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뱅크스, 경지에 이른 배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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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뱅크스, 경지에 이른 배우

기회가 없었던 것 빼곤 다 잘하는 여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의 근황.

ELLE BY ELLE 2015.09.22


 

보디수트는 Wolford. 실버 네크리스는 David Yurman.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숫자 게임의 신봉자가 된 듯했다. “숫자는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무엇을 짊어지고 왔는지 뚜렷하게 보여주죠.” LA 웨스트 할리우드의 소호 하우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성지에서 그녀는 거침없이 숫자 얘기를 이어간다. “또 통계 수치를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확신을 느꼈어요. 커리어를 통해 내가 진정 원하는 바를 이룬 적이 드물었다는 사실을요.” 여기서 뱅크스가 말하는 ‘통계 수치’는 다음과 같다. 하나, 최근 3년간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개봉한(혹은 개봉 예정인) 50여 편의 영화 중 여성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건 오직 다섯 편에 불과하다는 것. 그중 한 편은 뱅크스의 감독 입봉작으로 지난 5월 개봉한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이고 나머지 세 편은 안젤리나 졸리의 프로젝트들, 그리고 샘 테일러 존슨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포함돼 있다. 둘, 44편에 이르는 필모그래피 중에서 그녀가 주연을 맡은 작품은 불과 네 편. 또 <잭 앤 미리 포르노 만들기>의 캐릭터만이 유일하게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었다. “이건 참….” 뱅크스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블루베리 머핀을 만지작거리면서 힘줘 말한다. “할리우드의 시스템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걸 입증하는 근거 아닐까요?” 그녀의 회의론은 ‘모든 것을 근사하게 느껴야 할’ 잘나가는 여배우의 입에서 나온 것치곤 꽤 의외였고, 그래서 더 변칙적으로 느껴졌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으나 사고로 요절한 캐롤 롬바드를 연상시키는, 섹시하고도 이지적인 외모와 자연스레 상대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미소 때문인지, 뱅크스의 입에서 종종 육두문자가 흘러나온다는 사실도 잊은 채 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와 다른 삐딱한 시선이 깃든 이야기를 들으며 돌이켜보니 그간 카메라 앞에서 뱅크스가 선보인 ‘코믹’ 연기도 미묘하게 예측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그녀에게 코미디의 여왕(이런 표현 역시 ‘오버’라고 말했다)이라는 이미지를 최초로 심어준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2005)에서 스티브 카렐은 윙크를 날리면서 뱅크스를 자전거에 태우고 싶다고 말한다. “뱅크스는 즉석에서 히프를 내밀더니 ‘에이 요(A-Yo)!’ 하고 유쾌하게 외쳤어요. 덕분에 그 신이 더 잘 살았고요!”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세스 로건이 웃음을 흘리면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녀에겐 대본이 말하는 얘기보다 훨씬 더 근사한 걸 뽑아내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뱅크스의 ‘광팬’을 자처한 유니버설 픽처스의 CEO 도나 랭글리도 소재를 맛깔스럽게 살리는 뱅크스의 매력에 감탄을 표시했다.

엘리자베스 미첼, ‘뱅크스’로서의 삶을 살기 훨씬 이전의 그녀는 매사추세츠 주 피츠필드에서 네 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가족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학 졸업장을 땄다(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은행 창구 직원이었다). 돈을 벌 수 있는 해결책이 고등교육을 받는 일이라고 여길 정도로 배움에 대한 뱅크스의 열망은 남달랐다. “위험한 철로를 넘나들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나갔어요. 물론 부모님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이후, 뱅크스는 커뮤니케이션과 연극예술학 전공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했고 A.C.T(American Conservatory Theater)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실전 연기에 앞서 ‘이론 다지기’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 싶을 때쯤, 그녀는 <올 마이 칠드런>과 <섹스 앤 더 시티>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웨트 핫 아메리칸 서머>(2001)의 에너제틱한 ‘핫 걸’ 린지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그즈음 <로스트>의 엘리자베스 미첼과 혼동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개명했다). “최악의 순간도 몇 번 있었어요. 슬래셔 필름의 오디션을 볼 때였나. 욕조에서 옷을 다 벗은 상태로 목이 졸리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절망적이었어요. 월세 걱정에 마음을 다잡아야 했지만요(웃음).”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낀 아주 심각한 굴곡은 없었지만 캐스팅 디렉터 데브라 제인에게 발탁돼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을 촬영하기 전까지만 해도, 앞서 언급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코미디 연기로 도약하기 전까지만 해도 뱅크스가 배우로서 확고한 궤도에 진입하는 일이 쉽진 않았다. 그러던 중, 커리어의 불을 지펴준 건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헝거게임> 시리즈로, 몇 년간의 확실한 커리어를 보장해 준 것은 물론 대중에게 엘리자베스 뱅크스란 이름을 어필하는 데 극적인 전환점이 됐다. “<헝거게임>의 에피 트링캣은 지금껏 맡아온 역할 중에서 가장 아이코닉하죠. 에피로 살기 위해 지금껏 해온 모든 역할을 통틀어 가장 노력했다고 공언할 수 있어요.”

최근 그녀는 <러브 앤 머시>(2015)에 출연하면서 오랜만에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고 털어놓았다. 전설적인 록 그룹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실화를 그린 영화에서 뱅크스는 정신쇠약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브라이언을 다시 세상 밖으로 인도한 멜린다를 연기했다. “둘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표현한 스크립트에 강하게 매료됐죠.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날뛰지 않아온 점, 우아하고 자비롭게 사랑해 왔다는 점이 나와비슷했고요. 굳건히 엿(!) 같은 상황을 이겨내야 아름다운 순간이 찾아온다는 걸 한 번 더 느끼게 됐죠!” 관계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불문율을 새삼 확인시켜 준 영화의 줄거리처럼 뱅크스에게도 그런 대상이 있다. 전직 은행 투자가이자 대학 시절부터 쭉 사귀다 결혼에 골인한 지금의 남편 맥스 한델만이 다소 거친 뱅크스의 달콤한 내면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사람이다. 현재는 뱅크스와 설립한 브라운스톤 프로덕션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에서야 자신 있게 얘기하기 시작한 건데 영화를 연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제 자신이 과소평가돼 왔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뭔가 영화계에 더 보여줄 게 있다는 직감에 사로 잡혀 있었어요.” 지금 두 사람은 연기에 이어 연출에 참여한 뱅크스의 차기작을 위해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 “곧 파라마운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레지던트 어드바이저>를 포함한 몇 개의 프로젝트가 공개될 예정이에요. <매직 마이크 XXL>, <헝거게임: 더 파이널> 개봉도 기다리고 있고요.” 40세가 된 뱅크스는 배우와 감독으로서 이해득실을 전략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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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WRITER JUSTINE HARMAN
    PHOTOGRAPHER KUDACKI PAOLA
    EDITOR 김나래
    ART DESIGNER 유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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