대 위에 놓여진 부표는 바다에서의 모진 풍파와 그 세월의 흔적을 표현하 듯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책꽂이에서 임의로 꺼내 든 몇 권의 책들에서 대사를 발췌한 후, 세 명의 배우들에게 그 대본을 전달한다. 흑백영상으로 전개되는 이 작업에는 소년, 남자, 젊은 여자가 등장하며, 이들은 작가가 제안한 텍스트 내용을 즉흥적으로 연기한다.

어두 컴컴한 새벽 바닷가에서 두 남자가 다투는 장면을 담은 일종의 움직이는 풍경화와 같은 작업이다. 잔잔하고 낮게 흐르는 두 남자의 격투, 거친 파도소리와 함께 동트는 바다의 풍경은 아주 천천히 변화하는 우주적인 시간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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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LLE 웹에디터 박세연
    PHOTO 박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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