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디자인의 총아, 구비라는 탐험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DECOR

덴마크 디자인의 총아, 구비라는 탐험가

한국에서 조명으로 유명한 브랜드 구비, 실용미학과 전통으로 조화롭게 저글링하는 재주꾼이다

ELLE BY ELLE 2017.05.31



구비는 1967년에 구비?&?리스베스 올슨 부부가 설립한 브랜드다. 부부 디자이너였던 그들이 자신들의 디자인 가구와 텍스타일을 판매하기 위해 코펜하겐에 작은 숍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덴마크적 라이프를 잘 구현하고 있는 브랜드답게 국내에서는 북유럽풍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구입하는 ‘그래스호퍼(Grasshopper)’ 조명과 ‘애드넷 서큐레어(Adnet Circulaire)’ 거울을 만들어낸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비는 한두 개의 ‘인기템’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디자인 유산을 남겼고, 또 남기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브랜드다. 창업자 올슨 부부의 아들이자 브랜드를 글로벌하게 키운 야콥 구비와 <엘르 데코> 코리아가 만나 디자인 유산을 발굴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코펜하겐에 있는 구비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구비의 모든 제품, 모든 컬러를 눈으로 보고 구입할 수 있다. 구비의 컬렉션뿐 아니라 야콥 구비가 영감의 원천으로 수집하는 오브제, 구비의 기준과 안목으로 고른 액세서리도 모두 판매하고 있다. 야콥 구비는 이 공간을 ‘구비 식으로 스타일링하기’ 위한 놀이터처럼 생각하길 바란다. “단순히 구비가 잘 팔리기를 바라지 않아요. 누구나 자기 취향을 갖고 있어요. 스스로 정확히 모를 때도 있고 유별스럽게 내세우지 않을 때도 있죠. 여기서 구비 제품들을 연결고리 삼아 자신의 취향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하길 바라요. 구비 제품을 디자인할 때 항상 어느 시대, 어느 장소이든 자연스럽게 조화가 되어야 한다는 철칙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죠.” 구비 디자인이 뉴욕이든 런던이든 파리에서든 도시 특유의 공간 분위기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기란 어렵다. 그러나 평범하기만 했더라면 구비가 두드러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야콥 구비는 완벽한 형태나 디자인을 지향하기보다 그 자체로 유니크한 디자인을 꿈꾼다. 때문에 지금까지 구비의 몇몇 아이콘적 디자인이 두드러졌지만 앞으로 선보일 제품들은 수작업의 비중이 커지고 공예와 접목한 제품들이 많을 것이라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시내에 있는 스토어로부터 조금 떨어진 노르드하벤 항구의 본사는 옛 담배 공장을 개조해 높은 층고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2000㎡ 크기의 오픈된 공간이다. 넓은 공간을 파티션으로 구분해,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하는 공간과 쇼룸은 물론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의 작업실과 사무실이 모두 이곳에 있다. 유럽에서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디자이너의 일부는 밀란에서 일하는데 주로 프로덕션이나 스타일링 등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덴마크 브랜드가 스웨덴의 스톡홀름이나 핀란드 헬싱키를 거점으로 확장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세일즈 측면에서는 파리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4월에 오픈 예정인 서울의 한 셀렉트 숍에서도 구비 제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구비는 다음 시즌의 새 제품보다도 오래된 디자인이 미래의 생명력을 갖는 법에 대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유럽의 분위기 좋은 카페나 부티크 호텔 거의 모든 곳에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베스트라이트(Bestlite) 조명이 좋은 예. 영국 디자이너 로버트 더들리 베스트(Robert Dudley Best)가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아 30년대에 처음 생산했다가 역사 속에 묻힌 디자인을 구비가 재생산하면서 당시보다 2000년대에 더 강렬한 생명력을 갖게 됐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는 시대에 이미 훌륭했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한 좋은 디자인을 발굴해 더 긴 생명력을 갖게 하는 일이란 단지 세일즈를 넘어선 브랜드의 사명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수많은 디자인은 시대를 잘못 만났다는 평가와 함께 잊힌다. 종종 디자이너들은 고난 속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어렵게 만들어내고, 상업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익숙해지기도 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구비는 회사 카탈로그 속의 완벽한 세팅 속에서 구비가 가장 빛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가 잘 블렌딩된 미래만이 더 단단하다는 것을 강한 어조로 설명하는 모습에서 야콥은 오너라기보다 몽상가 같았다. 구비만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을 때도 그는 매우 관념적인 대답을 했다. “호기심과 용기, 직관이 우리 성공 핵심이죠. 우리는 보물 사냥꾼이에요. 남들이 못 알아본 원석을 발견하고 나면 그 다음은 본능에 따르죠. 과거에 잃어버린 잔해 속에서 여행하다가 새로운 예술가들에게 낯선 영역을 열어주는 게 브랜드의 역할이 아닐까요?”




01 구비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02 황갈색과 검은색 ‘애드넷 서큐레어(Adnet Circulaire)’ 거울. 

03 쇼룸 외부의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구비의 아카이브 디스플레이. 

04 자연광이 종일 내리쬐는 본사 건물. 

05 ‘구비 5’와 ‘구비 3D’ 체어를 벽면에 설치미술 작업처럼 전시했다. 앞에는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01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야콥 구비. 

02 영국 디자이너 로버트 더들리 베스트가 1930년에 디자인한 것을 1989년에 리에디션해 구비의 아이콘이 된 ‘베스트라이트(Bestlite)’ 램프 골드 컬러 버전. 

03 대리석 상판의 ‘칼럼(Column)’ 테이블. 

04 그레타 M. 그로스맨(Greta M. Grossman)이 디자인한 벨벳 소재의 ‘모던라인(Modern line)’ 푸프 스툴. 

05 구비의 사무실 전경. 위는 야콥 구비가, 아래는 디자인 팀이 쓰고 있다. 

06 구비 쇼룸 한편에는 라이팅 제품만 디스플레이한 공간이 있다. 세미(Semi) 펜던트 조명이 한 무리의 종처럼 높낮이를 달리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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