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남자, 최진혁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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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남자, 최진혁

힘들어도, 결국 잘될 거라는 믿음을 품는다. 최진혁을 ‘대세 배우’로 이끈 건 영악한 게임의 규칙이 아니었다.

ELLE BY ELLE 2014.06.07

 

메두사 프린트의 티셔츠는 Dolce & Gabbana. 블랙 베스트는 Mustard 9. 블랙 숄 칼라 카디건은 Costume National by Koon. 십자 큐빅 링은 Justin Davis. 가죽 끈 팔찌와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페이즐리 패턴의 네이비 수트는 Etro. 블루그레이 셔츠는 Allegri. 오닉스 실버 링과 골드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십자 각인 실버 링은 Justin Davis. 해골 오브제는 이윤희 작가의 작품 by L Store.

 

 

 

 

 

종이학 패턴의 화이트 수트는 Resurrection. 안에 입은 화이트 티셔츠는 Mustard 9.

 

 

 

 

 

베이식한 디자인의 블랙 셔츠는 Mustard 9.

 

 

 

인터뷰를 위해 <신의 한 수> 대본을 미리 봤다. 술술 읽히더라. 나중에 극장에서 확인하고 싶어서 일부러 결말 부분은 안 봤다 그렇지? 재미있지? 나중에 영화로 보면 또 느낌이 다를 거다.

 

내기 바둑판 세계에 몸담은 ‘선수(양실장)’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나를 알던 사람들은 처음 보는 내 모습에 놀랄지도. 헤어스타일부터 확 다르다.

 

제대로 된 악역은 처음이지? 배우들은 악역에 대한 로망이 있다던데 늘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역할은 그렇게 악랄하진 않다. 처음 대본에는 아주 악한 역할이었는데 감독님과 상의해서 좀 더 젠틀하게 수정했다. 악랄함과 시크함, 그 사이랄까.

 

극도로 악하게 표현하고픈 욕망은 없었나? 사진 촬영 때 기억에 남는 악역으로 언급했던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처럼 워낙 ‘센’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서, 나도 그렇게 가면 자칫 비슷해 보이거나 관객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겉으로는 젠틀하면서도 할 일 다 하는, 진정 무서운 사람으로 설정했다. 그런 사람 있지 않나,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한번 화가 나면 대단히 무섭게 변하는.

 

혹시 본인 얘기 아니다. 나는 냉정할 때는 냉정하지만 ‘평균적으로’ 정이 많고 마음이 약하다. 진짜 화가 나면 말을 안 한다. 아니 말을 잘 못한다. 화가 나면 부르르 떠는 애들처럼(웃음).

 

영화계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처음으로 현장에서 뵙게 된 안성기 선배님을 비롯해 존경하는 선배들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주로 우성이 형(정우성), 인권이 형(김인권)과 붙는 장면을 찍었고, 다른 분들과는 대사를 맞출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포스터 촬영을 할 때 다같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남자들의 세계에서 잘 지내는 편인가 그렇다. 형들이 좋아하는 동생이다. 비결은 딱히 모르겠고, 늘 깍듯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게임이나 내기에 집착해 본 경험은 아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도박이라든지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내기는 싫어한다.

 

승부욕이 꽤 있어 보이는데 물론 어릴 때나 운동할 때는 승부욕 강했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농구하다가 몸싸움이 격해지면 감정이 올라와서 진짜 싸움으로 이어지는 거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않는다.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지(웃음).

 

자존심도 센 편이라고 사람의 자존심을 툭 건드리는 말이나 행동들이 있지 않나. 그런 걸 못 참는 성격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손해 보는 면도 많았다. 특히 내가 일하는 이쪽 세계에서는. 그냥 잠자코 넘어가면 아무 일 없을 텐데, 굳이 말을 꺼내고 짚으니까 사람들이 나쁘게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겁하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 그런 ‘내’가 좋은 거고 맞다. 난 그런 게 좋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좋고.

 

어떤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하나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의심이 없는 사람. 그렇다고 고집만 센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줄 아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리더십 강한 남자가 멋있게 보인다.

 

본인의 리더십은 상황을 주도하는 편이긴 하다. 친구들이 메뉴 못 고르고 있으면 “이거 먹자” 한다거나.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정우성’이야말로 멋진 남자의 대명사 아닌가 맞다. 이탈리아 미남 같은 외모를 지녔다. 진짜 배우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는데 촬영장에서 호흡을 맞춘 소감은 솔직히 말하면 좀 불편했다. 평소에 존경해 온 형이자 소속사 대표님이기도 한데, 극에서는 대립하는 역할이고 심지어 때리는 장면도 있으니까. 영화라는 장르가 내겐 거의 처음 경험하는 거라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더 컸다. 그래도 끝났을 때는 많이 배워서 뿌듯한 느낌이 들더라.

 

인생에 있어서 ‘신의 한 수’를 꼽자면 음…. 첫째는 우연찮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 본래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 신기하다. 사실 연기를 시작한 이후에 줄곧 힘들었다. 일이 계속 안 풀리고, 연기도 못하는 것 같고, 표정 관리가 안 돼서 사람들의 오해도 사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을 그만두려고 할 때 <구가의 서>의 ‘구월령’을 통해 다시 작은 확신을 얻었다. 두 번째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가장 돌이키고 싶은 ‘악수’는 10년 전, 친구랑 동반 입대 지원했다가 포기한 것. 그 무렵 첫사랑을 만나기도 했고, 이런저런 사정들이 겹치면서 결국 친구 혼자 입대했다. 많이 후회된다. 그때 그냥 다녀올걸.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군대 얘기를 물어봐서 지겨울 정도다.

 

로맨틱 드라마 <상속자들> <응급남녀>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둘 다 전형적인 ‘로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왔고 전작인 <응급남녀>는 다른 계산 없이 일단 대본이 재미있어서 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여자 시청자들의 욕도 좀 들었지만, 철부지 ‘오진혁’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상속자들>의 ‘김원’은 처음 설정에서 많이 틀어서 연기한 캐릭터다. 단지 자기 것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 동생을 미워한다는 게, 정말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거든.

 

오진혁도, 김원도 다소 까칠한 남자로 그려졌다. 실제로 ‘나쁜 남자’가 아닌지 의심된다 그건 ‘상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확실히 나쁜 남자는 아니었는데, 2년 가까이 연애를 못 해봤으니 새로운 누군가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새로운 누군가는 언제쯤 아직 연애할 때가 아니라고 어머니가 완강히 반대하신다(웃음). <응급남녀> 끝나고 1~2주 쉴 때도 혹시 술 마시고 다니며 실수할까 봐 어찌나 걱정하시던지. 빨리 배우로서 좀 더 입지를 굳혔으면 하는 바람이신 거지.

 

이미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오가는 ‘대세’인 걸 에이, 대세 아니다. 항상 마음속에 어떤 믿음이 있긴 했다. 잘될 거라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자 자신감.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내 안에 여러 가지 면이 공존하고 남들과 다른 감정선을 갖고 있다는 게, 언젠가 연기자로서 좋은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믿음과 자신감은 어떻게 싹튼 걸까 잘 모르겠다. 거울 보면서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데 말이다. 아마도 스무 살 무렵 혼자 서울에 올라왔을 때 ‘세상’에 처음 나왔던 그때부터 생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주입한 최면 같은 거였을지도.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까마득하고 아찔하다. 힘들고 위험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귀한 경험으로 여겨진다.

 

군대 가기 전에 한 작품 더?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출연을 결정했다 대만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나라 누나(장나라)를 옆에서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이다. 그러다 물론 삼각관계도 그려지고.

 

또 많은 여심을 흔들겠네. 몸 좋은 배우로도 알려졌다 아니다. 한때 순전히 노력해서 ‘만들었던’ 몸인데 사람들이 자꾸 얘기하니 부담스럽다. 요즘 즐기는 운동이라면 골프. <상속자들> 때문에 배웠는데 상당히 재미있더라.

 

그 외에 일상에서 누리는 즐거움은 음악이지. 본래 가수가 꿈이었기에, 미련까지는 아니지만 아쉬움은 남아 있다. 지금도 장르 불문하고 음악 듣는 걸 가장 좋아한다. OST 참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흔쾌히 수락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

 

만일 스무 살 무렵, 꿈꾸던 가수의 길이 잘 풀렸다면 지금의 최진혁은 없었을까 연기는 어떻게든 하게 됐을 것 같다. ‘운명의 직업’ 같다. <구가의 서> 때 다시금 느꼈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 혼신을 다한 결과물에 대해 정말 뿌듯했다. 지금은 오래 연기하고픈 바람이 제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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